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신화 현대지성신서 3
노마 로어 굿리치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만났던 로랑 이야기며 베오울프의 모험, 그리고 베르타의 고난들.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지나쳐 버릴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나이를 먹을 수록 그 동화에 대한 향수가 더 강해졌다. 그리고 그 얘기들이 단순히 어린이들을 위해 창작된 얘기가 아니라 역사와 허구가 혼합된 것으로 단순히 재미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사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자료라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그 이야기들을 다시 읽고 싶다는 욕구는 점점 커졌었다.

때문에 이 책을 만났을 때 아무 망설임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이 안의 즐겁고 약간은 황당한 얘기들을 읽으면서 내가 만나고 향유하고 있는 음악과 그림, 그리고 영화 같은 서양 문화에 대해 조금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하면 과장일까?

여기에 있는 얘기들은 유럽의 트루바두르와 민네징거들에 의해 전승된 전설들의 가장 인기있고 대표적인 내용들이다. 그리고 그 전승은 크건 작건 간에 유럽 문화에 계속 큰 영향을 줬고 하나의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누구나 다 아는 그 지크프리트의 전설. 가장 낭만적인 지크프리트와 크림힐트의 비극적인 사랑만이 뼈대로 남아있지만 거기에 얽히고 섥힌 게르만 신화와의 연관성을 살려 그 내용을 모두 완성한다면 이 작품은 바그너의 '링'이란 대표적인 악극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탄호이저와 이고르 공 역시 악극과 유명한 오페라의 대본이 되서 이 전설은 모르더라도 음악은 아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르 시드. 엘 시드라는 제목으로 찰톤 헤스턴과 소피아 로렌 주연의 영화로 올드 영화팬들에겐 절대 잊을 수 없는 내용. 이외에 등장하는 나머지 주인공들의 이름 역시 이렇게 독보적으로 유명한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지 못했다 뿐이지 수많은 그림이나 문학, 기타 예술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용과 싸우는 베오울프의 그림을 보면서, 무대에서 공연되는 탄호이저를 보면서 그 장면의 내용을 기억해 볼 수 있다는 것.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내용들 안에서도 역시 중세까지 치열하게 싸우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유럽인들의 토착 신앙의 싸움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런 엄청난 핍박을 받으면서도 아직까지 흔적을 남기고 있는걸 보면 하나의 흐름이 생기기도 어렵지만 그걸 완전히 없앤다는건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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