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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의 상징세계 - 33가지 동물로 본
김종대 지음 / 다른세상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책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맛깔쓰러움. 오랫만에 만난 맛깔스런 책이다. 깊이있는 지식과 재미가 어느 한쪽에 특별히 치우치지 않고 잘 조화가 되어 있다. 요리로 치면 조미료를 적게 사용하고 재료의 맛을 살린 정갈하고 깔끔한 한식.
여기 등장한 동물들이 우리 생활과 문화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변해 왔는지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동시에 그냥 그런 지식적인 탐구나 의미없이 편안하게 한편의 이야기 책을 읽는 느낌으로도 즐겁고 편안하다.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동물들이 의외로 많다는 생각도 한다. 12지신을 제외하고는 별로 떠오르는 동물들이 없었는데... ^^ 그리고 책 내용과 관계없지만 제비에 대한 항목을 보면서 아련한 향수 비슷한 감정도 느낀다. 몇년 전만 해도 제비를 보는 일은 흔했고 제비가 낮게 나는걸 보면서 곧 비가 오겠구나 하는 나름대로의 날씨 예측도 할 수 있었다. 더 어려서는... 우리집에 제비집도 있었고... 그런데... 제비를 본지가 어언... --
한가지 참새가 왜 빠졌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생각해보니 지금이야 참새보다 까치가 더 문제지만 농경 사회에서 참새에 대한 심정이 곱지는 않았겠단 생각도 든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전래 동화를 더듬어봐도 촐싹되는 이미지 말고 별로 좋은 얘기는 없었던듯... 아니 참새에 대한 의인화도 별로 기억나는게 없다.
이런 재미적인 부분을 떠나서도.. 그냥 옛날 이야기나 전래동화집의 하나로만 듣던 얘기들이 우리 조상과 또 현재를 사는 우리의 삶에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도 됐고. 이 책을 읽기 전에 난 우리 아버지가 왜 노루고기를 드시지 않는지 몰랐다. (물론 우리 식구 모두 아무도 안먹었다... 부친은 재수없다는 이유로, 나머지는 어떻게 그 예쁜 노루를 먹느냐는 감정적 이유로) 그외에도 단절되지 않은 전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수확.
또 저자가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우리말 어휘와 단순히 동물과 상징세계에 국한되지 않는 주변 이야기들이 책의 가치를 높이는듯 하다. 그의 생각들이 고래고래 지르는 큰 고함이 아니라 조용하고 나직한 속삭임에 가까운 소리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끌렸고.
아쉬움이 있다면 책 편집상의 문제. 책에 수록된 그림과 그림의 제목이 잘못 배열된 것이 눈에 띄었음. 대표적인 것이 개에 관한 부분에서 두개의 그림이 나란히 배열된 것에 그림과 제목이 뒤바뀌어 설명되어 있다. 단순한 오타도 고유명사에 있어선 치명적일 수 있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문화재에 관한 부분인 만큼 더 신경써야 하지 않았을까.
이 책을 쓴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