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으로 떠나는 언어 여행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대웅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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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언어학적 재해석.

능력이나... 하다 못해 정열이라도 된다면 이 책은 꼭 영어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 언어가 가진 그 미묘함과 원류를 찾아가는 여행. 그것은 그 언어 속에서 자라난 사람이 아니면 절대 그 미묘함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

별자리와 행성들의 이름과 얽힌 신화들은 대부분 아는 얘기라 그렇게 신선하진 않았지만 영어가 모국어이거나 최소한 bilingual 수준으로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느낌이 정말 달랐으리라...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신화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또 아시모프라는 사람이 쓸데없이 어려운 언어를 쓰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가 비교적 정리가 잘 된 논리적인 편에 속하는 신화이긴 하지만 이것 역시 신화는 신화는 모양. 여기서도 내가 아는 것과 다른 내용의 것들이 몇개 있는데... 특히 오르페우스의 계보에 대한 것. 부록으로 나온 그리스 신화 계보가 내가 아는 것과 조금은 달라서 뜨아...

그런거야 사실 자신이 사용하는 텍스트의 차이인거고...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엔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아시모프의 인문과 과학을 꿰뚫는 전방위적인 해박함에 감탄과 질투를 동시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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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신화와 예술 대원동서문화총서 17
하인리히 침머 지음 / 대원사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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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몇마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료를 섭렵하지만 파고 들어갈수록 알 수 없는 곳이 바로 인도인듯 하다. 조셉 캠벨이라는 이름 때문에 일단 겉핧기는 아닐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고른 책인데... 역시 이름값을 하는듯.

인도를 만날 때 우리가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단위가 다른 시간 개념이다. 찰나라는 말을 일상에서 거침없이 쓰기는 하지만 그 찰나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음미해본 사람은 그 길이에 버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여기 인도의 문화에서 시간은 도저히 숫자상으로 머리에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무한한 길이를 갖고 있다. 솔직히 시간이란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그 단위에 대한 적응이 이 책을 즐기는 첩경이 될듯 싶고... 너무나 많은 내용과 사상을 담고있기 때문에 그 느낌을 하나하나 기록을 하자면 끝도 한도 없을 것 같다.

그냥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된 것만 한가지 끄적여보자면... 예전에 다른 책을 읽을 때 늘 고민했던 시바, 비쉬누, 브라마의 서열 문제. 어떤 책에선 삼위일체의 개념으로 어떤 책에선 브라마를 최상위로 이해를 했었는데 여기선 시바가 가장 우월한 존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 역시 방대한 인도의 사상과 문화를 다 담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죽음의 춤을 추는 혀를 빼어문 칼리의 모습. 여기선 세상을 핧느라 나와있다고 설명하지만 다른 곳에선 (인도인이 쓴 텍스트) 춤을 추다가 시바를 발견하고 창피해서 혀를 낼름 내민 것이라고 해석했었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내 수준에서 판가름낼 수 없는 것이고...(인도 문화의 다양성으로 볼때 둘 다 맞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

비쉬누의 크리쉬나 현신에 대해서도.... 비교적 근대에 속하는 후기 설화에서 크리슈나는 단지 비쉬누의 화신일 뿐 아니라 가장 지존한 신의 위치를 차지하는 존재로도 설명되는 곳이 있는데 그것 역시 여기선 언급되지 않았다.

워낙 다양한 내용과 방대한 인도 신화를 자기 주관대로 뽑아내어 구성하고 정리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전체적인 체계화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은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짜증난 것은 그림들. 이렇게 독자를 무시한 편집은 참 드물단 생각...

사진과 그림들이 내용과 함께 정리되어 있었다면 훨씬 읽기가 편했을텐데 뒤에 한꺼번에 몰아놔서 읽다가 뒷쪽으로 더듬어 그림을 찾는 작업이 상당히 짜증났다. 그리고 번호는 잊었는데 그림 한개는 그나마 번호조차도 잘못 매겨져 있었음. 출판사의 무성의에 항의하고 싶다.

해골을 주렁주렁 매달고 혀를 빼문 시커먼 칼리 여신을 보면서 떠오른 기억 하나. 인도의 신들에 대해 가장 처음 만난 것이 바로 칼리.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 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처음 만나 구하는 장면에서 등장했던 칼리 여신상. 유럽인의 눈에 비친 여신 칼리는, 죽음과 함께 사랑과 아름다움을 상징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 정도로 추한 모습이었다. 삽화에 등장한 그 여신상을 보면서 나 역시 주인공들과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하지만 죽음은 곧 재생과 통하고 그 탄생이 가장 아름다운 것의 하나란 것을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듯... 여하튼 인도쪽은... 읽을수록 복잡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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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역사 명저 시리즈 1
새뮤얼 노아 크레이머 지음, 박성식 옮김 / 가람기획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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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란 장소. 가장 최근에 만났던 것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후기에 등장했었고 예전부터 관심이 있는 주제이긴 했는데 이번에 겨우 약간 발을 담궈보는 정도. 따져보면 재미없을 수도 있는 주제인데 '최초'라는 공통점 속에 39가지의 주제를 묶어놔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고 꼬리를 무는 연결성도 작가가 고심한 흔적이 보여서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식적으로 얻은 것은 내 머리속에 항상 바빌로니아와 섞여서 헷갈리던 수메르의 특성과 색깔을 어느 정도 구별해낼 수 있었다는 것. 특히 길가메쉬 이야기. 가장 먼저 이 얘기를 만난 것은 초등학교 때 디즈니의 그림책에서 짧게 한 페이지에 언급됐던 부분. 길가메쉬가 영생을 얻는 풀을 구해내고 잠시 잠든 사이에 뱀이 그것을 훔쳐먹고 허물을 벗으며 영생(?)을 누리게 됐다는 그 부분만을 봤었다. 아마 그때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아내에게 영생을 빼앗긴 예에 대한 설화 때문에 그러지 않았나 싶은데...

다음에 만난 것은 대학 다닐 때. 공강 시간에 도서실에서 읽었던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란 책. 쐐기 문자의 설화들을 모음집에서 다시 만났던 길가메쉬 얘기와 점토판이 파손되어서 결말을 알 수 없거나 중간이 파악되지 않았던 그 옛날 얘기들. 두께도 얇고 재미있어서 금방 읽기는 했지만 그때 느꼈던 쐐기 문자에 대한 갈증이 아마 내게 남아있었나 보다.

어쨌든 머리속에서 뒤섞여있던 바빌로니아와 수메르의 얘기에서 수메를 부분을 어느 정도 분리해내는데는 성공했는데 문제는 바빌로니아에 대한 궁금증이 또 모락모락. --

또 한가지. 성서를 만날 때마다 이 내용들이 진공 상태에서 펑 하고 떨어지진 않았을텐데 그 기원이 어디에 있을까 많이 궁금했었다. 기독교가 엄청난 세력을 형성하면서 기독교의 정통성과 그 유일성에 도전하는 수많은 신화와 사상들이 철저하게 핍박을 받은 세월동안 많은 얘기들이 사라졌을 것이다.

십자군 시대에 이슈타르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기사들이 차례로 제거되는 소설을 본 기억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묘사되었듯이 그 말살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군데군데 성서가 여기서 파생되어 갔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내용들을 발견. 이 연관성은 아무리 완고한 사람이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을듯 하다. 그레이머 자신이 성서 저자들이 차용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언급한 희생의 어머니, 성스런 결혼에 관한 문구들을 제외하고라도 내게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성스런 소리를 통한 창조.

신약에서 가장 난해하고 해석이 힘든 부분이 바로 요한 복음인데 태초에 말씀(소리)과 하느님이 함께 계셨다는 문장. 그리고 창세기의 첫째 부분들. 그 뜬금없는 내용들의 줄기가 조금은 찾아지는 느낌. 그 난해한 문구가 바로 인간사회의 절대 권력과 연관된 모습이란 해석이 참 명쾌하고 재밌다.

갈비뼈 부분도 그렇고 성가와 찬송가에 단골로 불려지는 귀절.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뛰어논다는 그 부분이 사자, 표범, 초원의 용이 함께 무릎 꿇고 달콤한 잠을 잔다는 내용에서 왔다는 것. 여신 이난나의 결혼에서 농부가 아닌 목자 두무지를 선택하는 것도 성서와의 뗄 수 없는 유사점들이고.

이 연관성을 주제로 나온 책들이 있을 법한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궁금한 것들 정리를 해두자면... 길가메쉬 이야기가 최초의 서사시인줄 알았는데 '엔메르카르와 아라타의 왕'이 최초라고? 이건 확인 要. 이건 50년대 책이고 대학 때 읽은 책에선 '길가메쉬'가 최초라고 나왔으니 뒤쪽에 더 신빙성이 있기는 하나....(???)

그나저나 50년대에 나온 책이라던데 고고학적으로 반세기 가까이 흘렀으면 이 책에서 사실이었던 것이 오류로 수정된 내용도 많을텐데... 바뀐 내용이 궁금하다.

이 책을 잇는 연구의 결과서도 누군가 한번쯤은 번역을 해줄만 한데... 내가 몰라서 못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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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살롱들 - 지금은 몰락한 여성 문화의 황금기
하이덴-린쉬 지음, 김종대 이기숙 옮김 / 민음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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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유명인(남성)의 일화 속에서 단편적으로 만났던 살롱 여성들과 살롱 문화에 대한 전체적인 정리를 해준 책. 한정된 시대이긴 했지만 여성이 문화에 끼친 영향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게 하이덴-린쉬 의도인 것 같은데...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과 그녀의 살롱들을 만나면서 내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은 과연 진보란 무엇인가란 화두와 부제로 등장한 지금은 몰락한 여성 문화의 황금기란 문장이다.

작가가 말했듯이 라헬 레빈과 같은 총명하고 영리한 여성이 수십년만 늦게 테어났더라면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시 지성인들에게 찬미의 대상이 됐던 그녀의 지성과 품성은 완전히 무시되고 가스실로 끌려갔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한 여성들의 얘기를 읽으며, 그녀들은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수천년 여성의 역사에서 시간과 공간면에서 엄청난 행운아들이란 생각을 했다.

여기에 등장한 여성들의 시대는 여성 문화에 대한 압박이 덜했던 절대주의부터 낭만주의까지. 빅토리아 시대의 편협한 가부장제와 숨막히는 남성 중심의 가치관이 사회를 억누르기 전, 그 짧은 순간의 휴지기에 살았던 여성들. 굳이 라헬 레빈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행운의 별 아래 태어났던 사람들이란 생각을 누를수 없다.

외롭지만 자유롭고 거침없이 살다 간 조르쥬 상드가 정말 조금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그녀의 그런 인생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가장 자유롭고 관대했던 프랑스에서 태어났던 까미유 끌로델 마저도 여성을 억누르는 사회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했듯이.

그렇게 보면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로의 변화는 진보라는 단어를 붙여서는 안될 것 같다. 아니 과연... 이 세상에 진보란 존재하는지? 정신과 문화의 성숙은 과학과 문명의 발달과 반대로 점점 뒤로 가는 느낌. 반대로 뒤집어보면 느긋하게 문화와 정치, 사상을 논할 수 있었던 살롱 문화는 무산 계층과 식민지의 희생으로 가능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내 눈에 그리고 이 작가의 눈에 긍정적으로 보이는 이 살롱 자체는 그 장점 이상으로 사회에 끼친 해악도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최후의 살롱 여성 테제나가 죽은지 이제 겨우 10년. 그녀 자신과 그 살롱 멤버들이 인정했듯 그녀가 무덤으로 들어갈 때 살롱도 함께 묻혔다.

하이덴-린쉬는 전통적 살롱의 역할을 신문 등 언론 매체가 파괴했고 대신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현대에 살롱을 대체하는 것은 인터넷과 그 안의 커뮤니티인듯.

신문보다도 정보가 빨랐던 살롱. 현대의 인터넷이 바로 그렇다. 그리고 살롱 멤버들에게서 활발하게 벌어지던 갖가지 다양한 주제의 토론 문화. 형태가 조금 다를 뿐이지 인터넷의 커뮤니티 안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살롱 여성들... = 행운의 여성들...

문화사에서 우리나라 여성들은 과연 어떤 장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을까? 여성의 역할을 부정하려는 남성 중심의 역사에서 악명이라도 그나마 한줄이라도 이름을 남긴 여성들은 얼마나 심한 투쟁을 했고 갈아 없어진 그녀들의 업적은 얼마나 컸는지 궁금하다. 여성들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역사를 쓴다면... 아마 전체를 완전히 새롭게 뒤집어 엎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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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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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넘어서 읽기 시작해서 결국 2권을 다 읽고 5시에 잤다. 베르베르의 책은 한번 손에 잡으면 끝을 보기 전에는 놓을 수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다시 증명하긴 했다.모든 예술 작품과 창조물을 볼 때 평가의 잣대로 내가 가장 잘 쓰는 구조라는 면에선 역시 탁월하다.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상상력 역시 참 기발하고 다른 서구 작가들에 비해 비교적 다른 세계의 문화에 대해 관심있고 폭넓게 사용하려는 시도도 여전히 살아있다. 아마 그런 다채로운 관심과 지식 때문에 그런 독툭한 소재를 찾아내는 거겠지.

하지만...여기에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써야겠다. 특유의 교묘한 플롯과 단단한 구조는 여전하지만 이 책에서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확신을 갖고 있다. 개미와 타나토노트에서 받았던 충격적인 신선함과 정말 완벽에 가까운 Y형의 구조는 여기에 없다. 그때는 앞으로의 전개를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갈 길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건 베르베르의 작품 경향으로 볼 때는 실패라고 봄.

앞의 두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신선할지 몰라도 그 작품들을 섭렵한 사람들에게 과거 영광의 부스러기를 재활용하고 있다는 느낌.그런 실망감을 배제하고 그냥 작품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천사들의 세계를 종교와 상관없이 설득력있게 그려낸 상상력은 역시 대단하다.복잡미묘한 인간 심리와 운명과 우연에 휘둘리는 인간들의 고뇌를 그린 문학보다 이런 식의 감정이 별로 개입되지 않는 작품이 역시 내게는 맞는 것을 다시 확인했고. 아무도 생각지 못한 독특한 세계를 배경으로 서사적이면서 교묘하고 이성적인 내용을 만드는 구조. 이것 때문에 나는 베르베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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