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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8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평점 :
나의 사랑은, 보상을 바라고, 나의 사랑은, 참을성이 없지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할 용기도, 마음도, 기운도 없어요. 모든 걸 걸고 사랑하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지요. 나는, 지금, 너를, 사랑해. 하지만 내일도 그럴지 알 수 없어. 그래서 나는,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을 믿지 않지요. 영원히 사랑하는 것보다, 오래도록 함께 있어준다는 말이, 그런 사람이,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지요.
반 세기 동안 플로렌티노는 페르미나를 사랑한다고, 믿어왔지요. 하지만 페르미나의 반 세기를 함께 보낸 건 그가 아니라 우르비노 박사라죠. 사랑없이 시작하고, 지루한 적도 많았고 한 때는 서로에게 진실하지 못해서 떨어져 지낸 적도 있지만 결국 서로의 어두운 길을 도와주고 서로에게 어울리는 짝이 되어버렸죠. 노년의 페르미나는 플로렌티노가 사랑한 그 소녀가 아니라 우르비노 박사와 부딛히며 맞추어진 새로운 사람입니다. 노년의 페르미나가 플로렌티노를 만난 건 그래서, 예전의 사랑을 회복한 게 아니라 어쩌면 전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걸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