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관계 심리학
수잔 존슨 지음, 박성덕 외 옮김 / 지식너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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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수잔 존슨 / 지식너머

 사랑의 본질과 속성에 대하여

 

 

 

 

 ▒ 책을 읽고 나서.

 

 누구나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소개팅 등 만남의 장을 마련하기도 하고, 운 좋게 우연한 만남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행복할까?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결혼한 많은 사람은 왜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하며, 어떤 이들은 짝이 있음에도 정서적인 고립 속에 살고, 사랑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로 끙끙 앓고 있을까? 우리는 정말,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심리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랑을 풀어낸 이 책을 읽다 보면 묘하게 '과학적'인 사랑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정서 중심적 부부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저자 '수잔 존슨'은 일시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지속적인 사랑의 본질을 깨우쳐주기 위해 이 책을 펴냈는데, 흥미로운 점은 '팀 보울비'의 애착을 중심으로 자신이 만나본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 '패턴'을 분석하여 말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애착 이론'은 아동기와 관련한 성격 발달 이론인데, 이것은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사랑에 대해 마주하는 우리의 모습도 이 '애착 이론'을 중심으로 패턴이 나뉜다는 것이다. 이는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지만, 사랑을 필요로 하는 모습들은 대부분이 공통적이다. 첫 번째,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정서, 신체적으로 유대감을 원하며, 둘째, 불확실하고 흥분된 상태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다가가려 하며, 세 번째, 사랑하는 사람이 멀어질 때 그리움을 느끼고 심한 흥분 상태에 빠지며, 네 번째, 사랑하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자신을 지지해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언제나 시험대에 오른다. 우리 모두는 질병이나 외도 같은 우연적이거나 의도적인 잔인함이 주는 시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바라고 원했던 일들조차 우리의 사랑에 엄청난 도전을 준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저자에 의하면, 사랑은 생존전략이며, 타인과의 유대 또한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시 이 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신선한 '행복론'이라고 느꼈던 『행복의 기원』(서은국 저)이라는 책에선, "사랑하는 사람과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도 행복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붙잡는다."라는 말은 즉, 사랑도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정서를 풀어놓을 대상을 찾는 것이 아닐까? 주변에 짝이 없으면 답답해하고 항상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결국엔 어떤 이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위안과 생존을 위해서가 아닐까? 엄연히 그렇다고 말할 수 없더라도, 인간의 자연스러운 패턴일지도.

  원래 '사랑'만큼은 일반화가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개성도, 출신도 다른 사람이 모여, 맞춰가면서 가지각색의 모습을 보이는 '사랑'을 어찌 몇 가지로 규정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사랑에 가려진 우리의 마음 혹은 관계를 끝까지 이어나가게 하는 방법만큼은 비슷한 경계에 서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실시한 다양한 실험들과 통계들로 사랑의 형태를 확립한 『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론적인 강의서 느낌이라 읽기 쉽지는 않으나 사랑에 관련하여 고민해본 사람들에게, 혹은 시시각각 사랑에 마주 서야 할 우리에게 '공감의 기초가 되는 정서에 집중하라'라는 조언을 건네고 있다.

 

 

 

Written by. 리니

인문학/ 관계심리학/ 사랑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사랑은 수천 가지 방식으로 시작될 수 있다. 한 번의 눈길에도, 긴 눈 맞춤에도, 속삭임과 웃음에도, 칭찬과 심지어 욕이 난무하는 순간에도. 사랑은 포옹과 키스, 또는 불만과 다툼 속에서도 계속된다. 또한 침묵과 슬픔, 좌절과 분노, 눈물 그리고 가끔은 기쁨과 웃음으로 끝나기도 한다. 사랑은 몇 시간 또는 일주일 만에 끝이 날 수도 있고, 죽을 때까지 간혹 죽음 이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사랑을 찾아 헤매기도 하지만 사랑이 우리를 찾아오기도 한다. 사랑은 우리에게 구원이 되기도, 멸망이 되기도 한다. 사랑의 존재는 우리를 강렬하게 하고, 사랑의 부재는 우리를 황폐하게 한다. (21p)

과거 소중했던 사람이 지금 이방인이나 적군처럼 멀게 느껴져서 화가 날대, 애착의 작동 원리를 알면 고립감에 빠지지 않는다. 이때 이별로 인한 불안과 상처는 성인 역시 어린아이와 동일하게 경험하는데, 거절당하고 버림받았을 경우 화를 내면서 쫓아다니고 매달리면 오히려 절망감에 빠져든다. 보울비는 사랑의 관계에서 "존재와 부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은 육체적으로는 존재할 수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부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으로 결합하려면 유아와 성인 모두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접근과 반응이 필요하다. 연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이것을 이해할 수 있다.

"나 여기 당신 곁에 있어, 나 보이지? 내가 당신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 알지?"

"근데 나는 왜 이렇게 외롭지?" (71p)

열정을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한가? 그럴 수 있다. 안정적으로 결합을 유지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감각적이고 회피적인 성만을 추구하게 되면, 열정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 성적 감각과 행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것에 집중하려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찾아야 한다. 이 경우 부부가 서로 익숙해지면 성적 흥분이 사라진다. 하지만 애착적으로 안정된 부부일수록 성적 황홀감을 지속적으로 경험한다는 다양한 연구와 조사 결과가 있다. 이런 황홀감은 콩깍지가 씐 상태의 격한 열정이 아니라 서로 깊이 알아가면서 느끼는 유쾌한 흥분을 의미한다. (167p)

인생은 전이와 변화의 연속이다. 어느 날 당신은 작년에는 그저 친구였던 이 남자오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결혼 7주년 기념일에 남편과 싸우고 있는 당신을 발견한다. 어느 날 당신은 임신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집에 달려온다. 그리고 갑자기 당신의 아기는 청소년이 되어 있고, 다음 날 결혼한다. 어느날 당신과 당신의 남편은 은퇴자들이 사는 아파트로 이사하고 둘만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음 날 당신은 남편이 어린 손녀를 안고 있는 것을 본다. 어느 날 당신은 신혼 때 싸웠던 것들을 다 기억해내고, 또 양말을 마루에 던져 놓고, 바보 같은 언쟁을 하던 이 사람과 여전히 함께하고 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 놀란다.

우리가 이 모든 변화의 과정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꼬옥 안아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꼬옥 안아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이행하면서 과거에 결함했던 방식은 시험대에 오르고, 우리의 유대는 새로워지길 요구받는다. 이것이 바로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과정이고, 인생의 중요한 단게로 넘어갈 때마다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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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4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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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샘터』 2015년 4월호

벚꽃 핀 표지에 기분도 활짝 -

 

 

 

 ▒ 책을 읽고 나서.

 

 봄, 하면 온통 분홍 빛깔 천지인 벚꽃길이 생각납니다. 어느새 음악 차트에는 '벚꽃엔딩'이 스르르 올라왔고요. 날씨도 부담스럽지 않고 몸도 가뿐한 봄은 누구에게나 기다려지는 계절이 아닐까 싶어요. 샘터 4월호, 잎새달의 표지를 보니 저도 벚꽃길에서 한껏 분위기를 타고 있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봄봄봄, 날씨는 벌써 봄을 맞이했지만, 꽃들이 만발한 거리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 봄처럼 따뜻한 이야기가 제일 먼저 저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강아지에 '미쳤다'라고 할 정도로 반려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요즘, 딱 공감하는 에세이가 이번 호에 실렸답니다. <자스민, 어디로 가니?>라는 저서를 쓰고 그린 '김병종' 작가의 글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찡해졌어요. 16년 세월을 함께 보낸 반려견 '자스민', 그리고 강아지가 알려준 사랑과 무조건적인 신뢰……. 때로는 귀찮고 힘들 때도 있지만, 무조건적인 사랑과 신뢰를 가르쳐주는 반려견들은 참 고맙고 소중한 존재지요. 사람보다 짧은 인생을 사는 강아지들이라 가끔은 슬프지만, "지상의 모든 사랑은 이별로 끝이 난다"는 작가의 말에 이 소중한 시간동안 더욱 사랑을 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되고요.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의 '흰구름 러브레터'가 이번 호부터 연재되기 시작했습니다. 투병 생활을 함께 했던 '분홍빛 타월'은 수녀님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 때로는 눈물도 나게 하는 정겨운 사물이라고 해요. 문득 『시인의 사물들』이라는 책이 생각이 나는데, 이해인 시인의 사물들은 바로 이 '분홍빛 타월'일 것 같아요. '리나'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편지를 남긴 이해인 수녀님의 글은 언제나 참 다정하고 따스합니다.

 

 

 

 

 

 "화낼 때 얼굴도 신경 써라"라고 말하는 '얼굴 읽는 남자' 코너는,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이 화를 낼 때, 얼굴을 신경쓸 수가 있을까 싶지만, 관상에서는 화를 낼 때의 입모양을 주시하는 모양입니다. "화를 낼 때 좋은 상이 들어서기는 어려우나", 그나마 좋은 상은 아랫입술이 윗입술보다 살짝 나와 덮어주는 모양 혹은 입을 앙 다무는 모양이라고 하네요. 화를 낼 때, 감정에만 휩쓸렸지 얼굴 표정을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이 글을 보니 내가 화낼 때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지더라고요. 화가 나더라도 자신의 표정을 다시 한번 신경 쓰는 습관, 바로 좋은 운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지만, 표정을 관리하는 습관이라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이번 호에선, 성석제 작가가 연재소설로 함께 하게 되었네요. 낯선 곳에서의 만남을 그린 첫 번째 글이 다음에 나올 이야기를 궁금하게 합니다. 연재소설로 더욱더 풍성해진 이야기를 담고 올 5월 호가 기대되는군요.

 

 

 

 

 

 

Written by. 리니

월간지, 잡지/ 샘터 출판사/ 좋은글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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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놀이훈련 101 - 누구나 쉽게 가르치는 긍정교육 바이블 Pet's Better Life 시리즈
카이라 선댄스 지음, 김은지 옮김 / 보누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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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애견 놀이훈련 101』 카이라 선댄스·첼시 / 보누스 출판사

견주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가장 즐거운 강아지로



 
 ▒ 책을 읽고 나서.
마냥 귀여워해 줄 줄만 알았던 강아지가 '진짜 가족'이 되고 난 뒤에는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초보 견주인 우리 가족은 반려견 둥이가 오기 전부터 이것저것 공부를 많이 해놨지만, 그 이후에도 신경 쓸 게 참 많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르던 아기 때는 울타리 훈련이나 분리 불안증 신경을 써줘야 했고, 조금 크다 보니 목소리도 우렁차져서 짖는 문제나 사회화 훈련 같은 것을 열심히 공부하고 적용했지요. 그리고 1년이 돼가는 지금은 "장난감 말고 뭔가 재밌는 놀이가 없을까?" 하는 고민이 생겨났어요.
 
 
『애견 놀이훈련 101』은 개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 주인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스포츠들을 군더더기 없이 방법만 설명해놓은 노하우 책이에요. 도그쇼에서나 볼 수 있을 만한 어려운 동작들도 있지만, 시기에 맞는 훈련과 놀이를 배우고 적용하면, 견주와 반려견의 교감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야생성이 있는 늑대 과의 '개'들과 사람의 보금자리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훈련은 필요한 것 같다고 보는 편인데요. "기다려"나 "집으로 (하우스)" 같은 훈련들은 애견과 생활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유용하죠.

 

 
 
 
 원서를 번역한 책이라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용어들과 다를 수 있겠지만, 각종 흥미로운 훈련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특히, 옆부분에는 '선행 훈련'과 문제상황 대처법이 나와 있어서 체계적으로 배우고 교육할 수 있어요. "대체 이걸 어떻게 하지" 싶은 '전문가 단계'의 동작들도 굉장히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는데, 아무래도 수많은 반복이 필요한 애견 훈련이다 보니, 반려견이 스트레스받지 않게 적당히 단계별로 시켜야 할 것 같아요. 두 번째 사진의 '못하는 척 내숭 떨기'는 정말, 너무너무 귀엽네요 :)

 

​  둥이가 완벽하게 익힌 동작들은 "앉아, 엎드려, 손, 하이파이브, 일어서, 기다려, 가져와" 등이 있는데, 이 책에서 나온 "빵!!"을 최근에 배웠거든요. 배를 보이는 동작이라 만만치 않은 훈련인데, 역시나 난도가 높았어요 ㅋㅋㅋㅋㅋ 그래도 처음엔 하는 척~만 하더니, 이제는 아예 발라당!
 옆에 문제 상황 대처법에 "개가 한 번에 쓰러지지 않아요. 총알을 여러 번 발사해야 천천히 죽음을 맞이해요." 이 부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ㅋㅋㅋㅋㅋㅋㅋ​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는 '훈련 수준' 별로, '놀이 유형' 별로 분류해놓아서,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수 있어요. 아직 둥이는 어리니 '훈련수준'별로 차례차례 자주 이용할 것 같아요.
 
 
 

많은 책들이 복종교육을 다룬다. 그런데 복종교육만이 필요한 것일까? 이 책은 반려인이 반려견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101가지의 놀이훈련법을 소개한다. 당신과 함께 축구를 하고 줄넘기를 하는 반려견을 상상해보자. 누구라도 반려견이 신문을 가져다주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 맥주를 가져다준다면 흐뭇해할 것이다. (박종무 수의사)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개인적으로 '말이 통할 때' 즉, 교감을 할 때라고 생각하는데요. 견주들의 말을 순식간에 캐치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요구할 수 있는 개들의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죠. 말을 못하는 동물인데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다양한 놀이들을 배워보고, 주인과 함께 할 때만큼은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강아지로 만들어주고 싶어요.
 
 

Written by. 리니

실용/ 반려동물/ 애견훈련/ 애견놀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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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르 - 제3-4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8
김민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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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르』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 황금가지

'좀비'로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 책을 읽고 나서. 

 

 ZA (Zombie Apocalypse) 문학 공모전, 바로 좀비 문학을 일컫는 황금가지만의 공모전입니다. 황금가지에서는 ZA 문학상 말고도, 종말 문학, 신체 강탈자 등의 특별한 소재로 공모전을 많이 열었던 모양입니다.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를 통해 이런 공모전의 수상작들을 엮어서 출간된 책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크르르르』는 그중 3, 4회 ZA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받아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에 비해 좀비물을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좀비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정보를 듣거나 했던 것은 거의 외국영화들 뿐이었어요. 왜 우리나라에서는 좀비 영화를 찾아볼 수 없을까요? 영화를 잘 아는 언니랑 이야기를 해보니, 영화판에서도 우리나라는 좀비물이나 '오컬트' 같은 장르가 거의 금기시되어 있다고 하고요. 이런 의문 때문에, 이 책이 더욱 궁금했습니다. 좀비를 다루는 데 있어서 거의 척박하다고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만들어낸 좀비 이야기는 어떨까 하고요. 아무래도 작가의 개성이 녹아든 다양한 좀비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호기심이 들었답니다.

 

 

 수록되어 있는 다섯 개의 단편은 기대했던 만큼 다양한 색채를 담고 있었습니다. 당장 생존이 위급하지만 눈앞의 '초코바'를 챙기기 위해 미친 듯이 탈출하는 ​『엘리베이터 액션』, 비에 맞으면 좀비가 되는 현실 속에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장마』, 특별한 능력이 있는 좀비를 사냥해서 상금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여름 좀비』, 고부갈등과 좀비라는 설정을 엮은 『해피랜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좀비로 변했다가 다시 인간이 되는 『좀비, 눈뜨다』까지. 좀비로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생존을 위해 힘쓰는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라, 특별한 설정들을 더해서 더욱 맛깔스럽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들이었습니다.

 

 

 '좀비물'은 영화 등에서 그려진 징그러운 모습들 때문에 꺼려지는 소재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들이 원래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소재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들 속에는 점점 변해가는 인간의 본성과, 생존을 위해서 도리를 벗어나는 (반대로 생존과 상관없이 인간애를 버리지 않는 모습도) 모습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지요. 비교적 분량이 많았던 『장마와 『해피랜드』는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반대로 『좀비, 눈뜨다』는 좀비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는 설정 하에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지요. (왠지 모르게 강풀의 만화 <당신의 모든 순간>이 떠오르기도 했답니다.)

 

 

 각각의 단편들의 분량이 조금 적어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좀비물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어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별한 소재들을 개척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는 황금가지 출판사에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Written by. 리니

한국소설/ 장르문학/ 좀비, 스릴러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어쩔 수 없이 에스컬레이터 방향을 뒤로 하고, 마지막으로 그를 돌아보고선 (최후의 유언을 그 따위로 남기고 만 왕덕이 형에게 진심으로 안타까움과 애도를 표한다.) 나는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매장을 가로질러 달려가던 중에 내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직원 창고 쪽을 향하게 되었고, 그 순간 나는 악몽이라는 놈이 우리를 괴롭히는 데에는 꼭 피 튀기는 잔인함이나 끔찍한 괴물의 형태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많은 뜻을 함축한 단 하나의 장면만으로도 평범한 풍경이 무시무시한 악몽으로 돌변할 수도 있는데, 내 경우에는 바로 활짝 열려 있는 직원 창고의 문이 그런 종류의 악몽이었다. 그 사이로 침입자를 맞아 잠시 외출 나갔던 좀비들이 이변을 알아차리고선 꾸역꾸역 꾸준히 몰려들고 있었고, 그 광경을 본 순간 내 머릿속에서 많은 것들이 명확해졌다. (30p, 엘리베이터 액션)

고작 물 한 컵 때문이었다. 그는 작은 일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물 한 컵 때문에 남자의 집으로 쳐들어갔고 남자는 물 한 컵 때문에 여자를 떨어뜨렸다. 실수였다고,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고 변명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달갑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어쩌면 그건 진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발로 자신의 얼굴을 찼다는 계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는 그 일을 본 후 그 날은 더 이상 바깥구경을 하지 않았다. 그저 밥을 먹고 이른 시간에 잠을 청했다. (161p, 장마)

뿔테안경은 유리창에 머리를 기댄 채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혜지는 생수병으로 유리창을 톡톡톡 때렸다. 반응이 없다. 죽어 버렸나? 다시 톡. 톡. 톡. 녀석이 뒤돌아보았다. 젠장, 살아 있잖아. 속이 뒤집혔다. 조그만 녀석이 지금껏 살아 잇다는 게 놀라웠다.
"물 마실래?" 빈 생수병을 흔들었다. 녀석은 생수병을 보자 침을 꿀꺽 삼켰다. 뚜껑을 열고 마시는 척하니 개처럼 숨을 할딱거렸다. 혜지는 손가락으로 출입문을 콕콕 찍었다. 녀석은 잠시 망설이다가 출입문을 열었다. 겁도 없이 풀쩍 뛰어서 철골에 용케 매달렸다. 어쭈, 제법인걸. 혜지는 도착 즉시 걷어차 버릴 생각으로 입구를 지켰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녀석은 철골에 매달려 몇 번 끙끙거리다가 곧바로 추락해 버렸다. 피식 웃음이 났다. (3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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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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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패밀리』 고은규 / 작가정신

 알바도 '갑'일 때가 있었다

 

 


 

 

 

 

  ▒ 책을 읽고 나서.

 

 갑질 논란이 한창이다. 어느 높으시다는 분의 기상천외한 '땅콩'부터, 이름만 번지르르한 '열정 페이', 최저 시급을 아예 무시하고 되레 화를 낸다는 점주의 에피소드까지. 그야말로 갑질의 시대가 틀림없다. 이런 갑질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시간제', '파트타임'이라고도 불리는 '알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우습게도, 알바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다. 신입생 때, 처음으로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일하고 싶은 곳에 전화를 걸고 면접을 봤다. 월급이 다달이 이체될, 내 통장과 연결된 체크카드를 처음으로 만들던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내가 직접 일해서 번 돈을 쓴다는 뿌듯함에 신 나서 일을 했었지만, 돌아보면 나도 갑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것 같다. 어떤 일터에서는 사장의 꼼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어떤 일터는 소위 말해 '꿀알바'였지만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기도 했다. 사실 뭐 이런 것들이야 파다하게 있는 일이니 그렇게 열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알바의 설움은 언제 제일 폭발하는가, 궁금할 것이다. 바로, 손님의 '갑질'을 마주할 때 폭발한다. 대기업이라는 조직 아래, 수많은 알바들이 모여 일하는 그곳은 '고객이 왕이다'라는 서비스를 받기 위한 사람들도 여럿 모여들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이 유니폼만 벗으면 니들과 똑같은 인간인데, 대체 너희들은 뭔 대우를 받고 싶어서 클레임을 걸고, 뭐를 집어던지고, 기업에 화를 낼 것을 알바에게 화를 내느냐" 하고 속으로 울분을 터뜨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옆에 있는 누군가는 울기도 한다. 그래, 어느 정도 품위는 있는 알바라지만, 더러워서 일 못하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이 답답하고 울분 넘치는 갑질을 과연, 우리가 어떤 자리에 올랐을 때 안 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선배로서의 텃세, 고객으로서의 클레임……. 비판하곤 하지만 과연 내 손에 들어왔을 때 그 특권을 과연 손에 잡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낼 수 있을까?

 


『알바 패밀리』는 가족들이 모두 알바로 연명하는 이야기로써, 불안정한 한국 사회와 안타까운 현실만을 다룰 것 같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갑질의 주체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 또한 담고 있다. '을'의 위치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는 가족들은 소비자의 위치에 설 때 '완벽한 갑'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마뜩잖게 흘러갔다. 자칫하면 끊겨버릴 수도세를 걱정하며 온 가족이 알바에 매달리게 되었고, 엄마는 고객들의 핀잔에 스마일 마크를 달고 웃으며 넘긴다. 상품을 구매하고 잠깐 써본 뒤 즉시 반품하는 행위로 '리뷰왕'의 위세를 떨쳤던 '로라'는 결국 불공정 소비자로 낙인찍히고, 퀄리티 좋은 가구를 소신 있게 만들던 아버지는 이와 비슷하게 소비자의 '반품 행렬'로 망한다. 이 어찌 아이러니한 반복일까.

 ​이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한 명품샵에서는 약간의 불량품을 누군가에게 공짜로 주기보다는 아예 태워버리기를 선택한다. 그리고 처리 업무를 맡은 '로민'은 세속을 싫어하는 노숙자 '버몬트'에게 명품 옷을 선물한다. '버몬트'는 그것이 명품 옷인지도 모른 채, 이미 한몸이 되었다며 벗기를 거부한다. 또한, '로라'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매장 앞으로 몰려드는 전단을 치우느라 골머리를 앓는데, 그 전단을 돌리는 사람들은 바로 그 전 알바에서 잘려버린 '엄마'와 '로민'이다. 이 어찌 아이러니한 반복이란 말인가!

 

 

 『알바 패밀리』는 자칫 통속적이거나 식상해버릴 법한 사회에 대한 비판을, 아이러니한 상황들에 맛깔스럽게 버무려 완성된 소설이다. 그러나 이 요란 법석한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유쾌발랄하게 풀어냈음에도 쉬이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해피엔딩의 결말이어도 그 가족들이 과연 잘 살았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그냥 버릴지언정 거지에게는 줄 수 없는 명품샵의 '갑질'처럼, 우리 사회는 참 잔인하다. '갑'이 '을'이 되고, 또다시 '을'이 '갑'이 되는 '갑질'의 굴레 (이것은 때로 '갑'의 횡포에 대한 울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짤리는 대신에 또다시 잘 구할 수 있어, 벗어나지 못하는 '알바'의 굴레는 언제 풀어질 수 있는 것인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나마 해학을 주는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아니면 이런 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회를 불행으로 여겨야 할지 나는 잘 모르겠다.

 

 

 

Written by. 리니

한국소설/ 가족, 사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엄마는 이것저것 재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바퀴벌레 같은 것도 맨손으로 때려잡았다. 나처럼 호들갑을 떨며 바퀴약을 뿌리거나 오빠처럼 S 출판사에서 나온 베개만 한 사전을 던지는 볼썽사나운 짓은 하지 않았다. 목표물을 발견하면 씩씩하게 몸을 날려 단숨에 처리했다. 혹시라도 싱크대 구석으로 그것들이 도주라도 하는 날이면 부리나케 달려가 빨간색 공구함을 들고 왔다. 그리고 몇 개의 연장을 꺼내 순식간에 싱크대를 분해했다. 엄마의 육감대로 싱크대 뒤편이 놈들의 아지트였다. 깨 떨어지듯 우드드드 쏟아져나오는 바퀴벌레를 보고 내가 숨넘어갈 듯 비명을 지르면 엄마는 나를 안심시킨 후 그놈들을 맨손으로 응징했다.
그랬던 엄마가 마트에 나가면서부터 달라졌다. 일이 끝나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길게 몸을 늘어뜨리고 꼼짝하지 않았다. 바퀴벌레가 떼 지어 거실에서 리셉션을 벌여도 멍한 얼굴로 바라만 보겠지. 그러다 기운 없는 목소리로 바퀴벌레한테 물을 것이다. 바퀴벌레야, 내 인생은 왜 이런 거니? (64p)

나는 상상한다. 내가 쥐고 있는 이 밀걸레가 요술 할멈의 빗자루라면 얼마나 좋을까. 시급 따위 잊고 싶다. 당장이라도 이걸 타고 보라보라를 탈출하고 싶어진다. 왜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낙원이면서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되어야 하는 거지? 그것보다 누가 감히 낙원과 지옥을 만들어 놓은 걸까? 심술스러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보라보라 스포츠센터에 로고송이 흐른다.
행복을 주는 보라보라 스포츠센터, 회원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내 손이 의지와 상관없이 여자들의 몸에서 떨어진 물방울들을 기계적으로 닦아낸다. 리시버가 귀에 꽂힌 것처럼 사장의 목소리가 은밀하게 들리는 것 같다. 고객님이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깨끗하게 청소하라. 청소하라. 그들이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봉사하라. 봉사하라. 누군가에게 내 두 팔과 두 다리가 조종당하고 제어당하고 있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낚싯줄 같은 것이 나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밀걸레다, 나는 밀걸레다……. (84p)

"엄마, 뭐 해. 날려버려!"
카트를 밀던 사람들과 엄마에게 핀잔을 주던 손님들이 동작을 멈추고 내 쪽으로 고개를 비튼다. 그런데 엄마만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 화가 나면 폭풍우를 몰고 올 수도 있는 사람이 우리 엄마다. 당신은 이제 죽었어. 그런데 엄마는 왜 저러나.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일이 익숙지 않아서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똑바로 하세요."
여자가 몇 마디 더 투덜대고는 총총히 사라진다. 나는 화가 나서 음료수 병을 계산대 위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는다.
"엄마, 왜 참았어? 진짜 실망이야."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엄마 ……."
엄마는 사라지도 마트의 친절 마크가 방긋거린다.
누굴까. 엄마의 표정을 가져가 버린 사람은. (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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