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서 승강장 벽에 붙은 전시 포스터를 보았다.


CHANEL soutient l'exposition « Extérieurs – Annie Ernaux & la Photographie  » - CHANEL

https://www.mep-fr.org/event/exterieurs-annie-ernaux-et-la-photographie/

(유럽 사진 전시회관, 정도로 해석되는 MEP 사이트의 아니 에르노 사진전 공식 링크)


아니 에르노 사진전?

사진 속 저 여자가 아니 에르노인가...??

아니 에르노가 사진도 했었나...??

아니 에르노가 사진을 찍는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뭔가 아니 에르노가 찍힌 사진전인가.. 

그럼  여자가 아니 에르노 젊었을  인가 보군... 이렇게 말도 안되게 생각했었다ㅋㅋㅋ


근데  전시 포스터를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세번 보니  궁금해 졌다.

대체 아니 에르노의 무엇을 전시하는 전시란 말인가.


그래서 찾아보니....










아니 에르노의 작품인 <Journal du dehors> (한국 번역서 제목 <바깥 일기>)  실제 사진으로 해석한 전시라고 한다.


 역시;; 아니 에르노 초상화 전시일 리가 없잖아;; 머쓱...  한번 쓰윽 닦아주고 나니 그런 전시라면 흥미가 생기는 것이었다..! 


좋았어 전시를 보러 가겠어. 근데  책은 읽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책을 읽지 않고 전시를 보러 가는  하등 소용이 없겠군...  책을 읽자! 근데 무슨 책이냐? 하고 보니 아니 에르노가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살았던 파리의 수도권 도시, Cergy 중심으로 그녀가 오고 갔던 여러 파리 중심과 변두리의 모습을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사진을 찍듯이텍스트로 찍어 남긴 묘사집이었다.


(노르망디의 소도시에 나고 자란 아니 에르노는 교사 였을  Cergy에서 일을 했었다고 읽은  있음. 그리고 파리 어디 학교에서도 일을 했다고 읽은  같은데..)


아무튼. 그래서  책을 읽자, 하고 프랑스의 알라딘이라   있는 Gibert Joseph 라는 대형 중고 매장 사이트에서 검색을  보니 재고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책을 사자. 하고 퇴근 하고  들어가는 길에  근처의 작은 서점에서 사자. 라고 마음을 먹었으나..


대체  퇴근 시간  되어서 갑자기 사건 사고들이 터지는지!!!!!

퇴근 시간 30 전에는 새로운 일을 못주는 노동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며칠간 서점이  닫는 시간 내에 퇴근을 하지 못해 ㅠㅠ 사지를 못하다가 드디어! 서점  닫기 15 전에 도착. 


안녕하세요.. 아니 에르노의 <Journal du dehors>있나요.. 했더니 맞은편 서가를 가리키며 저기에 없으면 없는 거예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알파벳 순으로 정리해 놓은 프랑스 작가 서가에 에르노...에르노...E....E.... 보니 하필  맨꼭대기 칸이어서 키가 닿지 않은 나는 계산대 옆에 있던 미니 사다리를 주섬주섬 가지고 와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다시 에르노를 찾았다. 

손등으로 훑었던 여려권의 E 시작하는 작가 이름들......그들  절대 다수는 백인 남자였을 E 시작하는 성씨의 작가들을 주욱...훑으며 E...Er...Erm........Ernaux 찾았다!


근데  Journal du dehors 없는 것이었다.

사다리를 내려가 직원 분한테 저기요 없는데요...하니까 새로 주문해야 한다며 이름이랑 이메일 주소를 물었다. 그렇게 책을 주문하고, -" 책은 다음주 화요일에 들어올 거예요"-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대는데  직원 분이 말씀하시길  동네에 아니 에르노 살걸요? 하시는 거다.


"? 아니 에르노가 저희 동네에 산다구요????"


서점 오는 길에 두번이나 지하철에서 만났다고 하셨다. 같은 노선과 같은 방향 같은 정거장에서 만난 걸로 보아  주변 (최소 같은 ) 정도에 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고 하셨다.


 일리가 있네요. 내가  관심을 보이니  직원 분은  동네에 사는 유명인 이름을 줄줄이 댔는데 (프랑스 코미디언, 프랑스 안방극장 왕년의 스타 등등...)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어서 머쓱했고;; 내가  모른다고 하니깐 직원분이 마치 한국에서 너무나 당연한 대중문화 상식도 모르는 사람 보고, 북한에서  간첩이냐고 묻는듯한 그런 눈빛으로 ㅋㅋㅋㅋ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명 아는 사람 이름을 대더라, 최근에 교체된 프랑스  장관 Elisabeth Borne 집이   바로 끝쪽에 있다고.. 자기도 한번 마주쳤다고... 그래서 내가  ... 아니 에르노나 배우들보단 조금  섹시한 이름이네요...했더니 그분도 끄덕끄덕  그렇죠... 확실히  섹시하죠.... 


 이런 식의 대화가 오고 가다가 서점 직원과 스몰 토크를 했고  분은 한강 작가의 빅 팬이고 내가  분이  책을 원서로 읽는다고 했더니 굉장히 뭐랄까 가슴이 뻐렁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점원분도 내가 학사를  도시 (리옹) 에서 비슷한 시기에 학사를 했다고 해서 리옹 얘기도  하고 이사 온 지 얼마 됐냐, 얼마 안됐다... 현재 사는 동네 이야기도  하구...  한강 작가님이 채식주의자로 부커상 받으셨을  내가 있던 리옹 대학에 오셨어서 채식주의자 관련 이야기 나눴던 얘기를 했고  직원 분은 작년에 15구의 서점에서 일했을  한강 작가님 초청 강연? 같은  있었을 때 봤던 이야기 하고...


 암튼 그렇게 나답지 않은 스몰톸을 하면서 서점의 책들을 훑어보다가 그 날 아침 회사 컴퓨터 인터넷 브라우저 메인창에 (여기선 Microsoft Edge 써야 한다...) 광고로  도미니크 바베리스의 <Une façon d'aimer>라는 책이  있는 것이었다. ( 몰랐지만 23년에  책이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부분 대상을 받았다고 하네요)

가끔 회사에서 몰컴할  프랑스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훑어보는   흔적이 남아서 그런지 ...내가 좋아할 법한 책만 귀신같이 알아서  추천 광고가 뜨더라고... 암튼,  책이 가판대에 보이길래 집었는데 마침 서점 직원의  추천 메세지가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프랑스 식민지령 카메룬에서 찍힌 돌아가신 이모 마들렌의 사진. 20세기  격변하는 역사에 휘말려 카메룬에 두고  이모의 비밀과 사랑 어쩌구 저쩌구... 제국주의 시대의 소용돌이에 함께 들어가 시간 가는  모르고 마들렌의 비밀을 찾고싶으신 분들에게 추천.>  대충 이런 식의 추천사가 손글씨로 적혀있었다. 역사에 휘말리고 사랑에 휘말리고 비밀에 휘말리고 이런  너무  스타일 아니겠습니까? 거기다가 과거 제국주의의 영광을 자랑스러워 했다가 수치스러워 했다가를 반복하는 1세계 대표 식민가해국 프랑스에 사는 이민자로서  이런 스토리는  구미를 당기거든요...

혹시나 뒤라스의 <연인>처럼 식민지뽕이 가미되어서 내내 찝찝한 소설이면 어쩌나  반신반의하게 되지만 .. 한번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맞다! 그래서 드디어! 어제! 퇴근을 생각보다 일찍한 틈을 타서 서점에 전력질주해서 ㅋㅋㅋ   닫는 시간 10 전에 세이프해서 주문했던 <Journal du dehors> 찾아왔답니다. 후후

(사진은 회사에서 몰래 꺼내서 찍은 인증샷 희희)


읽고 싶은 책이 너무 쌓여있는데.... 언제  읽죠... 

암튼! 제가 여력이 생긴다면...   읽고 전시까지 다녀와서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담은 못함...

그럼 이만 총총..


P.S.

아니 게시물에 대체 사진 크기는 어떻게 줄이는 건가요?

알라딘 서재는 다 좋은데 글 올리는 게 왜이렇게 힘든지,,, 옛날 싸이월드나 세이클럽도 이거보단 텍스트 편집하고 사진 올리고 하는 게 편했던 것 같은데...


Sur le mur du parking couvert de la gare R.E.R. il y a un écrit : DEMENCE. Plus loin, sur le même mur, JE T‘AIME ELSA et IF YOUR CHILDREN ARE HAPPY THEY ARE COMMUN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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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15 0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르노 언니랑 한동네 사는 서재 친구 달자 님.

달자 2024-03-20 02:14   좋아요 1 | URL
언젠가 실물 영접하게 되면 후기 남기겠습니다..

공쟝쟝 2024-03-15 0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미쳤다….. 거 저기 여기 동양인 광팬 있다고 전해주세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니 사랑합니다!!! 달자님은 저의 사랑 전서구로 오늘부터 근처 비행 틈틈 부탁드립니다 ㅋㅋㅋ!!!

달자 2024-03-20 02:15   좋아요 0 | URL
언젠가 마주칠 지도 모르는 에르노 선생님께 제가 전해드리겠습니다.,,

난티나무 2024-03-15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왓!!!! 정보 감사합니다!! 저 지난주에 빠리 갔었는데 ㅠㅠ 그 옆 지나갔는데 ㅠㅠ 몰라서 못 갔네요 ㅋㅋㅋ 소설부터 읽자!!!

달자 2024-03-20 02:15   좋아요 0 | URL
오오 파리 오셨었군요!!! 조은 시간 보내셨나요~~

난티나무 2024-03-20 18:50   좋아요 0 | URL
넵! 나름 알찬 시간이었어요. ㅎㅎ
저도 에르노 책 샀습니다. 읽고 전시 가보려고요.^^

청아 2024-03-15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달자님의 글! ^^*

달자 2024-03-20 02:15   좋아요 1 | URL
글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끄적거림이네요 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