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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진화
대니얼 C. 데닛 지음 / 두산동아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마음이 있다는 것을 믿는가? 그리고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까? 이 질문이 화두가 되어 이 책은 논리 전개를 하고 있다. 때문에 마음의 존재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마음의 진화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은 말도 안되는 헛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다수의 인간들은 신은 부정할지 몰라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기에 일단 거부감을 갖는 사람은 적을 듯 싶다.
마음의 진화를 읽기 전에 과연 마음이란 것이 어떤 생물처럼 진화가 가능한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과학이란 형식(사이언스 북 시리즈의 일환이니까)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호기심을 많이 가졌었다.
사실 인공지능이나 인공두뇌, 퍼지 이론 같이 두뇌에 관련된 것은 분명히 과학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잡을 수 없는 인간의 심리와 감정, 생각을 다룬 심리학과 정신분석학들도 과학에 들어간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문학이나 신학적 측면에서 부각되어왔지 과학으로 분석된 것을 만난적은 없었다. 그것은 아마 인간의 마음이란 이 부분이 비교적 최근에야 독립적으로 인정되었고 그 전에는 다른 기능들에 붙어서 파악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 자신이 밝혔듯이 데닛은 과학자가 아닌 철학자이다. 때문에 여기서 언급되는 수많은 이론과 논리 전개는 과학 만큼이나 철학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듯 하다. (때문에 철학과 정말 친하지 않은 나같은 독자에겐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상당히 난해하다면 난해할 수 있고 또 비판적인 독자들에겐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을 '마음'에 대한 연구 중 좋은 가설이나 한 학설이라고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본다면 데닛의 풍부한 예증들에 감탄하며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철학적 이론들만 그럴듯하게 포장되었다면 이 책은 별볼일 없는 그렇고 그런 이론서 중 하나겠지만 그가 수집한 과학적 증거과 논증들이 이 책의 가치와 재미를 더해준다. 어렵긴 하지만 통독해도 그 시간과 노력이 허무하진 않은 책. 시간이 더 지나고 연구가 거듭되면 우리 마음도 컴퓨터의 회로처럼 그 복잡한 연결고리가 파악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