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메데프의 아코디언과 푸틴의 탬버린

 

  

Куплеты 

 
I. 
 
Медведев: 왼짝대통령

Раз пошла такая мода, 
 요즘엔 연말에
Подводить итоги года. 
 한해결산이 유행이니
Путин: 오른짝대통령

Вот и мы не подведем, - 
 그래서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기위해
И сейчас их подведем.  오늘 한판 결산을 해보겠스빈다.

- Реплика -  
Медведев: Оп! 
 왼짝대통령: 앗~쓰!
Путин: Молодец. 
 오른짝대통령: 잘했스-
Медведев: Спасибо!.. Вы сейчас  고맙습니다!.. 이제 차례십니다.

II.  
Путин:  오른짝대통령

Вез по сочинской дороге, 
 자크 로게(IOC위원장)를 '니바'(30년전에 설계된 소련제 suv, 안전성검사에서 0점받았다고 함)에 태우고
Я на «Ниве» Жака Рогге. 
 소치(2014년 동계올림픽 장소) 길을 달렸더니
Медведев: 왼짝대통령

И желанье придираться, - 
 이 외국인 트집이라도 잡으려다
Вдруг прошло у иностранца.  그만 쏙 들어가버렸네.

- Реплика -  
Путин: Опа!
 오른짝대통령: 아-싸!
Медведев: Замечательно! 왼짝대통령: 멋지심다!

III.  
Путин: 오른짝대통령

Принял меры я – и снова... 내가 이번에도 힘을 좀 써서...

Все в порядке в Пикалева. 피칼료보에는 이제 아무 이상이 없지.

Медведев: 왼짝대통령

В это город без опаски, 이제 이 도시를

Ездит даже Дерипаска. 데리파스카도 마음놓고 활보할 수 있다네.

- Реплика -  
Путин: Ну как? 오른짝대통령: 자, 어떤가?

Медведев: По-моему, жжем, Владимир Владимирович. 왼짝대통령: 제 생각에는 푸킨 각하, 짱이심다.

Путин: Согласен. 오른짝대통령: 내말이 그말이지.

IV.  
Медведев: 왼짝대통령

Верьте, вы или не верьте, 믿거나 말거나

Каждый день я в Интернете. 나는 매일 인터넷을 하네.

Путин: 오른쪽대통령

Знаю, я ведь нет да нет, 그 말은 내가 보증하지.

Вам пишу: Привед, Медвед! 어제도 내가 "방가방가, 아기곰"하고 썼지 않나.

- Реплика -  
Медведев: Да, да, я помню, прикольная ссылочка. 왼짝대통령: 눼, 기억함다. 보내주신 링크 정말 웃겼슴다.
 
Путин: Спасибо! 오른짝대통령: 고맙네!

Медведев: Оооооооооооуууууууууух!!!!! 왼짝대통령: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싸!

Путин: Молодец! 오른짝대통령: 잘했스-!

V.  
Медведев: 왼짝대통령

Поздравляю я народ, 대국민 신년축하인사를

С Новым годом – второй год. 올해로 두번째 하네.
 
Путин: 오른짝대통령

Знаешь, кое-кто из нас,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둘중에 한 명은

Поздравлял их девять раз! 아홉번이나 했다지 아마!

- Реплика -  
Медведев: Да, я помню. 왼짝대통령: 뉍, 기억하고 있슴다.
 
Путин: Опа! 오른짝대통령: 앗-싸!

Медведев: Согласен. 왼짝대통령: 제 말이 그 말입니다.

VI.  
Медведев: 왼짝대통령

Северный поток, и южный, 북쪽으로든 남쪽으로든
 
Мы построим, когда нужно. 
 필요하면 언제든 우린 가스관 만들수 있네.
Путин: 오른짝대통령

И пойдет весь их «Набукко», 그럼 걔내들 '나부코'(카스피해-EU를 잇는 연장 3,300km의 가스관 계획) 따위는
 
Извините, на три буквы… 미안한 말이지만 말짱 황이라네. 

- Реплика -  
Медведев: Опа! 왼짝대통령: 앗-싸!

Путин: Америка-Европа. Вот так! 오른짝대통령: 어, 거기, 미국하고 유럽, 맛이 어때!
 
Медведев: Согласен! 왼짝대통령: 제 말이 그 말입니다. 

VII.  
Медведев: 왼짝대통령
 
Просим Киев в этот раз, 우크라이나에 이번에는

Оплатить деньгами газ. 가스값을 돈으로 달라고 할 생각이라네.

Путин: 오른짝대통령

А не байками, блинами, 제발
 옷감이랑 밀가루떡이나
И борзыми ю…щенками.  보르조이 새끼는 그만 줬으면 한다네.(보르조이는 사냥개의 종류, 우크라이나 대통령 유셴코와 러시아어 강아지들 '셴키'의 운을 맞춰서 말장난)

- Реплика -  
Медведев: Совершенно верно. Опа! 왼짝대통령: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요. 앗-싸! 
 
Путин: Хорошо…  오른짝대통령: 잘했-스.

VIII. 
Медведев: 왼짝대통령
 
Как Сбербанк наш не старался, 러시아국립은행이 그렇게 애를 썼는데

«Опель» так и не продался. 망할 '오펠' 결국 안 팔렸네.

Путин: 오른짝대통령

И теперь хваленый «Опель» 이제 그 잘난 '오펠'

Оказаться может в… 
 
Медведев перебивает: 왼짝대통령 끼어들며

В глубоком кризисе, Владимир Владимирович!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겠죠, 푸틴 각하?! 

- Реплика -  
Путин: Опа!
 오른짝대통령: 앗-싸!
Медведев: Согласен! 왼짝대통령: 제 말이요! 

IX.  
Медведев: 왼짝대통령

Вот когда-то бюрократы, 공무원들이 너도나도
 
Жили только на откаты. 
 떡값 받아먹던 시절은 갔네.
Путин: 오른짝대통령

А теперь, скромнее став, 이제 주제파악을 시키고

Будут жить в других местах… 다른 집에 가서 쉬게 함세. 

- Реплика -  
Медведев: Жестко… 왼짝대통령: 그건 좀 쎈데요.
 
Путин: Зато справедливо! Опа! 오른짝대통령: 그래도 공평하지 않은가! 앗-싸!  

X. 
Вместе: 합창

Мы б еще куплеты спели, 한 소절쯤 더 부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Но и забывать о деле, 할 일이 태산이니

Нам, увы, никак нельзя.
 놀고 있을 수가 없네.
С Новым годом, вас, друзья!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분!

Опа! 
앗-싸!  

 

* 러시아국영제1TV로 방송된 이 신년인사는 러시아대중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한 것으로 평가되는 동시에 어쨌거나 크렘린의 '허가'하에, 그리고 최근 추락하고 있는 대통령 지지도를 올려보려는 계산에서, 특히 청년층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서 제작됐을 것이라는 후문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BC PD수첩 23:15

 
▣ 생생이슈 < 우리 이대로 농사짓게 해 주세요(가제) > 


유기농산물은 비싸다. 비싼 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도 역시 높다. 농약과 화학비료
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되기 때문이다. 이런 친환경 유기농
경작을 해오던 50여 가구의 농민들이 하루아침에 '하천오염원'으로 몰리며 농지를
잃게 됐다. 그들의 농지는 하천 환경을 살리기 위해 자전거도로가 될 예정이다. 경기
도 팔당 인근 하천부지를 둘러싼 ‘친환경’ 논란,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여태껏 친환경이라더니, '하천오염 주범? 말도 안 돼!'

발단은 지난 5월, 정부가 하천법시행령의 개정을 예고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하
천훼손방지를 위해 하천부지 내 비닐하우스 설치를 금지하고, 나아가 주변 경작행위
도 금지시킨다고 밝혔다. 대신 제방의 신설․보강과 자전거도로, 공원 조성 등의 계획
을 세웠고, 이것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이어졌다.
문제가 된 해당 지역(경기도 남양주 조안면, 양평군 양서면) 역시 4대강 살리기 사
업구역으로, 예정대로라면 조안면은 10월, 양서면은 내년 2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 임대 경작을 하던 농민들은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 십 수 년간 멀
쩡히 농사짓던 농민들 입장에서는 불과 5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에 농민들이
하천오염에 대한 명확한 근거 제시를 요구하며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자, 환경부는
지난 9월 29일 한강수계관리위원회의 ‘한강수계 제외지 내 경작지 현황 및 수질영향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며 팔당지역 하천구역이 경작지로 인해 오염되고 있으며 유기
농 경작이 일반 경작에 비해 오염강도가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친환경’을 위해 택
한 유기농이었고, 여태껏 정부와 인근지자체의 장려정책과 도움으로 키워온 유기농
업이 이제와 갑자기 하천오염의 주범으로 몰린 것이다.

팔당호를 위한 선택 '유기농' vs '자전거도로'

경기 남양주·양평 등 팔당호 상류지역은 우리나라 친환경 유기농업의 태동지다.
1973년 12월 팔당댐 준공이후 이 지역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각종 규제
가 심한 곳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들이 자구책으로 택한 것이 바로 유기농이
었다. 생계를 유지하면서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 이렇게 시작된 유
기농 사업은 정부와 인근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점점 성장했고, 2011년 세계유기농
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그런 유기농을 이제는 하천오염원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문제는 정부기관 내에서도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원주지방국토관리청
의 '북한강 하천기본계획서'에는 오염관리를 위해 유기농법을 확대 보급하는 방만
을 마련하자는 내용이 있으며, 수도법 시행령 제12조에서도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농
약과 비료를 사용한 농경작은 금지이나 친환경농업육성법에 따른 친환경농산물 경
작은 예외 조항으로 나와 있다. 농민들이 억울하고 답답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천을 위해 농민들이 '유기농'을 택한 것처럼, 정부는 하천법 개정과 4대강 살리
기 사업을 택했다. 모두가 환경을 위한 노력임에도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
운데 10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본격 착공을 맞아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과연 팔당호
를 위한 올바른 선택은 무엇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라, 저기 나비가 날아오르는군. 이제 슬슬 봄이 찾아오는 모양이야. 점이라는 건 간단해. 눈으로 나비를 보고 입으로 봄이 온다고 말하는 일이야. 온몸과 온 마음을 열고 뜨겁게 세상을 바라보거나 귀를 기울이는 일이야. 왜 사람들은 책에 씌어진 것이라면 온갖 거짓말을 다 늘어놓아도 믿으면서 사람이 말하는 것이라면 때로 믿지 못하는 것일까? 인간의 운명과 역사란 결국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온몸과 온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는 일이라는 걸 알지 못하고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에만 빠져 있는 것일까? 몸소 역사를 겪어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뿌넝숴라고 말해도, 역사를 만드는 자들은 거기에다가 논리를 적용해 앞뒤를 대충 짜맞추고는 한 편의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사람들은 기념관에 가서 구경하지.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고, 지평리전투에서 인민지원군은 공세적으로 퇴각했다고, 서울에서 주도적으로 철군했다고 말하지. 그건 자네가 읽는 역사책도 마찬가지일 것일세. 서로는 서로를 괴뢰군이라고 부르고 서로는 서로를 격멸했다고 말하고. 그런 역사책은 하나도 의심하지 않고 믿으면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거짓말이라고 내 얼굴에 침을 뱉지. 고작 일백년도 지나지 않아 휴짓조각으로 버려진 믿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내게 마구 발길질을 하지. 그게 바로 자신이 사내라고 믿는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하는 일이지. 왜냐하면 내 손이 바로 진실을 말해주니까. 역사책에 나와 있지 않은 진실을 말해주니까. 이제 알겠는가? 봄에는 왜 나비가 날아오르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꿈을 꿔야만 하는지? 나비가 날아오지 않고 찾아오는 봄은 없는 거야. 책에 씌어진 얘기가 아니라 두 눈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얘기하게나. 두 분으로 보이는 그 광경이 무엇을 뜻하는지 온몸으로 말해보게나. 뿌넝숴. 뿌넝숴. 그런 말이 터져나올 때까지 들려주게나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 자네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딛기 어려운 얘기들을 내게 말해보게나. 그럼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운명을 타고났는지 내가 말해줄 테니까. 책에 씌어진 얘기말고. 자네가 몸으로 겪은 얘기. 뿌넝숴. 뿌넝숴. 그 말이 먼저 나올수밖에 없는 얘기. 말해보게나 어서. 어서. (김연수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창비, 2005), 76-77쪽)

 

   
 

대동아전쟁 이래 포연 속의 진실이란 내 몸이 살아 있느냐 죽었느냐에 달린 것일뿐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체득한 저 같은 장삼이사로서 그 어떤 거짓 속에 있더라도 내 몸이 살아 있다면 진실이요, 그 어떤 진실 속에 있더라도 내 몸이 죽었다면 거짓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해도 박쥐구실이라 욕할 일만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위의 책, 231쪽)

 
   
 

 

   
 

그때 저는 인민재판이라는 것을 처음 목도했는데, 따발총을 멘 인민군들이 모인 사람들을 향해 "이 사람이 반동분자요, 아니요?" 하고 물으매 모두들 기가 질려 아무 말도 없는 사이 어디선가 한두 사람이 "악질 반동분자요" 하고 소리치니 두말없이 총을 쏘아 죽이더이다. 피를 뿜으면서 버둥거리다 숨지는 꼴이 어찌나 끔찍스러운지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나왔으나 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다락에 숨어든 그이는 필시 그 꼴을 면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제가 이렇게 말하면 변명이나 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그 끔찍한 인민재판의 광경은 한순간에 저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었고 그 때문에 그들에게 협력하는 척 보이지 않으면 그날로 당장 끌려가 개죽음을 면치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위의 책, 234-23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냥꾼, 투사, 유서 깊은 가문, 사제, 기사, 다산하는 여자 등, 높은 지위를 부여받는 집단은 사회마다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다가 서양(모호하기는 하지만 흔히 통용되는 지역 개념으로 현재도 그 개념을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에서는 1776년 이후 경제적 성취와 관련하여 지위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보통, <불안> (이레, 2005)중에서)  
   

 

왜 1776년인지 궁금하여, 포탈검색해보니 미국이 독립하고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출판된 해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때 사회 시간인지에 이름과 저서명이 언급되긴 했지만, 그 내용은 물론이려니와 발췌문을 읽은 기억이 없다. 요즘엔 교과서들이 좀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베르베르 : 현실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매일 뉴스를 들을 때마다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마치 인류 최후의 순간을 맞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양심이 없는 과학은 이렇듯 인류에게 위험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물질적인 것이 인류를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새로운 영적인 방법론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 ''''스님'''' (베르베르는 ''''스님''''이라는 발음을 한국어로 하려고 노력했다.)께서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각 : 나는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죽어 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희망은 없다''''는 것입니다. 희망이란 존재하지 않는 미래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모든 것은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있는 지금에서 출발합니다. 현재에 충실하면 현재가 쌓여 미래가 되는 것입니다.
미래에 대해서는 묻지 마세요.

베르베르 : 내 작업은 주로 미래에 대해 얘기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 뇌를 움직이는 동안은 지금 이 순간이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가 무엇인지, 어떻게 될 지에 대해서는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식도, 양심도 없는 물질문명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시작과 끝은 같은 것… ''''현재''''에 충실해야

현각 : 예수님께 누군가 물었지요. “마지막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예수님께서는 "그럼 당신은 시작은 어땠는지 이해하고 있나요?"라고 되물으셨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시작과 끝은 같은 것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는 결국''''현재''''라는 시간의 다른 모습입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것입니다.

베르베르 : 현재는 그럼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까?.

현각 : (대답 대신 손바닥으로 탁자를 세게 내려쳤다.)

베르베르 :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세요.

현각 : (다시 탁자를 손으로 탁 친 뒤) 과거, 현재, 미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베르베르 : 그렇다면 수백 년 전에 그려진 ''''모나리자''''를 현재의 우리가 바라보며 감명을 받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현각 : 좋은 지적이에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과거의 현재를 보는 느낌을 받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그리면서 완벽하게 ''''현재''''에 충실했기 때문에 우리가 감명을 받는 것입니다.

베르베르 : 스님께서 말씀하시려는 것을 이제 조금 알 듯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할 때 나는 주변의 모든 것을 잊고 글 속에 빠져듭니다. 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지요. 명상을 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현각 : 그게 바로 명상입니다. 당신은 컴퓨터로 일하는 승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냥 보통 승려이고요.

베르베르 : 스님은 전생에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현각 : 신부이거나, 승려이거나 그런 영적인 일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요. 나는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가톨릭 신자였고 지금은 머리 깎고 승려가 됐지만 내 자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베르베르 : 가톨릭 신자였던 당신이 불교를 접하고, 문화와 관습이 다른 나라 한국에서 승려 생활을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현각 : 어려움도 물론 있었지요.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나의 스승이신 숭산 스님으로부터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습니다. 예일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책도 많이 읽었지만 그런 질문을 누구도 하지 않았거든요. 결국 그''''엄청난''''질문은 나를 한국으로 이끌었고 내 종교생활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베르베르 : 바보 같은 질문을 한가지하고 싶습니다. 불교인이 된다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회피하는 것이 아닌지요?

현각 :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이렇게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세상에 있되 집착을 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얘기지요.

베르베르 : 무저항과 비폭력, 명상으로 어떻게 세상의 악을 물리칠 수 있는지요.

현각 : 지금 우리 두 사람이 앉아서 차를 마시는 이것이 바로 평화입니다. 창 밖의 새 소리를 듣고 순수한 마음으로 순수한 현재를 느끼는 것입니다.

베르베르 : 티베트의 많은 승려들은 중국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결국 종교가 그들을 죽인 셈인데….

현각 : 그들은 종교로 인해 목숨을 잃었지만 이 생에서 몸이 사라진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물질(육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참 나(眞我)''''에 있는 것입니다.

●관조하는 자세가 바로 불교

베르베르 : 스님께선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십니까?

현각 : 순간적으로 위험이 닥쳤을 때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신적인 두려움은 없습니다. 어떠한 두려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어 있거든요. 아무것도 없어요. 멀리서 보면 구름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그냥 물방울인 것과 같습니다. 욕망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라이 라마도 두려움이나 욕망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인식하지 않을 뿐이지요.

베르베르 : 감정을 다스리시나요?

현각 : 아니요.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그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얘기합니다.
고통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

나도 명상을 처음 할 때 가부좌를 하느라 다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통도 ''''아프다.''''는 사고(思考)에 의해 생긴 것이거든요.

(펜을 집어 들면서) 이 펜을 이렇게 보면 길게 보이지만 돌려서 보면 둥근 점이잖아요. 마찬가지입니다. 다르게 보면 고통은 고통이 아닙니다.

그러나 고통은 고통으로 남아 있습니다(Pain is not pain, but pain is pain). 관조하는 자세, 이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서울신문 2004. 4.24]


베르나르 베르베르 : 물질세계의 미래는 어둡다. 어둠을 밝힐 영성(靈性)이 필요하다. 어쩌면 미래에 물질과 영성이 ''''아마겟돈''''(인류 최후의 전쟁)을 벌일지 모른다. 당신은 미래를 어떻게 보나. 미래에 희망은 있는가.

현각스님 : 시작을 모르는데 끝(미래)을 어떻게 알 수 있나. 당신과 내가 얘기하는 지금이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이며, 바로 지금이 희망이다.

베르베르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관용을 담고 있다. 세계를 한 가지 방법으로 보지 않고, 모든 게 상대적이라고 보는 것이 관용 아닌가. 아인슈타인 자신도 ''''종교는 영(靈)과 물질의 세계를 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불교가 그런 종교라고 생각하지만, 불교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현각 : 당신과 내가 이렇게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베르베르 : 그런 방법으로 중국으로부터 박해받는 티베트인들을 구할 수 있나?

현각 : 티베트인들이 자신들을 박해하는 사람에 대한 미움에 집착하지 않고 그들에게 동정(同情·Compassion)을 느낀다면 어떨까?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측은하게 여기는 동정이야말로 육신의 박해를 뛰어넘는 최고의 가치다.

베르베르 : 나는 조화(Harmony)를 중시한다. 인류 역사는 수백만 년에 지나지 않지만 1억 년 전에 지구에 나타난 개미는 우리에게 조화를 가르쳐 준다. 붉은 개미를 관찰하면 일을 능률적으로 하는 그룹과 비능률적으로 하는 그룹, 아예 놀고먹는 그룹이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조화롭게 산다. 인간은 개미 같은 지구상의 다른 ''''이웃''''(생명체)과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

현각 : 당신은 컴퓨터로 사유하는 스님이다.

베르베르 : 두려워하는 게 뭔가?

현각 : 미국 공화당이다(웃음). 두려움은 습관이다. 두려움이 마음을 지나가게 하면 남는 것(두려움)이 없다. 누군가 달라이 라마에게 물었다. "티베트를 걱정하느냐"고.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했다. "티베트를 걱정한다. 그러나 그 걱정에 빠지지는 않는다."

[동아일보 2004. 4. 23]
 

 

http://hwagyesa.org/index.as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