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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데이라서 휴일이다.

오랜만에 알라딘의 옛날 글들을 읽어 보았다.

모든 것이 최선이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블로그.

http://lobster.egloos.com

알라딘의 지난 3년 보다 훨씬 밝고 즐거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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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가는 길

마종기

안녕하세요, 당신

몇 장의 바람이 우리를 지나간 뒤에도

상수리 나무는 깊이 잠들어 코 고는 소리를 내고

우리도 그렇게 태평한 하룻밤을 가지고 싶네요.

돌아다 보면 지나온 길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몸 저리는 아픔이겠지만

낯선 풍경 속에서 아직도 서성거리는

안녕하세요, 당신

그 어디쯤, 생각과 생각 사이의 공간에서

귀를 세우고 우리들의 앞길을 엿듣고 있는

같은 하늘 아래 근심에 싸인 당신,

당신의 탄식이 문득 우리를 불밝혀 주네요.

너에게 주노라, 세상이 알 수도 없는 평화를

너에게 주노라, 너에게, 세상이 알 수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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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고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 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 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 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를 쓸쓸히 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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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드무비 > 빈 들 - 강연호 詩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누구도 그립지 않은 날

혼자 쌀을 안치고 국 덥히는 저녁이면

인간의 끼니가 얼마나 눈물겨운지 알게 됩니다.

멀리 서툰 뜀박질을 연습하던 바람다발

귀기울이면 어느새 봉창 틈새로 기어들어와

밥물 끓어 넘치듯 안타까운 생각들을 툭툭 끊어놓고

책상 위 쓰다 만 편지를 먼저 읽고 갑니다.

서둘러 저녁상 물려보아도 매양 채우지 못하는

끝인사 두어 줄 남은 글귀가 영 신통치 않은 채

이미 입동 지난 가을 저녁의 이내 자욱이 깔려

엉킨 생각의 실꾸리 풀 듯 등불 풀어야 합니다

그래요, 이런 날에는 외투 걸치고 골목길 빠져나와

마을 앞자락 넓게 펼쳐진 빈들에 가지 않으렵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누구도 그립지 않은 날

웅크린 집들의 추위처럼 흔들리는 제 가슴 속

아 이곳이 어딥니까, 바로 빈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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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날의 시를 읽는 방식은 이렇다.
시가 읽고 싶다.
그러면 시집이 꽂힌 두 개의 책꽂이 앞에서 잠시 서성이다가
이상하게 눈길이 제일 오래 머무는 시집을 빼어든다.
그리고 아무 장이나 펼쳐본다.
그 시가 만약 괜찮으면 자리에 앉아 시집을 처음부터 꼼꼼히 읽는다.
오늘은 강연호 시인의 <비단길>이 걸려들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누구도 그립지 않은 날들,
마흔 중반의 나이에 독신이라 혼자 밥을 끓여 먹고 국을 데워 먹었을 한 농민을 생각한다.
그는 지난 15일 시위 도중 경찰의 폭력에 희생되었다.
전용철 열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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