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사랑이야기 또하나의 문화 7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엮음 / 또하나의문화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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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다. 언제부터인가 주위 사람들의 결혼식에 초대받는 일이 잦아졌다. 올 봄에도 지인들의 결혼소식이 봄바람을 타고 넘실넘실 날아올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을 보면서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결혼'에 대해 점점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결혼은 언제 하면 좋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이 안 생기면 독신으로 한평생 사는 것도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가까운 친구들과 나누다보면 이야기는 끝이 없다. 언젠가 좋은 사람이 나타나겠지 기다리기에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그렇게 꿈 꿀 수 있는 건 결혼이 아직 먼 미래의 일인 어린 사람들에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 중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새로 쓰는 사랑 이야기>에는 읽을거리가 많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논설과 연구가 실려있고,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적응과 성장'에서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선배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독자들은 꽁트와 새로 쓰여진 동화들을 보면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결혼을 꿈꾸어온 청춘남녀들이 막상 결혼에 임박해서 극심한 갈등과 곤경에 처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 우선 결혼 적령기라는 멍에가 그것이다. 결혼할 상대도 없거니와 그럴 마음도 여건도 갖추어져 있지 않았는데도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이 강요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명절이 싫은 것은 주부들뿐만이 아니다. 결혼적령기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주위의 압박으로 낯이 붉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일도 한두 번 자꾸 들으면 이력이 날만도 한데 들을 때마다 새롭다. 결혼할 모든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이들에게 결혼 종용은 얼마나 부담이 될 것인가. 결혼도 개인의 선택인 만큼 결혼을 종용하는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사랑한다는 것과 결혼한다는 것은 별개의 사건

사랑한다는 것과 결혼한다는 것은 별개의 사건이며 그 사실을 나는 결혼 초보다는 결혼 햇수를 더해가면서 비례해서 강하게 느끼고 있다. 결혼은 낭만적인 사랑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며 부모, 경제문제, 자식 취미 등 모든 것의 복합이기 때문에 결코 쉽고 단순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지 사랑한다고 해서, 결혼했다고 해서 상대방을 나의 감정에 맞추어 생각한다든지 나를 알아줄 거라든지, 그와 나를 하나로 묶어 생각하려는 것은 큰 잘못인 것 같다. - 본문 중에서

'사랑한다는 것과 결혼한다는 것은 별개의 사건'이라고? 그렇다. 결혼은 '생활'이므로 낭만적인 연애와는 당연히 다를 것이다. 결혼한 사람은 배려와 인정, 양보와 희생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부부생활 뿐 아니라 부모가 되는 일은 그래서 힘든 일인가 보다.

사랑한다고 모두가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아니지만 이 책에 소개된 두 남성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연이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웠다. 사랑하지만 여건이 안되어서 결혼할 수 없는 남자를 떠나는 여자, 물론 그녀도 남자를 사랑하지만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사랑을 포기하고 만다. 사랑하고 있을 때는 서로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상대를 떠나보내고 나서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여성학자 박혜란을 비롯하여 결혼한 여성들이 들려주는 낭만적 사랑과 결혼 이야기도 퍽 인상적이었다. 사랑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며 인생에서 그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독자들은 '사랑과 결혼의 닫힘과 열림'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정답도 없고, 연습도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이들에게조차 여전히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때그때 상황을 슬기롭게 잘 헤쳐가기 위해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와 '또하나의 문화' 동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사랑과 결혼에 대한 복잡다단했던 생각들을 정립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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