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죄를 등에 업고 사는 인간의 이미지. 그것에 짓눌려 압사당하지 않고 삶을 열어 나가는 인간의 모습. 이 영화에서 이런 것을 보아낸 이상 뭔가를 쓰지 않을 수 없다. 항상 그렇지만 영화 전체에 대한 평가 같은 것은 내 관심이 아니다. 그럴 능력도 안 된다. 나는 나를 낚아채 가는 특정 이미지들에만 집중한다.
몇 개의 극장에서만 개봉한지라 언제 갈까 주저하다 결국 놓치고 디브이디를 샀고, 한 번에 연결해서 보지도 못하고 이틀에 걸쳐서 보았다.
이 영화에 내가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인간은 그가 지은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그것이 내 영혼의 가장 핵심이 된 것을 보여 주는 방식으로 그것이 내 영혼을 좀먹지 않고 내 영혼에 동참하여 확장시켜나가는 것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죽인 사람에게 어떻게 용서를 구할 것인가, 나는 그를 잊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 마음 가장 깊이 그를 두고 가장 소중한 시간에 그와 함께 한다. 그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와 대화하고 웃고 그와 함께 기념하고 그에게 배운다. 나의 그에 대한 죄의식은 그와 함께 살므로써 굴레나 억압이 아니다. 죄를 기억하는 그 시간은 그에게 항상 평화롭다.
어떻게 그는 이렇게 할 줄 알았을까? 삶의 무게에 짓눌리는 대신 그가 삶에서 배우며 자기 삶을 주도하는 모습, 중요한 것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불행해지는 이유는 내가 반드시 주도해야 할 일에서조차 자행된 무분별한 방치와 그 결과를 통해 배우려하지 않음에서 온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는 시련을 거치며 성장하였다. 그는 그가 사랑할만한 것들이 있음을 확인하였을 때 그것들을 얻으려 계획하고, 다가간다. 계획하고 한 발 한 발 그쪽으로 발을 옮기는 것을, 이 영화는 인물에 대한 미화나 과장이나 감상 없이 보여준다.
보고나서 뇌리를 떠나지 않는 영화,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