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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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욘 포세의 소설이다. 

이야기 구조가 있는 작품은 아니다. 소설보다는 언어의 리듬감을 중시한 점에서 한 편의 장시를 읽는 느낌이 들었고, 죽음에 대한 작가 나름의 해석을 담은 시적 산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죽음에 대한 해석이라 했지만, 인간의 유한한 삶 속에서 죽음이라는 현실을 해석하고 의미를 찾는 내용은 아니다. 삶의 입장에서 죽음을 해석하는 내용이 아니고 삶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상상한 글이랄까. 영혼의 존재를 전제했을 때 가능한 것인데, 육체가 영혼의 상태로 접어드는 죽음의 과정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추천사 중에 이해인 수녀가 등장했는데 그 이유를 다 읽고 나니 알 수 있었다. 죽음으로 접어드는 과정 전반에서 기독교적인 성찰과 신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욘 포세 작가는 아마도 가톨릭 신자인가.


배경이 눈이 내리는 어두워 오는 북쪽 나라의 숲이며 그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화자가 등장하므로, 이런 면에서 너무 아름답고 너무 외롭고 너무 큰 추위를 느낄 수 있다. 종교적 분위기는 살짝 눈 감으면서 홀로됨의 체험을 해 볼 수 있었다. 

일상이 너무 지루한 나머지 그 지루함을 피하여 무작정 방향 없이 마구 차를 몰고 가다가 차가 외딴 곳 움푹한 곳에 쳐박히는데 화자는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화자는 차를 버리고 인가를 찾아 나선다. 숲길을 걷는 중에 해가 진다. 화자는 방향을 잃고 차가 있었던 곳도 알 수 없는 상태로 길을 헤멘다. 여기까지가 중반 정도의 내용이다. 

지루함을 피하려 어디든 마구 내달리고 결국 깊은 숲에서 길을 잃는 상황이 작가가 생각하는 삶의 모습인가 싶다.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다 읽고 바로 책장에 꽂을 수는 없는 책이었다. 천천히 다시 읽어야 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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