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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거의 아무 것도 읽거나 쓰지 않고 지냈다. 읽는 일과 쓰는 일이 마음의 여유로부터 생긴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새로운 집과 학교와 보스에 적응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비교하는 마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학교와 집이 조금 더 멀어지고, 밤이 되면 거리는 조금 더 위험해지고, 보스는 조금 더 시니컬하다. 가족과 친구들이 곁에 없고 내가 먹을 음식들을 직접 요리해야 한다. 대신 날씨는 조금 더 다정하고 - 장마와 더위를 피한 것은 다행이겠지 - 실험실은 조금 더 풍족하다.

LA를 좋아하게 될까? UCLA는 금새 익숙해졌다.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니는 일도, 꽤 넓은 캠퍼스의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는 일도 이제 익숙하다. 가끔 학생회관의 서점에서 책들을 구경하거나 캠퍼스를 거니는 일은 즐겁기도 하다. 슈퍼에서 유기농 채소를 고르는 일도 서툴지만 재미있다. 산타 모니카 바닷가나 게티 센터를 거니는 것도 좋다. 그러나, 사랑하기에 LA는 너무 큰 도시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사고도 많은 이 곳에서 나는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조금 더 긴장하게 된다. 시간이 더 지나고, 이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도 LA에서 보낸 시간은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준비하고, 긴장했던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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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후에, LA 로 가게 된다. 앞으로 1~2년, 혹은 그 이상 UCLA에서 일할 예정이다. 불편한 것은 없을 것 같다. 돈과, 기대와, 근거없는 자신감만 잘 챙겨가면 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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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방황의 나날이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방황의 나날임에도 불구하고' 그런건지, 알 수는 없지만 또다시 부지런히 무언가 읽고 있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산 Kiss & Tell 을 읽는 도중에, 또 우연히 <사람풍경>을 읽게 되었는데 놓을 수가 없어서 보통 씨에게 양해를 구한 후 다 읽어버렸다. 그러나 때맞추어 도서관에서 대출 예약해 놓은 <남자 vs 남자> 를 찾아가라고 해서 얼른 찾아와 그것도 마져 읽었다. 실험 하는 도중에 패닉 4집을 들으면서 책을 숨가쁘게 읽었다. 다 읽고 나니 등산하고 목욕탕 갔다 온기분이다. 그리고 나서 Kiss & Tell 의 파란 하늘 뭉게 구름 표지를 보니 깊은 숨이 쉬어졌다.

 

   융을 많이 읽은 듯한 김형경씨의 글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인지, 내가 휘적휘적 즐겁게만 다녔던 여러 곳들에서 지은이는 층층히 다른 무늬들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속내를 본다. 이미 지난 세월이야 어쩔 수 있으랴. 그동안의 상처, 아픔도 고스란히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 앞으로 남은 날들이 그나마 자유로워질수 있겠구나, 싶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의 글이다. 이어, 사람 vs 사람도 출간되었다. 술술 익히지만 조금 지난 책이어서 그런지 그 사람이 꼭 그렇지는 않은데, 하는 부분도 몇군데 있었다. 이 책도 그렇고, 사람 vs 사람에서도 그렇고, 읽으면서 자꾸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발매를 손꼽아 기다려왔던! 패닉 4집. 태풍,과 정류장을 좋아한다. 태풍속에서도 잡은 손을 놓지 않고, 터지는 울음 입술 물어 삼키며 그대를 안을 수 있다면. 

 

'방황의 나날'은 일단 이달 말에 종료될 예정이다. 이르면 대학 입학을 앞두고, 대부분은 대학 시절에, 아무리 늦어도 학위 취득 전에는 끝냈어야 할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는 이제야 기한을 정해두고 하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13일 경에 써놓고 잊고 있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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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갔다 왔다. 2주에 달하는, 제법 긴 휴가.

프라하, 빈, 짤츠부르크, 인터라겐을 돌아 취리히에서 다시 인천으로.

2주동안, 가족 (이창래), 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피아노 치는 여자 (엘프리데 옐리테크) 를 읽었고 오는 길에는 High Fidelity (Nick Hornby)를 사서 읽으며 키득거렸다.

 

   랜덤하우스 중앙,에 엄청난 실망감을 전하고 싶다. 이러려면 차라리 번역을 안하는 편이 작가를 도와주는 게 아닐까? 어색한 번역에, 오자, 탈자, 비문까지. 도대체 교정을 본 건지 안 본건지.. 책값이 아까웠다. 이야기 자체의 흡입력도 Native Speaker 만 못했다. Aloft 를 가족으로 번역한 것에서 알아봤어야 하는 거야?

 

 

 

 오래전,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해 놓았건만 대출하려 보면 언제나 대출중이었던 책. 결국 같이 여행한 아이가 들고와서 읽게 되었다. CNN에서는 뭄바이 홍수 화면이 흘러나오고 나는 나를 잠시 두려움에 떨게 했던 1월의 인도를 떠올린다. 빛과 그림자가 강한 곳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오는 법이어서, 축복 받은 집,의 이야기들은 온통 재미있었다. 인도에서 아내를 데려오고, 정이 들어가고, 삶을 계속했던, 그 이야기가 계속 떠오른다.

 

 

이것도 친구가 가져온 책. 친구에게 상탄 책만 읽냐며 한 마디 해 보았다.  빈에 머무를 때부터 이곳이 심상치 않은 곳이라는 건 느꼈지만, 이 책은 빈에 대한 인상을 하나 더 덧붙였다. 클림트와 에곤 쉴레와 그리고 프로이트, 옐리테크.

호흡을 고르기 힘들게 빠르게 진행되는 자의식의 흐름이 버겁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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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박정현 5집을 즐겨듣는다. 이제 또 3년은 들어야 되는 거야? ^^

 

어제는 신년하례를 하러 교수님 댁에 다녀왔다. 어느덧 랩에서 뒹군지도 올해로 7년째. 학생중에 최고년차가 되어서 무게잡으려고 노력하지만 오랜만에 본 선배들 앞에서는 다시 어린 양이다. 서른까지만 귀여운 척하고 그 담부터는 의젓하리라.

설 연휴 전에 책꽂이에서 책을 좀 솎았다. 10여권을 들어다 과학도서관에 던져 주고 돌아오는 길에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코를 묻고 길을 걷는 총각을 보았다. 물리과로 쑥 들어가던데. 뒤통수가 귀여웠다.

연말에는 충격적인 사건들도 있었다. 한 다리 건너 잘 아는 친구의 갑작스런 사고, 또 다른 후배의 안좋은 소식. 내일 일을 모른다는 게, 인생의 진실인가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가장 큰 기쁨이 되도록. RE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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