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고 김소진은 소설을 '기억에 붙인 살'이라고 했었다. 아마 그가 아직 세상에 남아 이 이야기를 읽었다면 분명히 나처럼 말했을 것이다. 그 기억에 붙인 살들이 아름다운 황조롱이가 되어 날아갔다고.

선견지명과 괜찮은 독서취향을 가진 룸메이트 덕분에 동구를 만났다. 한동구. 아마 나보다 열살 남짓 나이가 많겠지? 77년도에 귀여운 여동생 영주를 만나고 79년도에는 아름다운 박영은 선생님을 만나고 그리고 80년에는 모두를 잃었지만 섭섭해 하지 않으려 하는 아이.

동구는 참 어른스럽고 속이 깊은 아이예요. 라고 부모님과 할머니에게 박영은 선생님이 편지하지 않았어도 책을 읽는 사람은 모두 안다. 동구가 얼마나 사려깊은 아이인지. 아름다운 감성을 가진 아이인지.

영주 돌상을 차리던 어머니의 손놀림과 난독증 때문에 글 읽기가 어려운 동구를 때리던 아버지, 패악을 떨어 이해할 수 없었던 할머니의 욕지거리들. 동구의 머리속에서 고스란히 글로 옮겨진 것처럼 보이는 신선한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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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적 기운이 묻어나는 로맨틱코미디, <그녀를 믿지 마세요>
Key <동감>의 청순가련한 김하늘을 믿지 마세요, 모델 출신의 세련된 강동원도 믿지 마세요.

최양일 감독의 <헤이세이 무책임일가: 동경디럭스>를 보면 일가족 사기단이 나온다. “속기보다는 속여라”는 가훈으로 똘똘 뭉친 이 가족은 천부적인 연기력과 비상한 잔머리, 단체라는 장점을 무기로 기발한 사기를 치고 다닌다. 그러나 이 가족의 엽기적인 사기행각이 밉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이들이 주류사회로부터 소외받은 마이너리티의 비애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둘러앉은 식사시간, “행복은 우리 것이 아냐, 저 강 너머 사람들의 것이야”라며 쓸쓸히 젓가락질을 하던 둘째아들 미노루의 대사는 그 왁자지껄한 소동극을 소요시키는 애잔한 울림을 준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도 사기꾼 여자가 등장한다. 가녀린 몸매와 순진한 얼굴로 사람 속이기를 밥 먹듯이 하고 다니는 이 여자, 주영주(김하늘)는 “슬픈 듯 슬픔을 억제하는” 연기력을 동원해 형무소 안에서도 사기를 친다. 결국 가석방 허가를 받아낸 여자는 같은 방 죄수들을 앉혀놓고 “이 불신의 시대에 사람을 믿게 한다는 게 쉬운 일인 줄 아냐”며 사기도 고도의 두뇌회전을 요하는 엄연한 기술임을 주장한다. 그러나 영주가 필사적으로 형무소를 빠져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유일한 가족인 언니가 결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언니가 교도소나 들락날락거리는 자신을 부끄러워 하건 말건 간에.

그러나 영주가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공희철(강동원)의 반지를 손에 넣게 되면서 일은 급속도로 꼬여간다. 반지를 돌려주러간 길, 택시 안에서 우연히 던진 말 한마디에 영주는 졸지에 공희철의 약혼녀가 되고 결국 옆집 숟가락도 셀 만큼 작은 동네 용강마을에 불시착하게 된다. “가석방에 혼빙(혼인빙자)이라니, 피박에 광박”이라고 투덜대는 영주의 거짓말은 점점 더 큰 거짓말로 불어나고, 생전 처음 보는 여자의 애아빠가 되어버린 공희철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발악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버지의 불호령과 마을 사람들의 실망스런 눈초리뿐이다.

이 영화는 정석으로 통용되었던 것들을 조금씩 뒤틀면서 웃음을 유발시키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여성 관객에게 접근한다. 번지르르한 사기꾼 제비가 아니라 순진무구한 얼굴로 위장한 사기꾼 처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남자주인공은 ‘밀감아가씨’가 아니라 ‘고추총각’ 선발대회에 나가서 자신의 장기를 뽐내야 하는 처지에 이른다. 또한 남자들 사이의 흔한 우정 대신 여자들간의 두터운 연대나 믿음, 쿨한 의리를 전면에 내세운다.

영화 전체를 꿰어내는 감독의 솜씨는 데뷔작답지 않게 비교적 촘촘하고 안정적이다. 과장을 누른 채 천천히 쌓아올린 캐릭터의 견고함은 결국 사기녀와 피해남성 사이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로맨스에 이르면 그 전형성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따뜻한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또한 충북 음성 고추축제에 가서 직접 따온 현장컷과 연출컷을 섞어서 편집했다는 축제장면은 일용직 엑스트라가 만들어낼 수 없는 북적거리는 흥분을 전달한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전지현이 그랬던 것처럼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거친 김하늘의 연기는 대부분 영화의 호흡을 쥐고 갈 만큼 파워풀하다. <바이 준> <동감>에서의 청순가련한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가히 사기수준이라 할 만하다. 이는 단순히 연기력의 발전이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자신의 어떤 행동이나 말투에 관객이 열성적으로 반응하는지를 체득한 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함의 결과로 보인다.

물론 “남은 속여도 자신은 속여선 안 되는 법이야” 같은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이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초반의 전복적인 기운을 배반하고 당연한 수순을 밟아나가는 후반부의 호흡이 처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 알고 보는데 니 사기는 진실 같은 게 느껴져, 진실!”이라던 한 형무소 친구의 농담처럼, 이 클래식한 로맨틱코미디 역시 다 알고 보는데 진실 같은 게 느껴진다.

백은하/ 자유기고가 lucielife@naver.com

 

from http://www.cine21.co.kr/kisa/sec-003100100/2004/02/0402171558550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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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ce 2004-02-2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본 영화들은 Sisterhood 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도 그렇고 Somethings' gotta give 도 그렇고. 모두 LoveLove 하게 되었지만, (그래서 부럽지만.--;)
그래도 Sisterhood 는 꽉 잡고 있으니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
 

하지만 행복했고 살아갈 힘을 느꼈다. 나는 육체적 죽음과 더불어 끝나지 않는 어떤 존재의 상태가 있다고 항상 믿었다. 멀리서도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할 수 있음을 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데렉의 죽음 이후에 일어난 일들로 해서, 마음과 마음이 시간을 거슬러서 서로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p.208

등을 대고 똑바로 누워서 나는 어두워지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만약 인간이 모든 신비감과 경외감을 잃게 된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좌뇌가 우뇌를 완전히 장악해서 논리와 이성이 직관을 지배하고, 가장 내면적인 부분들인 마음이나 영혼으로부터 우리를 영원히 분리시킨다면. 햇빛이 사라지면서 별들이 밝은 것들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이 점차로 밝고 반짝이는 빛의 점으로 가득 찼다. 분명히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자 중 하나이자 사색가인 아인슈타인은, 별들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 가득히 느끼는 놀라움과 겸허함에 의해 항상 새로워진다는, 삶에 대한 신비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p.227

너의 날들이 남아있는 한, 너의 힘도 그러하리니.

p.333


 

 

 

 

 

 

 

 

http://www.janegoodal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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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Young (by the corrs)

We were taking it easy
Bright and breezy
We are living it up
Just fine and dandy
We are chasing the moon
Just running wild and free
We are following through
Every dream, and every need

And it doesn't really matter that we don't eat
And it doesn't really matter that we don't sleep
It doesn't really matter, it doesn't really matter at all

'Cause we were young then, we are so young, so young now
And when tommorow comes, we'll just do it all again

We are caught in a haze
On these lazy summer days
We're spending all of our nights just
Laughing and kissing, yeah

No it doesn't really matter that we don't sleep
No it doesn't really matter that we don't sleep
It doesn't really matter at all

'Cause we were young then, we are so young, so young now
And when tommorow comes, we'll just do it all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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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by 패닉

내 마음속 강물이 흐르네
꼭 내 나이만큼 검은 물결 굽이쳐 흐르네
긴 세월에 힘들고 지칠때
그 강물위로 나의 꿈들 하나둘 띄우네

설레이던 내 어린 나날도 이제는
무거운 내 길위에 더 무거운 짐들
조금씩 하나씩 나를 자꾸 잊으려
눈물을 떨구면 멀리 강물 따라
어디쯤 고여 쌓여가겠지
텅빈 난 또 하루를 가고
내 모든 꿈은 강물에 남았네

작은 섬이 되었네

 

@가만 보면 나는, 어쿠스틱 기타에 약하다. '기다리다'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패닉의 넘버. 그들도, 나도, 언제나 센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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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1-08 0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패닉 2집 중 강이 제일 좋더라구요. 감성을 후벼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