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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새벽 1시 넘어서 읽기 시작해서 결국 2권을 다 읽고 5시에 잤다. 베르베르의 책은 한번 손에 잡으면 끝을 보기 전에는 놓을 수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다시 증명하긴 했다.모든 예술 작품과 창조물을 볼 때 평가의 잣대로 내가 가장 잘 쓰는 구조라는 면에선 역시 탁월하다.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상상력 역시 참 기발하고 다른 서구 작가들에 비해 비교적 다른 세계의 문화에 대해 관심있고 폭넓게 사용하려는 시도도 여전히 살아있다. 아마 그런 다채로운 관심과 지식 때문에 그런 독툭한 소재를 찾아내는 거겠지.
하지만...여기에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써야겠다. 특유의 교묘한 플롯과 단단한 구조는 여전하지만 이 책에서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확신을 갖고 있다. 개미와 타나토노트에서 받았던 충격적인 신선함과 정말 완벽에 가까운 Y형의 구조는 여기에 없다. 그때는 앞으로의 전개를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갈 길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건 베르베르의 작품 경향으로 볼 때는 실패라고 봄.
앞의 두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신선할지 몰라도 그 작품들을 섭렵한 사람들에게 과거 영광의 부스러기를 재활용하고 있다는 느낌.그런 실망감을 배제하고 그냥 작품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천사들의 세계를 종교와 상관없이 설득력있게 그려낸 상상력은 역시 대단하다.복잡미묘한 인간 심리와 운명과 우연에 휘둘리는 인간들의 고뇌를 그린 문학보다 이런 식의 감정이 별로 개입되지 않는 작품이 역시 내게는 맞는 것을 다시 확인했고. 아무도 생각지 못한 독특한 세계를 배경으로 서사적이면서 교묘하고 이성적인 내용을 만드는 구조. 이것 때문에 나는 베르베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