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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는 인민재판이라는 것을 처음 목도했는데, 따발총을 멘 인민군들이 모인 사람들을 향해 "이 사람이 반동분자요, 아니요?" 하고 물으매 모두들 기가 질려 아무 말도 없는 사이 어디선가 한두 사람이 "악질 반동분자요" 하고 소리치니 두말없이 총을 쏘아 죽이더이다. 피를 뿜으면서 버둥거리다 숨지는 꼴이 어찌나 끔찍스러운지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나왔으나 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다락에 숨어든 그이는 필시 그 꼴을 면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제가 이렇게 말하면 변명이나 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그 끔찍한 인민재판의 광경은 한순간에 저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었고 그 때문에 그들에게 협력하는 척 보이지 않으면 그날로 당장 끌려가 개죽음을 면치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위의 책, 234-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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