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신화와 예술 대원동서문화총서 17
하인리히 침머 지음 / 대원사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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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몇마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료를 섭렵하지만 파고 들어갈수록 알 수 없는 곳이 바로 인도인듯 하다. 조셉 캠벨이라는 이름 때문에 일단 겉핧기는 아닐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고른 책인데... 역시 이름값을 하는듯.

인도를 만날 때 우리가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단위가 다른 시간 개념이다. 찰나라는 말을 일상에서 거침없이 쓰기는 하지만 그 찰나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음미해본 사람은 그 길이에 버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여기 인도의 문화에서 시간은 도저히 숫자상으로 머리에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무한한 길이를 갖고 있다. 솔직히 시간이란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그 단위에 대한 적응이 이 책을 즐기는 첩경이 될듯 싶고... 너무나 많은 내용과 사상을 담고있기 때문에 그 느낌을 하나하나 기록을 하자면 끝도 한도 없을 것 같다.

그냥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된 것만 한가지 끄적여보자면... 예전에 다른 책을 읽을 때 늘 고민했던 시바, 비쉬누, 브라마의 서열 문제. 어떤 책에선 삼위일체의 개념으로 어떤 책에선 브라마를 최상위로 이해를 했었는데 여기선 시바가 가장 우월한 존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 역시 방대한 인도의 사상과 문화를 다 담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죽음의 춤을 추는 혀를 빼어문 칼리의 모습. 여기선 세상을 핧느라 나와있다고 설명하지만 다른 곳에선 (인도인이 쓴 텍스트) 춤을 추다가 시바를 발견하고 창피해서 혀를 낼름 내민 것이라고 해석했었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내 수준에서 판가름낼 수 없는 것이고...(인도 문화의 다양성으로 볼때 둘 다 맞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

비쉬누의 크리쉬나 현신에 대해서도.... 비교적 근대에 속하는 후기 설화에서 크리슈나는 단지 비쉬누의 화신일 뿐 아니라 가장 지존한 신의 위치를 차지하는 존재로도 설명되는 곳이 있는데 그것 역시 여기선 언급되지 않았다.

워낙 다양한 내용과 방대한 인도 신화를 자기 주관대로 뽑아내어 구성하고 정리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전체적인 체계화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은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짜증난 것은 그림들. 이렇게 독자를 무시한 편집은 참 드물단 생각...

사진과 그림들이 내용과 함께 정리되어 있었다면 훨씬 읽기가 편했을텐데 뒤에 한꺼번에 몰아놔서 읽다가 뒷쪽으로 더듬어 그림을 찾는 작업이 상당히 짜증났다. 그리고 번호는 잊었는데 그림 한개는 그나마 번호조차도 잘못 매겨져 있었음. 출판사의 무성의에 항의하고 싶다.

해골을 주렁주렁 매달고 혀를 빼문 시커먼 칼리 여신을 보면서 떠오른 기억 하나. 인도의 신들에 대해 가장 처음 만난 것이 바로 칼리.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 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처음 만나 구하는 장면에서 등장했던 칼리 여신상. 유럽인의 눈에 비친 여신 칼리는, 죽음과 함께 사랑과 아름다움을 상징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 정도로 추한 모습이었다. 삽화에 등장한 그 여신상을 보면서 나 역시 주인공들과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하지만 죽음은 곧 재생과 통하고 그 탄생이 가장 아름다운 것의 하나란 것을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듯... 여하튼 인도쪽은... 읽을수록 복잡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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