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 살려쓰기 하나 - 사람을 살리는 글쓰기
이오덕 지음 / 아리랑나라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 보면 실생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가끔 보게 된다. 그래서 무슨 의미인가하고 사전을 찾아보기도 하고, 문맥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보기도 한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나 선생님의 글에서 보는 낯선 단어들도 마찬가지.

그 후 뜻을 알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동안 내가 몰라서 쓰지 않은 말들이지만, 왠지 그런 말을 쓰다 보면 그들처럼 훌륭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은 잘못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친구 한 사람은 내게 이런 불평을 한 적이 있다.

"그 선생님은 다 좋은데, 글을 너무 재미없게 써."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운 한자말이 많아 뜻을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읽고 나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글은 읽는 사람의 지식이 얕아서이기도 하지만, 글 쓴 사람의 잘못인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두루 읽게 하려면 어려운 내용일지라도 쉽게 써서 누가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는 글로 써야 좋은 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문글자 쓰기를 주장하면서 엄청난 돈을 들여 선전을 하고 있는 그 유명한 인사들과 학자란 사람들의 머릿속이 이렇게 텅 비어 있고, 무지하고 어리석은가 새삼 놀라게 된다. 쉬운 말을 하면 내용도 없고 유치한 것이고, 어려운 말로 하면 아는 것이 많고 뜻이 깊은 말이 된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런 이론은 어디서 배운 '높은 수준의 말'인가? 또 글을 쉽게 쓰면 초등학생 수준밖에 안 되고, 어려운 한자말로 써야 수준 높은 지식을 나타낸 글이 된다니, 동서고금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 이런 괴상한 문장론을 주장한 사람이 있었던가?" - <우리말 살려쓰기 1> 본문 중에서

<우리말 살려쓰기 1>은 쉬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려는 사람들에게 딱 알맞은 책이다. 예를 들면, '구체적으로'는 '뚜렷하게'로, '근본적인'은 '근본이 되는'으로 '잔해'는 '부스러기'로, '호우'가 아니라 '큰비'로, '인내심'보다는 '참을성'으로 쓰면 좋을 것이다. 덧붙여 '필자'라는 말보다는 '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고, '-에 의한', '-에 의해'보다는 '-으로는' 이나 '-에는'으로 고쳐 쓰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쉬운 우리 말로 글을 쓰고 싶지만 어떤 말이 일본식 한자말인지, 한자말을 대신할 우리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힘들고, 귀찮아서 그냥 쓰는 경우가 많다.

지금껏 비판의식 없이 써오던 오염된 말들을 완벽하게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글을 쓰려면 한 문장을 쓰는 일도 어려운 일이 될 터이니. 그러나 되도록이면 우리 말을 쓰자는 생각을 안고 글을 쓴다면, 그냥 머리 속에서 뛰쳐나오는 말을 쓸 때보다는 분명 좋아질 것 같다.

왜 진작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아니다.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고 고백해야 하겠다. 그렇게 글을 쓰려면 너무 어려울 것 같으니까. 다음의 글은 우리를 참 부끄럽게 만드는 글이다. 어찌 배운 사람이 덜 배운 사람보다 오염된 말을 쓰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교과서를 비롯해 신문이나 공문서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초등학생들보다 중고등학생들이 더 어렵고 잘못된 말을 쓴다. 중고등학생보다 대학생들이 더 유식한 글말을 쓴다. 어쩌다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말과 글은 학교 공부를 많이 할수록 더 오염되어 있다. 가장 깨끗한 말을 하는 사람은 아직 학교에도 가지 않은 아이들과, 학교 공부를 하지 않아서 책을 읽지 않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란 사실을 여기서 다시 한번 말해 두고 싶다." - 본문 중에서

어린 시절에 쓴 일기나 글짓기한 글들을 보면 참 어린이다운 글이다 싶다가도 그 순수한 마음에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가 많다. 그런 걸 보면 좋은 글의 요건에 어려운 말로 쓰라는 법은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 <우리말 살려쓰기1>은 쉬운 우리말, 살아있는 우리말로 글을 쓰기 위해서 한번쯤 아니, 곁에 두고 여러 번 읽으면 더 좋을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