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자의 프랑스 이책저책 시간입니다. (금방 급조함)


2025년 1월에 프랑스 독립 서점과, 르몽드 책 코너에 올라온 서평이나 광고 등으로 100퍼센트 제 기준 제 관심을 끄는 책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엔 두 책을 골라봤는데요, 하나는 칠레 작가의 프랑스 페미나 외국문학상 수상작, 다른 하나는 이태리 작가의 스트레가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어쩌다 보니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2024 문학상 수상작들이네요. 


1. <Propre> / Alia Trabucco Zerán












작년 12월에 르몽드 신문의 매주 금요일의 책 코너 <Le Monde Livre>에서 소개됐던 신간인데, 재밌을 것 같아서 메모를 해두었더랬다. 이탈리아계 칠레 여성 작가인 Alia Trabucco Zeran의 책이고, 프랑스어 번역본 제목으로 <Propre>이다. (원서의 제목은 스페인어일 텐데 뭔지 모르겠다. 알라딘에 작가 이름으로 검색을 해 보니 영어 번역본 제목은 'Clean'인가 보다. 책표지도 프랑스판 표지와 똑같다.)


책은 중산층 부부의 가정부 및 보모로 고용돼서 한 집 살 이를 에스텔라의 독백으로 시작하고, 책 서문에서부터 에스텔라는 자신이 보모로 지내던 그 집의 아기가 죽었다는 고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산층 부부와 그 집에 사는 보모.. 그리고 아이의 죽음...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가 바로 떠올랐다. 미리 보기로 읽다가 자극적인 서문에 계속 읽고 싶었지만, 그 당시 읽으려고 사둔 프랑스어 책이 많아서, 에이 일단 있는 거부터 먼저 읽자, 하고 사지 않았더랬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페미나상 외국문학 부분에 이 책이 수상했다는 소식이 발표되고 동네 서점에도 이 책이 서점 주인의 추천과 코멘트와 함께 입고가 된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사고 말았다^^ 이제 한 50페이지 읽었는데 막 아기가 태어났거든요? 아이가 어떻게 죽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기력과 체력이 된다면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포털 사이트에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된 책이 없는 작가인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한국에도 번역이 된다면 참 좋겠쥬?



P.S.

페미나상을 이름만 매년 들어봤는데 정확히 무슨 상인지 몰랐다가 이번에 드디어 검색해 보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프랑스의 유서 깊은 문학상, 공쿠르 문학상의 여성 혐오적, 여성편력적 작품 선정과 재단 운영 방식에 반하여 1904년에 <La vie heureuse> 잡지에서 일하는 여성 20명이 작품을 선정하여 상을 준 것을 시작으로 오늘날의 페미나상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페미나상의 심사위원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2. <L'âge fragile> / Donatella Di Pietrantonio















이 책은 오늘 자 르몽드의 매주 금요일 책 코너 <Livre>에 실린 광고를 보고 알게 되었다. 2024년 스트레가 문학상과 스트레가 지오바니상을 동시 수상했다면서 대대적으로 광고를 때렸는데, '뭐? 두 상을 동시에 받았다고??' 또 혹해가지고 바로 구글링해 보고... 동네 서점에 입고해 달라고 주문 메일까지 보내버렸다. (찾아보니 스트레가 지오바니 문학상은 스트레가 문학상의 청소년 문학 버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공쿠르 문학상의 Goncourt des lycéens 같은 느낌인가봄 )

원서 제목은 이태리어로 <L'età fragile>인데 프랑스어로는 <L'âge fragile>이니까.. 뭔가 생긴게 비슷하니 직역인가 싶다. (프랑스어 제목을 직역하자면 '연약한 나이'? '불안정한 나이'? '무너지기 쉬운 나이'? 정도가 되겠다.... 나도 안 읽어봐서 무슨 뜻으로 지은 제목인지 모름)


출판사의 책 소개 줄거리는 이러하다.


'이탈리아 아브루초의 한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야기 속 화자, 루치아. 그녀는 한 번도 이 마을을 떠난 적이 없다. 그러나 30년 전 이곳에서 끔찍한 범죄의 목격자인 루치아. 시간이 지나 어느 날, 밀라노로 공부를 하러 떠났던 그녀의 딸 아만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아만다는 방에서 나오지 않고 침묵 속에 갇혀있는데.. 아만다의 불안한 침묵과 고통 앞에 무기력해진 루치아는 갑작스레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들을 마주한다. 잊으려고 애썼던 비극이 다시금 떠오르는데...'


사실 줄거리만 보면 딱히 별 내용이 없다 싶었다. 대도시로 '유학'간 딸이 고향으로 돌아와서 방에 처박혀 나오지 않는게 뭐 대수라고... 그 대수 아닌 일이 엄마의 무엇을 자극했길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걸까? 무슨 트라우마? 스트레가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커다랗게 쓰혀있는 책 띄지 밑에는 또 커다랗게 이렇게 써 있다.


"2024년 이탈리아 문학계를 강타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은 소설 !"


아니, 출판사 책 소개가 거의 어떤 정보도 알려주질 않고 있는데 그런데도 상을 타고 이태리를 강타했다고?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궁금해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찾아보니 프랑스에서도 지난주에 번역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더라고. 아직 신간이니 도서관에 나오려면 또 한참 기다려야 할 테니... '또' 책을 사는 수밖엔...


이태리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지만 체감상 오늘날 프랑스에 소개되고 인기를 끄는 이태리 문학이나 영화는 전복적이고 페미니즘서사가 거의 대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책도 그런 이태리 문학 '유행'에 올라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아 읽을 거 너무 많다...


+ 작가를 검색해 보니 한국에 소개된 이 작가의 책이 딱 하나 있네요. <아루미누타>라고! 처음 들어보긴 하지만 궁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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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01-25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책저책 시간...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아브루초, 저는 나탈리아 긴즈부르크의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이탈리아 지역인데요 아르미누타, 책 소개를 보니 아브루초 방언이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달자 2025-01-27 18:41   좋아요 1 | URL
서곡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저는 처음 들어본 지역이었어요 찾아보니 이태리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지방 중 하나라고 하더라구요.

단발머리 2025-01-26 0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자님의 프랑스 이책저책 이 코너 <고정>으로 가야합니다!! 르몽드 신문에 소개된 신간을 소개받는다니 너무 고급진 느낌에 아…
저 프랑스어를 읽을 수 있으면 더 좋으련만~~ 달자님 소개해주신 것만 읽어도 흥미진진하네요. 한국에 소개될때까지 많이 기다려야겠네요^^

달자 2025-01-27 18:43   좋아요 2 | URL
영미권 (특히 미국계) 작가들의 문학/에세이는 프랑스에는 번역 출간이 안됐지만 한국에 번역된 책이 체감상 더 많은 것 같고, 반대로 기타 유럽어권 작가들은 아무래도 프랑스에는 번역됐지만 한국에는 소개 안된 책들이 많더라구요!
 

지금 파리는 첫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함박눈이 펑펑 !!!!❄️❄️❄️☃️ 파리에 눈이, 그것도 이런 함박눈이, 그것도 첫눈으로! 내리는 건 처음 봐서 너무 신나네요 희희희 서재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지구 반대편 첫눈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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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1-21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으로라도 정말 멋있어요.

달자 2024-11-22 06:18   좋아요 0 | URL
점점 거세지더니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퇴근길이 너무 힘들었네요ㅠㅠ 그치만 눈이 귀한 파리에 살아 그런지 반갑더라구요 ⛄️

다락방 2024-11-21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달자 님, 메리 크리스마스!!! ㅎㅎ

달자 2024-11-22 06:18   좋아요 0 | URL
크리스마스ㅠㅠ금방이죠ㅠㅠ 하~~~ 연말에 고독하네요 외롭고 흑흑 한국 가고 싶어라

단발머리 2024-11-21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첫 눈이라니! 파리에 붙이면 뭐 하나 근사하지 않겠습니까만은 ㅋㅋㅋ 파리의 첫 눈이라니 넘 근사해요! 저도 메리 크리스마슼ㅋㅋㅋㅋㅋㅋ🎄

달자 2024-11-22 06:18   좋아요 0 | URL
메리크리스마스 앤 해피뉴이어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11-2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라서 그런지 더 멋있게 보여요.
저도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불어로 메리 크리스마스가 뭔가요?

달자 2024-11-22 06:19   좋아요 2 | URL
Joyeux noël 🎄 !! 조아이유 노엘 이라고 발음해요 희희 👼🏻

자목련 2024-11-22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리에 내리는 함박눈.
제가 사는 곳에는 첫 눈이 내리지 않았어요. 첫 눈이 함박눈으로 내리면 정말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멋진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달자 2024-11-23 00:19   좋아요 0 | URL
함박눈…이 눈보라로 바뀌어서 퇴근길에 아수라장이었네요 ㅎㅎ 그래도 눈 내리는 날이 흔하지 않은 도시에서 모처럼 이른 첫눈을 펑펑 맞아서 기분은 좋았답니다 ⛄️

soohyun 2024-11-2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식 자주 좀 전해주길 부탁할게~~~

달자 2024-11-27 19:15   좋아요 0 | URL
수북 다음편이나 빨리 올려주세요~~
 

나는 많은 언어를 학습하는 것 자체에는 그다지 흥미가없다. 언어 자체보다 두 언어 사이의 좁은 공간이 중요하다.
나는 A어로도 B어로도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A어와 B어 사이에서 시적 계곡을 발견해 떨어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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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에 요즘들어 유독 자주 방문하게 된다. 책방 주인이 일주일에 한번 정도 책 진열 구성을 바꾸는 것 같은데 그 때마다 책 구경을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만 내놓는게 아니라서 출간된 지는 좀 됐지만 참 좋아서 세상의 빛을 더 받기에 마땅한 책들을 그때 그때 선택하는 것 같다. 종종 책방 주인이나 점원의 자필 추천 문구가 표지에 끼워진 책들이 있는데 그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근에는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과 권여선 작가의 <푸르른 틈새> 책이 나란히 메인 매대에 올라와 있었다. 



외람된 얘기지만... 유독 프랑스의 동아시아 소설 번역책 표지가 좀....구리다. 뭐랄까 그... 좀 촌스러운게... 다 결이 통일된 그런 촌스러움이다.... 그들은 아시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표지로 구현한 것 같은데, 그들이 아시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애초에 죄다 구리기 때문에...결과물도 결국 구리게 되는.... 저 표지의 뒷통수... 박상영 작가님의 뒷통수 아니냐구ㅎㅎ 친구가 말하길 저 뒤에 보이는 배경 풍경이 어딜봐서 대도시냐며ㅋㅋㅋㅋ 한국의 대도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고 극대노 ㅋㅋㅋㅋㅋ 


저저번주에는 그 단골 서점에서 파트너에게 줄 선물로 (겸 나도 좀 읽을까 하고) <세계 끝의 버섯>을 샀다. 서점에 있진 않았어서 주문해서 입고 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사러 갔었다. 책을 주문했을 당시 출판사가 파업을 해서 입고가 언제 될 지 모른다고 서점 직원이 말해주었는데 일주일 정도 걸렸나? 생각보다는 빨리 받았다. 마침 책을 찾으러 간 날이 할로윈이었는데, 선물용이라고 말하니 직원이 사부작 사부작 거리면서 꽤 오랜 시간동안 공들여 종이 포장을 해 주었다. 짜잔! 박쥐 모양이 참 귀엽다. 조금이라도 사진이나 그림이 포함되어 있는 책은 이북 말고 종이책으로 읽고 싶은데, 저번에 한국에 가서 사 오려 했으나 무게 이슈로... 사 오지 못했고 그렇게...쭉 읽지 못하고 있는 책이었는데 문득 프랑스에 찾아보니 프랑스어로도 번역이 되어 있어서, 파트너도 아주 좋아할 것 같은 주제와 소재여서 여차저차 선물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프랑스어판 표지가 훨 귀여운 것 같다!




그리고 그저께 산 책 또 소개. 한국 출판계 뿐 아니라 이제 프랑스 출판계의 큰 손이 되어가고 있다 (아님)

Alice McDermott (앨리스 맥델못? 한국어로 뭐라고 발음하나요?)의 <Absolution>과 Mariama Bâ의 <Un chant écarlate>.


<Absolution>은 알라딘에서 찾아 보니 원서로는 나온다. 알라딘 기준으로는 출판일이 2024년 10월이라고 나오는데 그러면 원서가 나오자마자 한달 만에 불어로 번역되어 출판된 건가..? 빠르군... 나는 일단 커버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책을 집었다. 그리고 보통은 줄거리 요약이 나와있는 책 뒷면을 봤는데 아무런 요약이 안써있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펼쳤더니 책 날개 안쪽 왼편에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었다. 프랑스어 번역본의 요약 줄거리는 이러하다 (번역은 제가 한 것으로 오역이 당연히 있을 수 있습니다) :


1963년, 사이공에 막 도착한 젊은 아일랜드계 미국인 파트리시아는 그녀의 첫번째 가든파티에서 세 아이의 엄마인 샤를렌을 만나게 된다. 샤를렌의 막내딸인 레이니는 자신이 갖고 있는 바비 인형의 모든 옷 컬렉션을 뿌듯하게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딱 하나가 부족하다. 그것은 바로 'áo dài'. 이에 가정부이자 훌륭한 재단사인 릴리가 즉석에서 아오자이를 만들어준다. 이에 영감을 받은 샤를렌은 이름하여 '사이공 바비'라는 이름의 자원 모금 행사를 열기로 한다. 이 행사는 파트리시아에게, 이국적인 접대와 자선사업의 위선적인 경묘함이 다스리는 미국인 부인 사교 모임의 기둥인,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과 친목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60년 후, 남편과 사별하고 과부가 된 파트리시아는 그녀의 인생에서 이토록 특별했던 시기에 대해 레이니에게 이야기 해 준다. 당시 그녀의 유일한 관심사는 그녀의 친구가 가진 것과 같은 이미지의 가족을 꾸리는 것에 불과했던, 전쟁 당시 해외로 나가게된 기혼자의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백과 성찰의 형식으로 쓴 긴 편지를 통해서 이야기를 건넨다.


60년 후, 이제는 과부가 된 패트리시아는 레이니에게 당시 자신의 삶의 특별한 시기를 긴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하며, 당시 자신의 유일한 관심사가 친구의 가족처럼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음을 떠올린다. 이 편지는 전쟁 중 해외로 파견된 남자들의 부인 역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형식으로, 동시에 그들의 기억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결국, 앨리스 맥더못은 여성 내면의 섬세한 통찰을 통해 기억의 오류를 포착하고 주인공이 구속을 향한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함께 그려낸다.


아... 사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페미니즘. 제국주의. 인종주의. 계급. 이 모든 키워드가 잘 버무려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확 들지 않나요? 이 주제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소설의 소재로 '베트남 전쟁 중 베트남에 파견된 미국 외교관 부인들의 그사세'를 생각해냈다니 일단 처음 이름 듣는 작가님에게 박수!

개인적으로도 프랑스판 표지가 더 예쁘다고 생각.. 이 책이 칵테일파티로 시작이 되는데 뭔가 표지가 이야기의 첫 장면을 잘 담은 것 같다. 그리고 그링이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로 칠한 것 같은 색감도 책과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책이 좀 긴데 아무튼 화이팅해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다음 책은 Mariama Bâ의 <un chant écarlate>. 

1929년 세네갈 다카르에서 태어난 세네갈 흑인 무슬림 페미니스트 여성 작가인 마리아마 바는 평생 두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는 <이토록 긴 편지(Une si longue lettre)>와 바로 이 책, <Un chant écarlate >. 한국말로 직역하면 <다홍색 노래> 정도가 되겠다. 작가는 평생 3번의 결혼과 9명의 자녀를 슬하에 두고 홀로 키웠다는데...... 

절판이 된 이 도서를 검색하니 딱 한 사람이 리뷰를 썼는데 바로 그 분은 잠자냥님... 역시...... 잠자냥님의 후기는 여기에 들어가면 보실 수 있다. ( https://blog.aladin.co.kr/socker/9297984   )














아무튼, 이 책 뒷면에 쓰인 줄거리 요약을 번역하자면 이러하다.

1980년대. 다카르에 정착한 귀족 특권층의 딸 미레이와, 세네갈 저소득층 가정의 아들인 우스만. 이 두 대학생은 대학교 강의실에서 만나게 된다. 이 어린 커플은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결혼을 결심한다. 그들의 사랑은 전통, 사회적 압박, 그리고 가족의 반대에 저항할 수 있을까? 1929년 세네갈에서 태어난 마리아마 바는 여성 해방을 위한 수많은 싸움을 벌였으며, 그녀의 소설 <이토록 긴 편지>는 1980년, 그녀가 사망하기 1년 전 그녀에게 노마상을 안겨주었다.


이 책은 1/3 정도 읽었는데 문체가 굉장히 시적이고 모르는 단어들도 많이 나와서 속도감있게 읽히지는 않는다.

미레이는 세네갈로 파견된 외교관의 딸인데, 이 외교관이 (그러니까 미레이의 아빠) 완전 겉과 속이 다른 위선으로 가득찬 사람으로 고지식하고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며 딸을 완전 구속한다. 겉으로는 세네갈인들을 존중하는 척 하지만 겉으로는 흑인들을 같은 인간으로 취급도 하지 않고 경멸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이다. 미레이가 바칼로레아(한국의 수능과 비슷한 시험) 이후에 본국, 그러니까 프랑스로 돌아가 대학을 가게 하지 않고 세네갈에 계속 남아 다카르 대학교에 다니게 한 것도, 외교관인 자신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딸을 이용한 것에 불과한...새끼이다. 이에 미레이는 아빠의 구속에 날뛰듯 반대하고 68혁명에도 참가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뿌리는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같은 부잣집 공주님이라는 걸 느끼게 해 주는 구간이 많다. 부정부패, 평등,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뜨거운 학생이지만 너무나 부잣집에 대대로 귀족 집안 출신이라 현실과 괴리감이 너무 크고, 세상을 글로 배운 느낌이 없지 않은 미레이. 반대로 우스만은 다카르 외곽의 조그마한 비스킷 공장을 운영하는 독실한 이슬람교 집안의 아들이다. 우스만의 아버지는 과거 *세네갈 티라이외르, 세계대전 때 프랑스를 위해 싸우다 다리에 부상을 입고 양쪽 다리의 길이가 달라 항상 절뚝거리며 걷는다. 엄마 야예 카디는 언제나 다정하고 상냥하고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의 뜻을 잘 따르는 현모양처이다. 우스만의 부모님 가족은 '여느 가족들과는 다르게' 일부일처제이다. 어릴 적부터 동네 사내아이들의 시시껄렁한 장난이나 남성성을 뽐내는 허풍에 관심이 없고 남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갖은 애를 쓰는 또래 여자아이들에게도 관심이 없다. 알라와 뜻, 그리고 아버지의 뜻을 이어 받아 신에게 충성하는 신실한 삶을 꿈꾸던 감수성 뛰어난 모범생 우스만은 처음으로 미레이의 새하얀 목덜미를 보고 입을 마추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아무래도 소설이라는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등장인물 중 누군가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거나 동일시를 하게 되는데 이 소설만큼은 잘 모르겠다. 나는 가난하지도 (우스만의 집은 제대로된 욕실도 없고 차가운 구리 판자로 만들어진 간이 샤워실에서 아침에 몸을 씻는다), 부잣집 딸도 아니고, 우리 아빠는 외교관도 아니고, 과거 식민 지배를 당했던 나라이자 동시에 오늘날 선진국(....할말하않)인 곳에서 나고 자랐다. 가부장제에서 자랐으나 아버지가 나의 꿈을 정해주지도, 종교의 신념이 강제된 적도, 아니, 무교 집안에서 자랐다. 나는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다. 나는 내 인종이 절대 다수를 이루는 주류인 사회에서 나고 자랐지만 현재 있는 곳에서는 소수 인종으로 지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재미있다. 내가 결코 체험할 수도, 생각할 기회도 없을 그런 다양한 얽히고 설키는, 나에게 해당사항이 없는 정체성들의 교차점들을 등장인물들이 나 대신 얽히고 설키고 꼬이고 풀고 자르고 해 주기 때문이다. 이래서 책을 읽는거지... 책을 읽지 않는 삶을 살았다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납작한 사람이었겠지. 지금으로써는 상상할 수가 없다. 이런 책을 읽고 살지 않는 삶.


아무튼,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밀린 책이 너무 많아서....사라 아메드의 <감정의 문화정치>도 영 진도가 안나가고 있는데...(공쟝쟝님, 제가 중도 포기 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ㅠㅠㅠㅠ ) 그것도 불어로 언제 다 읽냐.. 내가 저번에도 읽어보겠다고 하고 후기 안 남긴 책들이 꽤 되는데 이번에는 꼭 귀찮...음을 무릅쓰고라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아니, 그 전에... 일단 읽어보겠습니다 ㅎㅎ... 이만 총총..


(Tirailleurs sénégalais; 프랑스의 식민지인 부대 중 가장 잘 알려진 식민 부대로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의 토착민들로 구성었으며 1857년에 창설되었다. 초창기엔 프랑스의 아프리카 남사하라 지방의 정복과 마다가스카르의 정복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세계대전에도 참전하였다. 당시 병력 충당이 어려웠던 프랑스는 자국 식민지 흑인들을 강제, 반강제로 징병하여 프랑스 국기 아래 싸우게 하였다. 흑인은 열등한 인종이라는 명목하에 주로 이들은 최전선의 총받이로 '쓰였'다. 공식적 집계로만 약 20만명의 세네갈 티라이외르 병사들이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 - 달자의 역주, 위키피디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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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비 2024-11-14 0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자님 프랑스 사시는군요! 부럽네용. 박상영 책 표지는 너무 웃기네요. 한국 대도시를 뭘로 생각하는건지ㅎㅎㅎ 극대노할만 합니다.

달자 2024-11-14 18:56   좋아요 1 | URL
그쵸ㅋㅋㅋ 아니 제목부터가 대도시인데 대체 ㅋㅋㅋㅋ..... 프랑스는 추워요 연말이 되니 한국에 너무 돌아가고 싶어지네요

공쟝쟝 2024-11-14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미 중도 포기(는 아니고, 저는 좋아하는 책은 애껴 읽어요 ㅋㅋㅋ)한 사람이라 할 말은 없지만 ㅋㅋㅋ 달자님 가계시면 따라 갈게요… 일단 이거 900페이지좀 치우고 갈게요!!
사라 아메드 넘 아름답쥬?

건수하 2024-11-14 10:43   좋아요 1 | URL
아.. 저도 좋아하는 책을 애끼나봅니다. 전 심지어 읽지도 않고 애끼고 있습니다 ...

공쟝쟝 2024-11-14 11:28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만나긴 하는데 헤어지기 싫어하는 거라구욧!! ㅋㅋㅋ 수하님은 안만난 거 ㅋㅋㅋ 😤

달자 2024-11-14 18:57   좋아요 1 | URL
수하님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읽지도 않고 애끼는 책들 있습니다 많구요^^.... 좋아하는 책은 아껴있는 그 마음 넘 알죠. 근데 사라 아메드 이 책은 특히 초반이 (서문이) 너무 안읽혀서 책 펼치자마자 고비가 찾아왔지만... 그거 넘기니까 괜찮더라구요 역시 ㄴㅓ무 좋고 아름답습니다

2024-11-14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14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14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14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4-11-14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도시의 사랑법 배경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에 저런 표지 ㄷㄷ 한국의 대도시... 서울은 너무나 대도시인데 말입니다 ^^

아래 올려주신 두 책 다 재미있어 보이네요. 요즘 소설은 거의 못 읽고 있는데...

달자 2024-11-14 18:54   좋아요 0 | URL
그쵸 아니 서울을 뭘로 보고^^ 대황당^^...... 전 반대로 요즘 소설만 자꾸 읽고 싶어요~

2024-11-15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이 페이퍼 진짜 대박이네요. 감정의 문화정치 포기하지 않으시도록 저도 읽어볼까요? 일단 시작한 책이 많긴 한데.. 흠흠.

다락방 2024-11-15 07:49   좋아요 1 | URL
앗 이 댓글 제가 쓴건데 왜 비로그인으로 되어있을까요?
[이토록 긴편지]를 읽어볼까 싶은데 잠자냥 님 별 셋..이네요?
하여간 이 페이퍼 너무나 아름답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프랑스에서 서점 가고 책 사고 책 읽는 달자 님, 진짜 흥하세요. 꽃길만 걸으세요!!

달자 2024-11-15 21:37   좋아요 0 | URL
누구신가 했네요 다락방님 ㅎㅎㅎㅎ 잠자냥님 왜 별 세개일까.. 잠자냥님이 그렇다 하면 생각보다 별로일지도...? 근데 잠자냥님 별점 기준 은근 빡세시잖아요 (아닌가?)

책이야기 2025-01-15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Absolution 관심 있게 보고 있었는데, 소개해 주셔서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혹시 이 책을 읽고 생각나신 다른 책이 있을까요?
 

실비의 사랑은 점점 커져서 그의 주변을 채웠고, 그의 삶 전체가 되었다. - P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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