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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땅
서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이 작가의 전작 비차를 읽었을 때. 아니... 정직하자 읽다 말았을 때 글을 정말 잘 쓴다. 어쩌면 이렇게 빈틈 하나도 없이 자료조사를 완벽하게 해서 그걸 엮었을까 감탄을 하면서도 내가 로설에서 바라는 요소는 없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그래서 그 버거움을 견디다 포기했다. 차라리 가벼웠으면 훌훌 책장이라도 넘겼겠지만 그렇게 속독하기에도 좀 불가능한 글이었다.
아마도 정상적인 상황이었으면 카페 땅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숙세가를 말한다는 것이 엉뚱하게 카페땅이 튀어나가는 바람에 ㅠ.ㅠ선물을 받았다. 선물을 받았으니 당연히 읽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일단 비차보다 재밌다.
비차에서 사람 진을 빼던, 배우로 친다면 최민수처럼 훗까시가 잔뜩 들어갔던 부분이 빠졌다고 해야하나... 스스로 놀랄 정도로 빠르고 편하게 읽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커피 한잔이 괜히 마시고 싶을 정도로 그윽한 향기가 풍겨나왔다고 해야하나? 물론 난 아마도 남주처럼 핫초콜릿만 주구장창 마신다. 그러고 보니 이제 핫초콜릿이 계절이... 한잔 끓여 마실까 아마 그래서 더 남주에게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일반소설 같다는 평도 있던데 이건 확실히 로설이다. 바삭거리는 11월 같은 느낌의 글이지만 촉촉한 감정 과잉인 로설 시장에서 한번쯤은 이런 건조한 메뉴도 나쁘진 않겠지. 취향을 탈 작품임은 틀림없지만 깔끔하게 잘 쓴 글을 보고 싶다면 괜찮을듯.
괜찮은 대본으로 예쁘게 찍어내고 정성스럽게 편집한 베스트극장을 보는 느낌. 딱 그랬다. 봄날은 간다 겨울 판이라고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