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의 여왕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9
조범환 지음 / 책세상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던 것. 상식은 대체로 오류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 시점까진 그게 사실이고 유효하지만 그 생명력이 길지 않음을 절감한다. '여왕'이라는 단어.선덕, 진덕, 진성이라는 세 이름에 대해 알려질만한 것들은 다 알고 있다고 자부했기에 별 기대는 없이 그냥 책 두께만큼이나 가벼운 가격 때문에 선택한 책인데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상식들이 많이 뒤집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난 아마 아직도 미모의 처녀 여왕으로서 선덕의 이미지를 갖고 있을텐데... 이건 솔직히 그다지 달갑진 않다. 인간은 사실보다는 자신이 믿고싶은 것만을 보려 한다는 말이 사실인듯. ^^새롭게 알게 됐거나 내가 알던 것이 바뀐 것을 보면...선덕의 생몰연대.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에선 그게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걸로 나왔었는데 그동안 연구가 제대로 된 모양.

그리고 선덕여왕의 결혼 사실. 평생 결혼하지 않았던 처녀 여왕으로서의 이미지가... 그림책으로 된 선덕여왕전에서 그 화려한 삽화 덕분에 너무나 강렬했는데 김유신, 김춘추의 할머니뻘이란 사실이 조금은 뜨아...진덕 여왕의 경우.난 이쪽이 결혼해서 아들이 하나 있었으나 성골이 아니어서 김춘추가 대를 이었다는 기억을 갖고 있었는데 오히려 진덕 여왕이 노처녀였었군.

신분이 맞는 성골 남자가 없으면 결혼을 안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니... 가뜩이나 범위가 좁은 성골의 대가 끊긴 것이 이해가 간다. 여왕과 상관없이 성골의 범위에 관한 것도 개념 정립(지금 이 저자가 한 정리가 진실인 동안만은...) 아버지가 김씨이고 어머니가 왕비족인 박씨인 경우에만 성골이라고 배웠었는데 왕궁에 살고 있었던 왕의 일가친척.

딱 그 가족만이 성골이라면... 거기다 근친결혼은 오래될수록 출산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대가 끊긴 것이 납득.진성여왕의 경우는...다행히 아직은 내가 아는 것이 사실과 큰 차이가 없었다. 몇년간 한국사의 성과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더니 많이 뒤떨어진 느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도서관 구석에 박힌, 세로로 쓰인 하드커버 역사책이 바로 내 머리속이었던듯. --;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한번씩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줘야겠다.어쨌거나...이 책을 읽으면서... 또 요즘 돌아다니면서 읽는 조선시대의 성풍속 어쩌고를 읽으면서 조선 중후기의 그 억압적 가치관이 여성들에게 끼친 폐해는 정말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세계 어디를 내놔도 뒤지지 않는 남녀 평등의 풍속과 가치관이(결국 평등을 누리는건 대체로 먹고 살만한 계층들이었겠지만) 이렇게 아프가니스탄과 사우디를 제외하곤 아래를 찾아보기 힘든 불평등 기조로 바뀌다니.

폐쇄적 집단의 억압적 통치 몇백년이 전체의 틀과 색깔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 진리의 힘에 입이 딱 벌어짐. 여자 대통령이 나와야 평등 어쩌고를 하는 날이 오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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