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성풍속 - 가람역사 34 조선사회사 총서 2
정성희 지음 / 가람기획 / 199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부제는 여성과 성문화로 본 조선사회. 조선 사회사 총서 시리즈 중에 2권에 해당. 98년에 서점에서 발견하고 내내 눈에 밟혔던 책인데... 이 책을 들도 다닐 때 최소한 여자들은 재미있어 보인다고 다 읽고 빌려다라는 얘기를 했으니 작명은 잘 한듯 싶다. 제목을 보면 일단은 장사가 될 성 싶은 떡잎이지...재미가 있으면서 허탈하지 않은 적절한 즐거움이긴 한데 많은 한국 저자들이 갖는(서구 저자들도 이 사실에서 많이 자유롭진 않지만) 용두사미라는 고질적인 구조(?)를 답습.

중반부까지는 내가 알지 못했던 사실을 포함해서 나름대로 흥미로운 이론들이 짜임새가 있었는데 그 치밀함이 후반부에서는 무너지는 느낌. 페이지수 늘이기 노력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였다고 해야하나...? 뒷부분에 야담들을 왜 모아놨는지 구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납득이 안간다. 뚜렷한 필요나 개연성을 아무리 이해를 해주려고 해도 모르겠음.

그런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여성이라는 존재를 보는데 크게 모자람이 없는듯 싶다. 이 책의 이미지가 완전히 꽝이었다면 뒤쪽에 소개된 이 일련의 시리즈에 대한 식욕이 완전히 사라졌겠지만 끌리는 것이 있는걸 보면...시대순으로 단순히 어내리는 것이 여성과 관련이 깊은 결혼, 임신과 출산, 이혼과 간통, 매춘, 성범죄 등등 흥미있을 주제를 정해 그 주제별로 시대상의 변화를 준 것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책의 호홉을 짧게 해서 생동감을 줬다. 호홉이 짧은 현대 독자들에게 적절한 시도였던듯...

얼마 전 라디오를 듣는데 조선이란 사회 자체가 우리 전체 역사를 봤을 때 가장 이질적인 집단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신선했었다.그런 의미에서 부족한 사료를 뒤지는 노력을 누군가 열심히 해서 조선 이전의 여성에 대한 이 정도 고찰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그 조선이라는 꽉 막힌 사회에 태어나지 않은 것에 다시 한번 감사. 하긴 거기서 태어나 살았으면 다들 그러려니 하고 별 불만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조선이 어떤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사의 입장에서 암흑기였다는 것은 누구도 거부하진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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