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집
로라 잉걸스 와일더 / 대교출판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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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난 동화 체질인 모양. 로라네 가족의 위스콘신 큰숲 시절부터 정착과 결혼까지...드라마로 봤던 전반부의 기억이 쏠쏠히 살아나서 더 재미가 있었던듯.미국인들의 청교도 정신이며 개척정신, 그리고 가족애 등에 대한 감탄을 하는 동시에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인디언에 대한 그들의 편견에 대한 것도 다시 한번 발견할 수 있었다.

비교적 공정한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이는 로라의 아버지 찰스 잉겔스의 시각이 곳곳에 드러나긴 했으니 그 기조는 결국 미국 대륙은 백인들을 위한 땅이라는 주장이 깔린...점점 삐딱이가 되어 가는지 후크나 늑대와 춤을 같은 영화를 봐도 그런게 자꾸 보임. (이번 동계 올림픽 때문에 더더욱... 그들의 눈에 우리나 인디언이나 다를게 전혀 없으니. 오히려 더 밑이면 몰라도)어쨌건 책이란건 작가들 경험의 소산임은 틀림없는듯 싶다.

똑같은 여자가 쓴 책들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직접 물을 묻히거나 부엌에 들어갈 필요가 없었던 맨스필드며 제인 오스틴의 책은 연애나 사교, 우아한 차모임에서의 대화나 문화생활 등 여유로운 중산층 여성들이 가질 수 있었던 경험담이 곳곳에 드러나는 반면 가정주부로서 가사일에 종사했던 몽고메리나 이 로라 잉겔스 와일더가 쓴 책은 곳곳에 서민 가정의 일상과 노동 그리고 요리에 대한 얘기들이 주를 이루고 나타난다.

비교 대상이 적어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이게 구대륙과 신대륙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덕분에 빨강머리 앤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제 오늘도 내내 정향과 육두구를 박아 구워낸 햄덩어리며 소세지, 치킨 파이, 사워 크림을 끼얹은 감자 등이 눈에 아른아른. 세월이 아주 아주 흐른 뒤에는 누군가가 미국 개척시대 서민들의 음식이나 생활사를 연구할 때 과제로 써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문학은 그가 살았던 시대를 반영하는 동시에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가치를 가진다는 얘기를 누군가 했는데... 이 책은 잔잔한 감정적 기쁨과 함께 가치가 있다면 정교한 시대 묘사가 아닐까 싶다.초원의 집 처음부터 다시 해주면 좋겠다. 케이블에서 케케묵은 옛날 드라마 시리즈들 먼지 털어 많이도 해주더만 이건 왜 안해주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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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여왕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9
조범환 지음 / 책세상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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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던 것. 상식은 대체로 오류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 시점까진 그게 사실이고 유효하지만 그 생명력이 길지 않음을 절감한다. '여왕'이라는 단어.선덕, 진덕, 진성이라는 세 이름에 대해 알려질만한 것들은 다 알고 있다고 자부했기에 별 기대는 없이 그냥 책 두께만큼이나 가벼운 가격 때문에 선택한 책인데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상식들이 많이 뒤집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난 아마 아직도 미모의 처녀 여왕으로서 선덕의 이미지를 갖고 있을텐데... 이건 솔직히 그다지 달갑진 않다. 인간은 사실보다는 자신이 믿고싶은 것만을 보려 한다는 말이 사실인듯. ^^새롭게 알게 됐거나 내가 알던 것이 바뀐 것을 보면...선덕의 생몰연대.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에선 그게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걸로 나왔었는데 그동안 연구가 제대로 된 모양.

그리고 선덕여왕의 결혼 사실. 평생 결혼하지 않았던 처녀 여왕으로서의 이미지가... 그림책으로 된 선덕여왕전에서 그 화려한 삽화 덕분에 너무나 강렬했는데 김유신, 김춘추의 할머니뻘이란 사실이 조금은 뜨아...진덕 여왕의 경우.난 이쪽이 결혼해서 아들이 하나 있었으나 성골이 아니어서 김춘추가 대를 이었다는 기억을 갖고 있었는데 오히려 진덕 여왕이 노처녀였었군.

신분이 맞는 성골 남자가 없으면 결혼을 안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니... 가뜩이나 범위가 좁은 성골의 대가 끊긴 것이 이해가 간다. 여왕과 상관없이 성골의 범위에 관한 것도 개념 정립(지금 이 저자가 한 정리가 진실인 동안만은...) 아버지가 김씨이고 어머니가 왕비족인 박씨인 경우에만 성골이라고 배웠었는데 왕궁에 살고 있었던 왕의 일가친척.

딱 그 가족만이 성골이라면... 거기다 근친결혼은 오래될수록 출산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대가 끊긴 것이 납득.진성여왕의 경우는...다행히 아직은 내가 아는 것이 사실과 큰 차이가 없었다. 몇년간 한국사의 성과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더니 많이 뒤떨어진 느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도서관 구석에 박힌, 세로로 쓰인 하드커버 역사책이 바로 내 머리속이었던듯. --;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한번씩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줘야겠다.어쨌거나...이 책을 읽으면서... 또 요즘 돌아다니면서 읽는 조선시대의 성풍속 어쩌고를 읽으면서 조선 중후기의 그 억압적 가치관이 여성들에게 끼친 폐해는 정말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세계 어디를 내놔도 뒤지지 않는 남녀 평등의 풍속과 가치관이(결국 평등을 누리는건 대체로 먹고 살만한 계층들이었겠지만) 이렇게 아프가니스탄과 사우디를 제외하곤 아래를 찾아보기 힘든 불평등 기조로 바뀌다니.

폐쇄적 집단의 억압적 통치 몇백년이 전체의 틀과 색깔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 진리의 힘에 입이 딱 벌어짐. 여자 대통령이 나와야 평등 어쩌고를 하는 날이 오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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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성풍속 - 가람역사 34 조선사회사 총서 2
정성희 지음 / 가람기획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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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는 여성과 성문화로 본 조선사회. 조선 사회사 총서 시리즈 중에 2권에 해당. 98년에 서점에서 발견하고 내내 눈에 밟혔던 책인데... 이 책을 들도 다닐 때 최소한 여자들은 재미있어 보인다고 다 읽고 빌려다라는 얘기를 했으니 작명은 잘 한듯 싶다. 제목을 보면 일단은 장사가 될 성 싶은 떡잎이지...재미가 있으면서 허탈하지 않은 적절한 즐거움이긴 한데 많은 한국 저자들이 갖는(서구 저자들도 이 사실에서 많이 자유롭진 않지만) 용두사미라는 고질적인 구조(?)를 답습.

중반부까지는 내가 알지 못했던 사실을 포함해서 나름대로 흥미로운 이론들이 짜임새가 있었는데 그 치밀함이 후반부에서는 무너지는 느낌. 페이지수 늘이기 노력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였다고 해야하나...? 뒷부분에 야담들을 왜 모아놨는지 구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납득이 안간다. 뚜렷한 필요나 개연성을 아무리 이해를 해주려고 해도 모르겠음.

그런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여성이라는 존재를 보는데 크게 모자람이 없는듯 싶다. 이 책의 이미지가 완전히 꽝이었다면 뒤쪽에 소개된 이 일련의 시리즈에 대한 식욕이 완전히 사라졌겠지만 끌리는 것이 있는걸 보면...시대순으로 단순히 어내리는 것이 여성과 관련이 깊은 결혼, 임신과 출산, 이혼과 간통, 매춘, 성범죄 등등 흥미있을 주제를 정해 그 주제별로 시대상의 변화를 준 것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책의 호홉을 짧게 해서 생동감을 줬다. 호홉이 짧은 현대 독자들에게 적절한 시도였던듯...

얼마 전 라디오를 듣는데 조선이란 사회 자체가 우리 전체 역사를 봤을 때 가장 이질적인 집단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신선했었다.그런 의미에서 부족한 사료를 뒤지는 노력을 누군가 열심히 해서 조선 이전의 여성에 대한 이 정도 고찰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그 조선이라는 꽉 막힌 사회에 태어나지 않은 것에 다시 한번 감사. 하긴 거기서 태어나 살았으면 다들 그러려니 하고 별 불만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조선이 어떤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사의 입장에서 암흑기였다는 것은 누구도 거부하진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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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일곱마당
장승욱 지음 / 지식산업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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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별 흥미가 없이 잡았어도 이상하게 딱딱 달라붙는 책이 있는 반면 흥미가 있는 분야임에도 자꾸 미끄러지는 책이 간혹 있는데 이게 그것인 모양. 참 오랫동안 들었나 놨다 하면서 읽었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부족함을 많이 깨닫고 부끄럽게 만들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나 정도면 하는 자부심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펼친 첫장부터 완전히 남의 동네에 들어온 느낌. 이 정도 나이에 나름대로 고등교육을 받았다면 이 수준의 어휘와 국어 지식은 있어야 하는데 인정하자면 내 어휘는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눈앞에 들이대기 때문에 더 미끄러졌는지도 모르겠다.책은 일상적인 가나다 순이 아니라 각 섹션별로 주제를 나눠서 일상에서 쓰는(쓰였던. 그리고 숨가쁘게 사라지고 있는) 국어 낱말들을 재미있는 사례와 함께 소개하는 형식. 잘 모르는 단어를 하나 던져주고 짧은 글짓기를 하면서 그 단어의 뜻과 쓰임새를 익히던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잠시 머리에 왔다갔다 하기도 했다.

한번쯤 읽어둬야할 내용도 내용이지만 재미 자체도 떨어지지 않는다. 짧은 에세이의 연결 형식인데 그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솜씨가 절묘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 하지만 허탈한 사실은 잊고 있었던 단어들이 부활한 것은 머리에 그럭저럭 남았지만 새롭게 알게된 단어 중 내 하드에 저장된 것은 뛰엄젓 뿐이다. ㅠ.ㅠ뛰엄젓이 뭐냐구요? 개구리 뒷다리로 만든 젓갈~어느 지방 음식인지 혹시 아는 분 없으신지?책에는 안나왔는데 어느 지방의 토속 음식인지 난 그것이 더 알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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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의 상징세계 - 33가지 동물로 본
김종대 지음 / 다른세상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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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맛깔쓰러움. 오랫만에 만난 맛깔스런 책이다. 깊이있는 지식과 재미가 어느 한쪽에 특별히 치우치지 않고 잘 조화가 되어 있다. 요리로 치면 조미료를 적게 사용하고 재료의 맛을 살린 정갈하고 깔끔한 한식.

여기 등장한 동물들이 우리 생활과 문화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변해 왔는지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동시에 그냥 그런 지식적인 탐구나 의미없이 편안하게 한편의 이야기 책을 읽는 느낌으로도 즐겁고 편안하다.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동물들이 의외로 많다는 생각도 한다. 12지신을 제외하고는 별로 떠오르는 동물들이 없었는데... ^^ 그리고 책 내용과 관계없지만 제비에 대한 항목을 보면서 아련한 향수 비슷한 감정도 느낀다. 몇년 전만 해도 제비를 보는 일은 흔했고 제비가 낮게 나는걸 보면서 곧 비가 오겠구나 하는 나름대로의 날씨 예측도 할 수 있었다. 더 어려서는... 우리집에 제비집도 있었고... 그런데... 제비를 본지가 어언... --

한가지 참새가 왜 빠졌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생각해보니 지금이야 참새보다 까치가 더 문제지만 농경 사회에서 참새에 대한 심정이 곱지는 않았겠단 생각도 든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전래 동화를 더듬어봐도 촐싹되는 이미지 말고 별로 좋은 얘기는 없었던듯... 아니 참새에 대한 의인화도 별로 기억나는게 없다.

이런 재미적인 부분을 떠나서도.. 그냥 옛날 이야기나 전래동화집의 하나로만 듣던 얘기들이 우리 조상과 또 현재를 사는 우리의 삶에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도 됐고. 이 책을 읽기 전에 난 우리 아버지가 왜 노루고기를 드시지 않는지 몰랐다. (물론 우리 식구 모두 아무도 안먹었다... 부친은 재수없다는 이유로, 나머지는 어떻게 그 예쁜 노루를 먹느냐는 감정적 이유로) 그외에도 단절되지 않은 전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수확.

또 저자가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우리말 어휘와 단순히 동물과 상징세계에 국한되지 않는 주변 이야기들이 책의 가치를 높이는듯 하다. 그의 생각들이 고래고래 지르는 큰 고함이 아니라 조용하고 나직한 속삭임에 가까운 소리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끌렸고.

아쉬움이 있다면 책 편집상의 문제. 책에 수록된 그림과 그림의 제목이 잘못 배열된 것이 눈에 띄었음. 대표적인 것이 개에 관한 부분에서 두개의 그림이 나란히 배열된 것에 그림과 제목이 뒤바뀌어 설명되어 있다. 단순한 오타도 고유명사에 있어선 치명적일 수 있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문화재에 관한 부분인 만큼 더 신경써야 하지 않았을까.

이 책을 쓴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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