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역사 명저 시리즈 1
새뮤얼 노아 크레이머 지음, 박성식 옮김 / 가람기획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수메르'란 장소. 가장 최근에 만났던 것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후기에 등장했었고 예전부터 관심이 있는 주제이긴 했는데 이번에 겨우 약간 발을 담궈보는 정도. 따져보면 재미없을 수도 있는 주제인데 '최초'라는 공통점 속에 39가지의 주제를 묶어놔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고 꼬리를 무는 연결성도 작가가 고심한 흔적이 보여서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식적으로 얻은 것은 내 머리속에 항상 바빌로니아와 섞여서 헷갈리던 수메르의 특성과 색깔을 어느 정도 구별해낼 수 있었다는 것. 특히 길가메쉬 이야기. 가장 먼저 이 얘기를 만난 것은 초등학교 때 디즈니의 그림책에서 짧게 한 페이지에 언급됐던 부분. 길가메쉬가 영생을 얻는 풀을 구해내고 잠시 잠든 사이에 뱀이 그것을 훔쳐먹고 허물을 벗으며 영생(?)을 누리게 됐다는 그 부분만을 봤었다. 아마 그때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아내에게 영생을 빼앗긴 예에 대한 설화 때문에 그러지 않았나 싶은데...

다음에 만난 것은 대학 다닐 때. 공강 시간에 도서실에서 읽었던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란 책. 쐐기 문자의 설화들을 모음집에서 다시 만났던 길가메쉬 얘기와 점토판이 파손되어서 결말을 알 수 없거나 중간이 파악되지 않았던 그 옛날 얘기들. 두께도 얇고 재미있어서 금방 읽기는 했지만 그때 느꼈던 쐐기 문자에 대한 갈증이 아마 내게 남아있었나 보다.

어쨌든 머리속에서 뒤섞여있던 바빌로니아와 수메르의 얘기에서 수메를 부분을 어느 정도 분리해내는데는 성공했는데 문제는 바빌로니아에 대한 궁금증이 또 모락모락. --

또 한가지. 성서를 만날 때마다 이 내용들이 진공 상태에서 펑 하고 떨어지진 않았을텐데 그 기원이 어디에 있을까 많이 궁금했었다. 기독교가 엄청난 세력을 형성하면서 기독교의 정통성과 그 유일성에 도전하는 수많은 신화와 사상들이 철저하게 핍박을 받은 세월동안 많은 얘기들이 사라졌을 것이다.

십자군 시대에 이슈타르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기사들이 차례로 제거되는 소설을 본 기억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묘사되었듯이 그 말살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군데군데 성서가 여기서 파생되어 갔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내용들을 발견. 이 연관성은 아무리 완고한 사람이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을듯 하다. 그레이머 자신이 성서 저자들이 차용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언급한 희생의 어머니, 성스런 결혼에 관한 문구들을 제외하고라도 내게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성스런 소리를 통한 창조.

신약에서 가장 난해하고 해석이 힘든 부분이 바로 요한 복음인데 태초에 말씀(소리)과 하느님이 함께 계셨다는 문장. 그리고 창세기의 첫째 부분들. 그 뜬금없는 내용들의 줄기가 조금은 찾아지는 느낌. 그 난해한 문구가 바로 인간사회의 절대 권력과 연관된 모습이란 해석이 참 명쾌하고 재밌다.

갈비뼈 부분도 그렇고 성가와 찬송가에 단골로 불려지는 귀절.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뛰어논다는 그 부분이 사자, 표범, 초원의 용이 함께 무릎 꿇고 달콤한 잠을 잔다는 내용에서 왔다는 것. 여신 이난나의 결혼에서 농부가 아닌 목자 두무지를 선택하는 것도 성서와의 뗄 수 없는 유사점들이고.

이 연관성을 주제로 나온 책들이 있을 법한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궁금한 것들 정리를 해두자면... 길가메쉬 이야기가 최초의 서사시인줄 알았는데 '엔메르카르와 아라타의 왕'이 최초라고? 이건 확인 要. 이건 50년대 책이고 대학 때 읽은 책에선 '길가메쉬'가 최초라고 나왔으니 뒤쪽에 더 신빙성이 있기는 하나....(???)

그나저나 50년대에 나온 책이라던데 고고학적으로 반세기 가까이 흘렀으면 이 책에서 사실이었던 것이 오류로 수정된 내용도 많을텐데... 바뀐 내용이 궁금하다.

이 책을 잇는 연구의 결과서도 누군가 한번쯤은 번역을 해줄만 한데... 내가 몰라서 못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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