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가 쓴 알탕 문학, 알탕 문화의 폭력과 기만을 까발리다

만약, 평소에 아는 체, 친한 척 일절 없던 단골 서점 주인장이 대뜸 내게 다가와 이 책을 강력 추천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이 책을 결코 살 생각도, 읽을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검은색 바탕 표지에 표범 얼굴이 나를 노려보고 있고 그 위에 호박색으로 대문자로 쓰여있는 ‘맹수’… 뭔가 b급 스릴러물일 것 같아서…^^ 거기다 어마 무시한 두께도 한몫했다..

원래 사려고 했던 책을 찾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서점 주인장이 내게 오더니 « 제가 원래 손님에게 책 추천은 먼저 절대 안 하는데요 »로 시작하면서, 어젯밤에 이 책을 다 읽고 늦게 잤는데 너무 재밌고 엄청나게 강력한 책이라며, 줄거리는 하나도 안 얘기해 주고 그저 ‘엄청나니 추천한다’라는 말만 반복하셨다… 그래서 무슨 내용이라고 물으니 « 서커스 극단에서 벌어지는 내용인데요… » « 스릴러물인가요? » « 아니요 스릴러는 아닌데 스릴 있어요… »라고 하셨다(???) 이거 참… 대체 무슨 책인데 그러실까;; 서커스? 맹수? 표범? 그 어느 하나 끌리는 소재가 없었지만 오로지 서점 주인장님의 뚝딱거리는 추천에 이끌려 원래 사려고 갔던 책은 잊어버리고 이 책만 사고 서점을 나섰다.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아빠의 ‘최애’ 아들이었던 둘째 토니가 어릴 때, 아빠의 상습적 폭력을 견디지 못한 엄마는 형 John만 데리고 토니를 남긴 채 집을 떠난다. 그 이후 홀로 폭력적인 아빠의 밑에서 생존을 위해 슬픔을 분노와 폭력으로 지우는 법을 습득하며 커버린 열일곱 살의 토니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집을 떠나게 된다.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었던 토니는 우연히 서커스 유랑단 Pulko의 차에 몸을 싣고 도착한 곳에서 Pulko 서커스 극단에 입단하기 위해 허드렛일부터 시작한다. 성실함으로 폐쇄적인 pulko 커뮤니티의 문을 조금씩 여는 데에 성공한 토니는 유랑단의 우두머리 Chavo처럼 맹수 조련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운다.

이 소설은 줄거리만 따라가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을 지닌다. 화자인 토니는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정작 그의 시선과 그가 추종하는 인물들의 사고방식은 좀처럼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과 자신이 형님으로 모시는 남성들을 변호하면서도 동시에 혐오한다. 여성을 도구화해서 그걸로 성욕에 허세까지 채우다니, 이렇게 가성비 넘치는 여성을 혐오하면서, 그런 감성과 생각에 젖어드는 자신을 또 혐오하고, 그걸 풀기 위해 여성을 또 이용한다. 그리고 그런 쓰레기 같은 ‘나’, 어쩔 수 없는 ‘나’에 취한다… 그 혼란스러운 토니의 목소리는 그의 비굴함, 더 나아가 가부장제와 여성혐오 강간 문화의 말 같지도 않은 모순만 더욱 부각시킬 뿐이다. 작가는 집필에 앞서 1980~90년대, 오늘날 ‘집시’로 불리는 유럽 로마족 공동체의 서커스단을 직접 조사했다고 하는데 생동감 넘치고 사실적인 묘사에

이 책이 한국에 번역 출간되어야 하는 이유?

  1. 스릴 넘치는 비스릴러소설

  2. 프랑스, 하면 언제까지 에펠탑, 로맨스, 바게트만 생각할 거야? 도파민 폭발 서커스 맹수쇼 한번 가시죠.

3. 알탕 문학으로 알탕 문화를 까발리는 정공법 소설. 근데 프랑스 알탕 문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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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돌봄 선언 - 상호의존의 정치학 니케북스 사회과학 시리즈
더 케어 컬렉티브 지음, 정소영 옮김 / 니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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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차 독서모임 책이여서 읽긴 했는데 솔직히 정말... 허무맹랑한 소리 투성이다. 하나 마나한 얘기를 쓰는 서방국가의 책을 보면 정말이지 이마에 꿀밤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다. 트위터에서 알티 많이 되는 트윗 타래를 읽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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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여러 모습 중 반드시 하나의 모습만을 받아들일 필요 없이 거의 무한대로 자신의 모습을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모든 피조물들 중에서 상당히 독특한 존재다. - P64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특별한 과거가 없었더라면 현재의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임을 이해한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더 이상 과거를 이루는 핵심 요소들을억압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과거의 다양한 모습을 자신만의 독특한 삶의 기술에 녹여 냄으로써 그 과거 전체를 "소유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과거가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우리는 과거를 현재의 구성 요소로 바꾸어 끝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해야 한다. 과거를 없애 버릴 수는 없기에, 우리는 과거를 자신만의 독특함을 실현해 내는 데 꼭 "필요한" 무언가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고통을 특별하고개인적인 의미로 바꾸어 내는 한 가지 방법이다. 분명 이 과정은 항상 성공적일 수는 없다. 우리가 삶이라는 조직의 일부로 통합해 내는 데 실패한 고통이 닿지 않는 곳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발전할 수 있다. 고통을사라지게 할 수는 없더라도,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는 주도권을 고통에게 내어 주지 않음으로써 고통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과거의 고통이 현재의 모습을 결정짓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면서도, 과거가 항상 현재의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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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버거운 사람들을 위한 뇌과학 - 광활한 우주를 살아가는 나와 뇌의 작은 연대기
레이첼 바 지음, 김소정 옮김 / 현암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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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버거운데 마침 트위터에서 김명남 번역가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을 받기엔 내 삶은 너무나 버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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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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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 나라의 편집자에게 바치는 사랑과 존경의 세레나데.

꾸밈없음, 정직, 근면성실, 신중, 겸손, 느림. 이런 가치로도 직업적 성장이 충분히 가능했던 시대를 지나온 구세대가

꾸밈없음, 정직, 근면성실, 신중, 겸손, 느림. 이런 가치가 여전히 존중받고 인정되는 세 손가락에도 꼽힐까 말까 한 분야의 아주 좁은 업계에 있으면서 쓴 이야기. 만약 이 이야기가 일정 부분 이상 출판계의 분위기와 문화를 잘 반영한 거라면 이 이야기가 비출판계에 있는 사람들에겐 비현실적인 판타지 소설로 읽힌다는 사실을 이 책을 편집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까?

책도 결국 세상 '밖'에다가 파는건데 정작 그들과 바깥 세상과의 거리감과 괴리감을 그들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독자로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자꾸만 비판적으로밖에 읽히지가 않는, 그렇지만 재밌는 소설이었다. 하루만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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