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딸
태혜숙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3년 5월
품절


지금 내 앞에는 북해가 차가운 잿빛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다. 수평선은 수평선은 보이지 않고 바다와 잿빛 하늘이 한데 어우러져 있을 뿐이다. 그 위로 한 마리 새가 ㄴ라개를 활짝 ㅇ려고 심연을 뚫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나는 여러 달 동안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그리고 한 인간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쓰며 이 곳에 있었다.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그저 한 시간 정도 즐거운 기분으로 잃도록 창조된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황량한 현실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정신을 고양시키는 그런 교향악도 아니다. 내 이야기는 절망과 불행 속에서 쓴 인생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묘한 인연으로 우연히 발붙이고 살게 된 대지에 관해 쓰려 한다. 그 중에서도 비천한 사람들의 즐거움과 슬픔,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사랑에 관해 쓰려고 한다. -1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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