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향기
신영훈 글, 김대벽 사진 / 대원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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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모두 초가집 대신 시멘트와 슬레이트 지붕의 문화주택이 농촌에 들어섰다는 것을 우리 근대화의 가장 큰 업적이고 증거로 교육 받아왔다. 이제 어렴풋이 밖에 기억나지 않는 초등학교 시절 사회 시간마다 구불구불하던 시골길과 농지가 반듯한 바둑판 형태로 정리되고 불편하고 비위생적이던 초가집이 사라진 것은 엄청난 업적으로 들었던 생각이 난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없애려고 그렇게 노력하던 초가집과 한옥들이 얼마나 우리 생활에 적합하고 과학적인 주택이었던가를 뒤늦게 발견하고 뒤늦게 되살리고 보전하려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라고 할까... 언제나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는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의 모습이 우리와 겹쳐 떠오른다.그동안 아무런 망설임없이 우리가 버린 그 한옥의 아름다움과 편리함에 대한 얘기는 간간히 들어왔지만 이 책에선 그 한옥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눈에 확 들어오는 도면과 포인트를 잘 살린 사진들이 신영훈씨의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애쓴 글들과 맛깔스럽게 어우러져 눈과 머리에 쏙쏙 들어와 부담도 없고... 못을 거의 쓰지 않고 짜맞춤을 하는 한옥의 아기자기하고 잘 맞는 구조를 속속들이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구석구석 손때 묻은 그 기법도 배워볼 수 있었고.  예전에 경복궁을 짓고 있는 대목 신응수씨를 만났을 때 그는 잘 지은 한옥은 천년을 간다는 말을 했다. 그동안 우리 한옥은 잦은 전쟁과 관리 부족으로 수명이 짧고 관리하기 힘든 건물로 잘못 인식되어 왔는데 이 책으로 그런 편견들이 많이 가셨으면 좋겠다.

각 종가집들의 다양한 특징과 설명, 찬찬한 도면들에 대해 앞서도 감탄을 했는데 왜 마지막으로 소개된 영암 최성호씨 댁 집은 왜 도면이 빠졌는지... 좀 아쉽고... 알고 익숙해야 그 진수를 제대로 파악하고 음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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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광만이 살아 남는다
앤드류 그로브 지음, 유영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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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러이러하게 살아라 내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류의 지침서를 아주 싫어한다. 일과 관련되서 혹은 어떤 인물에 대한 자료조사 차원에서 자료비가 나오거나 상대방에서 제공한 것을 제외하고 그런 류의 책은 단 한권도 내 돈으로 사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이 '편집광만이 살아 남는다'는 내게 아주 기념비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사본 '지침서'였고 또 후회하지 않고 있으니까. IT산업 열풍이 한창이던 시절 빌 게이츠의 책과 함께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필독서이기도 했고 또 아는 선배의 강권도 있어서 구입은 했다가 뒤늦게 읽었는데 때로는 남의 잘난척(?)을 돈을 내고 읽어주는 것도 보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그 '남'이 확실히 현명하거나 최소한 독자를 속일 만큼 똑똑하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99년  IT벤처 열풍 시절 빌 게이츠의 생각을 속도를 읽지 않고는 어디 가서 대화가 되지 않았던 그 때에 난 그 책 전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소리 "MS 시스템을 깔아야 성공해"라는 교주같은 메시지가 싫어서 그 책에 대한 인상은 별로 좋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정보나 역사로서의 가치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어 이런 류의 책을 얘기할 때 종종 추천까지 하고 있다.

8비트 컴퓨터를 가장 후진 것으로 인식하는 우리에게 8K의 메모리는 정말 태고의 얘기로 들리지만 불과 수십년 사이에 컴퓨터와 인터넷은 경이적으로 발전해왔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앤디 그로브는 그 역사를 함께 해왔고 부침이 심한 그 속에서 생존자로 살아남은 드문 존재이다. 바로 생존자의 생존 보고서이기 때문에 이 책을 만나는 사람들은 그의 주장과 지나온 얘기에 동조하게 된다. 여기에서 그는 기업과 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얘기들을 많이 던지고 있는데 특히 주목이 되는 것은 바로 전략적 변곡점.

결국 그 변곡점을 일찌감치 인식한 기업은 살아 남았고 그 변화를 느끼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되었다는 부분은 특히 와닿았다. 아마 여러가지 내외적 족쇄에 얽매여 변화하지 못하는 우리 기업들을 보면서 느낀 답답함 때문에 더더욱 크게 그런 느낌을 받은 듯싶다. 하지만 이 전략적 변곡점 얘기는 기업 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중요한 교훈인 듯.....

누구의 교지(?)에 들뜨는 성격이 아닌 관계로 디지털 시대의 성경이니 하는 낯간지러운 찬사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한번쯤 읽어봐도 후회는 안할 것 같다. 자신이 가려는 목적지를 알고 있는 -최소한 스스로 확신하고 있는- 사람의 글은 그 자신의 논거만으로도 봐줄 가치가 있다. 앤디 그로브는 자신의 방향에 확신을 갖고 있고 그래서 부럽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하나. 책은 원가를 줄여 싸게 공급되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게 불합리한 감상이지만 이상하게 하드 커버는 괜히 가치있게 느껴진다. 단단한 하드 커버... 이 책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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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진화
대니얼 C. 데닛 지음 / 두산동아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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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있다는 것을 믿는가? 그리고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까? 이 질문이 화두가 되어 이 책은 논리 전개를 하고 있다. 때문에 마음의 존재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마음의 진화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은 말도 안되는 헛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다수의 인간들은 신은 부정할지 몰라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기에 일단 거부감을 갖는 사람은 적을 듯 싶다.

마음의 진화를 읽기 전에 과연 마음이란 것이 어떤 생물처럼 진화가 가능한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과학이란 형식(사이언스 북 시리즈의 일환이니까)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호기심을 많이 가졌었다.
사실 인공지능이나 인공두뇌, 퍼지 이론 같이 두뇌에 관련된 것은 분명히 과학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잡을 수 없는 인간의 심리와 감정, 생각을 다룬 심리학과 정신분석학들도 과학에 들어간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문학이나 신학적 측면에서 부각되어왔지 과학으로 분석된 것을 만난적은 없었다. 그것은 아마 인간의 마음이란 이 부분이 비교적 최근에야 독립적으로 인정되었고 그 전에는 다른 기능들에 붙어서 파악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 자신이 밝혔듯이 데닛은 과학자가 아닌 철학자이다. 때문에 여기서 언급되는 수많은 이론과 논리 전개는 과학 만큼이나 철학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듯 하다. (때문에 철학과 정말 친하지 않은 나같은 독자에겐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상당히 난해하다면 난해할 수 있고 또 비판적인 독자들에겐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을 '마음'에 대한 연구 중 좋은 가설이나 한 학설이라고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본다면 데닛의 풍부한 예증들에 감탄하며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철학적 이론들만 그럴듯하게 포장되었다면 이 책은 별볼일 없는 그렇고 그런 이론서 중 하나겠지만 그가 수집한 과학적 증거과 논증들이 이 책의 가치와 재미를 더해준다. 어렵긴 하지만 통독해도 그 시간과 노력이 허무하진 않은 책. 시간이 더 지나고 연구가 거듭되면 우리 마음도 컴퓨터의 회로처럼 그 복잡한 연결고리가 파악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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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신화 현대지성신서 3
노마 로어 굿리치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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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만났던 로랑 이야기며 베오울프의 모험, 그리고 베르타의 고난들.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지나쳐 버릴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나이를 먹을 수록 그 동화에 대한 향수가 더 강해졌다. 그리고 그 얘기들이 단순히 어린이들을 위해 창작된 얘기가 아니라 역사와 허구가 혼합된 것으로 단순히 재미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사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자료라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그 이야기들을 다시 읽고 싶다는 욕구는 점점 커졌었다.

때문에 이 책을 만났을 때 아무 망설임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이 안의 즐겁고 약간은 황당한 얘기들을 읽으면서 내가 만나고 향유하고 있는 음악과 그림, 그리고 영화 같은 서양 문화에 대해 조금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하면 과장일까?

여기에 있는 얘기들은 유럽의 트루바두르와 민네징거들에 의해 전승된 전설들의 가장 인기있고 대표적인 내용들이다. 그리고 그 전승은 크건 작건 간에 유럽 문화에 계속 큰 영향을 줬고 하나의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누구나 다 아는 그 지크프리트의 전설. 가장 낭만적인 지크프리트와 크림힐트의 비극적인 사랑만이 뼈대로 남아있지만 거기에 얽히고 섥힌 게르만 신화와의 연관성을 살려 그 내용을 모두 완성한다면 이 작품은 바그너의 '링'이란 대표적인 악극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탄호이저와 이고르 공 역시 악극과 유명한 오페라의 대본이 되서 이 전설은 모르더라도 음악은 아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르 시드. 엘 시드라는 제목으로 찰톤 헤스턴과 소피아 로렌 주연의 영화로 올드 영화팬들에겐 절대 잊을 수 없는 내용. 이외에 등장하는 나머지 주인공들의 이름 역시 이렇게 독보적으로 유명한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지 못했다 뿐이지 수많은 그림이나 문학, 기타 예술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용과 싸우는 베오울프의 그림을 보면서, 무대에서 공연되는 탄호이저를 보면서 그 장면의 내용을 기억해 볼 수 있다는 것.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내용들 안에서도 역시 중세까지 치열하게 싸우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유럽인들의 토착 신앙의 싸움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런 엄청난 핍박을 받으면서도 아직까지 흔적을 남기고 있는걸 보면 하나의 흐름이 생기기도 어렵지만 그걸 완전히 없앤다는건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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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형 - 피와 전율의 중국사
왕용쿠안 지음 / 마니아북스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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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 수록 성선설에 회의를 느끼지만 이 책은 정말 과연 성선설이 존재할 근거가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내용이 아닌가 싶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에서 한 부분으로 스쳐 지나갈 때는 '참 잔인하구나...' 정도로 지나칠 수 있지만 그 내용과 근거, 그리고 다양한 예를 모아 놓으니 읽는 것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꼭 공포 영화의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기분이다.
꽤 오래 전에 역사적으로 유명한 살인 사건을 모아 놓은 책을 잡았을 때 바로 그 느낌이다. 그런 사건집의 중국판이라고 할까.. 단순히 호기심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참 부담이 간다.

내가 기가 허했으면 가위 눌리기 딱 좋은 내용. 요즘처럼 엽기와 그로테스크를 즐기는 분위기에 맞는 내용이긴 한데..... 비위가 약하거나 공포 영화 내지 엽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권하고 싶지 않은 책. 나도 후회하고 있음. ㅠ.ㅠ 정말 이런 내용을 만날 때마다 내가 인간이라는데 회의가 생긴다. 종말론자들 말처럼 세상이 망하고 있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식인문화의 수수께끼와 함께 구입한 것을 후회하는 책 중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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