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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꿈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평점 :
넷플릭스의 영화를 먼저 보았다. 침묵과 여백의 효과가 압축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와 잘 조화되어 있었다. 문학의 바탕이 유달리 많이 느껴지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가 그랬다. 소설이 궁금해졌고, 개정판이 나오기를 기다려 바로 읽었다.
고아로 친척 손에 자랐고 성인이 된 후에는 철로 개설 현장을 따라다니며 오랜 시간 벌목 일을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일생을 관통하는 큰 사건을 겪는데, 그 사건이 중심에 있고 그 사건 이후로 어떤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 여생을 보여주는 후반 전개가 소설의 전체 내용이다. 짧은 소설인데 산문의 형식 속에 시적인 시선을 담아 한 사람의 일생을 응축시켜 보여 준다.
책도 좋고 영화도 좋은 경우였다. 영화가 각색을 잘 해서 소설이 가진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것을 책을 읽고 나니 알 수 있었다.
다만 영화에서 아내가 좀 이상적으로 곱게 나오고 주인공의 신혼 시절이 그림처럼 표현되어서 척박한 산골 오두막에서의 현실이 저러할까 마음 한 쪽에 의아심이 있었는데, 소설은 아내의 외모와 손에 대한 현실적인 언급을 하고 있어서 더 미더웠다.
소설은 주인공의 죄의식 부분을 영화보다 분명하게 표현한다. 이 인물이 자신의 삶을 수용하는 모습이 체념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자신의 삶을 왜 그러한 자세로 받아들이는지 소설을 읽으면 이해할 여지가 더 주어진다. 벌목장 같은 험한 일터에서 주인공이 엮인 사건 같은 것은 어떤 인간에게는 죄로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죄로 인식하고 자기 삶의 이해에 그것을 적용시킨다. 이런 점이 이 인물의 특징이다. 어렸을 때 죽어가던 어떤 사람을 도우지 않았던 것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 인물은 자신의 가정에 닥친 비극은 자신의 죄, 그 얼룩이 우주의 질서로서 돌고돌아 영향을 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주인공은 순환되는 자연의 일부로 외로운 여생을 묵묵히 수용한다. 자연은 혹독하고 가차없어 상처를 주지만 한 개인의 운명보다 한없이 크다. 또한 상처 입은 개인은 그 품에서 의미와 쉼을 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행복은 짧았고 긴 시간을 의문과 그리움 속에서 지내야 했지만, 자신의 집에서 자연 속에서 결국 자신의 시간을 이해하고 안식을 얻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