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문학 수업 - 역사, 문화, 경제, 인구, 산업이 교차하는 도시 이야기
도시연구소 지음 / 믹스커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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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도시 인문학 수업

📗 도시연구소

📙 믹스커피

 

 


어떤 도시가 앞으로 좋아질지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아파트 가격이나 교통 호재였다. 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지하철 노선이 생기면 성장하는 도시처럼 보였고, 반대로 미분양이 많거나 인구가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왠지 전망이 어둡게 느껴졌다. 그런데 『도시 인문학 수업』을 읽고 나니 도시를 바라볼 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건물이 얼마나 새것인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왜 그곳에 모이고,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였다.

 

이 책은 우리나라 여러 도시의 성장과 쇠퇴 과정을 따라가며 도시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를 살펴본다. 부산, 울산, 수원, 화성, 부천, 전주 등 익숙한 도시들이 등장하지만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관광지나 부동산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도시의 역사와 산업, 기업, 교통, 인구의 이동을 연결해 보면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진 이유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도시의 성장이 ‘일자리’에서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좋은 일자리가 생기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늘어나면 주거와 상권이 발달한다. 학교와 병원, 교통 같은 생활 기반도 확충되고, 그렇게 살기 좋아진 도시는 다시 새로운 사람과 기업을 불러들인다.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이 하나의 커다란 톱니바퀴처럼 이어진다는 설명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수원과 화성의 사례는 특히 흥미로웠다. 단순히 서울과 가까워서 성장한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와 반도체, 자동차 산업 같은 굵직한 일자리가 도시의 모습을 바꾸었다. 사람들이 직장을 따라 이동하고, 그 사람들이 소비하고 생활하면서 도시의 규모도 함께 커졌다. 반대로 자체적인 일자리가 부족한 도시라면 아무리 주택이 많이 공급되더라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보게 됐다.

 

인구를 바라보는 방식도 새로웠다. 그동안은 어느 도시의 인구가 몇 명인지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책에서는 단순한 숫자보다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특히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젊은 세대가 계속 들어오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100만 명이라는 숫자보다 그 도시에서 일하고 소비하며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가 도시의 미래를 더 잘 보여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책을 읽고 나니 익숙한 도시도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보다 어떤 회사가 들어오는지 궁금해지고, 지하철이 생긴다면 단순히 역세권이라는 말보다 그 노선이 사람들의 생활권을 어떻게 바꿀지 생각하게 됐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일하고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도시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시 인문학 수업』은 부동산 전망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도시를 바라보는 기준을 만들어주는 책에 가깝다. 지금 비싼 곳이 어디인지보다 왜 사람들이 그곳으로 모이는지, 한때 잘나가던 도시는 왜 힘을 잃었는지, 새로운 도시는 무엇을 바탕으로 성장하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본다. 우리가 살아갈 곳을 선택할 때 집 한 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을 둘러싼 도시 전체를 함께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 지나던 도시의 풍경 뒤에 어떤 산업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숨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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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배당 투자지도 - 4개의 계좌로 완성하는
재테크메이트(이우봉)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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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4개의 계좌로 완성하는 월배당 투자지도

📗 재테크메이트(이우봉)

📙 원앤원북스



주식 투자를 시작한 뒤 가장 자주 확인한 것은 역시 수익률이었다. 보유 종목이 많이 오른 날에는 뿌듯했고, 반대로 크게 떨어지면 추가로 사야 할지 정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환율과 세금까지 계산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투자했지만, 정작 이 돈을 나중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자산을 모으는 데만 관심을 두었을 뿐, 그 자산에서 생활비를 꺼내 쓰는 방법은 비워둔 셈이었다.


《월배당 투자지도》를 읽으며 그 빈칸이 눈에 들어왔다. 월급은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지만 언젠가는 멈춘다. 그렇다면 은퇴 후에는 어떤 돈으로 생활해야 할까. 국민연금만 기다리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고, 그때마다 주식을 조금씩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도 시장 상황에 따라 불안할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많이 모은 자산만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제목만 보면 월배당 ETF를 추천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훨씬 넓다. ETF의 기본 구조와 종목명 읽는 법부터 성장주와 배당성장주의 차이, 연금저축과 IRP, ISA의 활용법, 은퇴 후 인출 순서까지 이어진다. 지금 무엇을 살 것인가에 그치지 않고 어느 계좌에서 키우고,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꺼내 쓸 것인가를 함께 설명한다.


특히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계좌마다 역할을 나누는 방법이었다. 그동안 절세에 좋다는 말을 들으면 일단 계좌를 만들고, 관심 가는 ETF를 여기저기 담곤 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상품이 여러 계좌에 흩어져 있고 각각의 목적은 분명하지 않았다. 책을 읽고 나서는 가까운 시기에 사용할 돈과 오랫동안 묻어둘 돈, 은퇴 이후 현금흐름을 만들 돈을 따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배당이라는 말에 대한 오해도 조금 풀렸다. 매달 분배금이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상품은 아니다. 배당률이 높아 보여도 주가가 계속 내려가거나 배당이 줄면 전체 수익은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 커버드콜 ETF 역시 분배금만 보고 접근하기보다 상승장에서 수익이 제한될 수 있다는 특징을 알아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를 자주 받느냐보다 원금의 성장과 현금흐름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이다.


그렇다고 젊을 때부터 모든 자산을 월배당 ETF에 넣으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자산을 키워야 하는 시기에는 S&P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성장형 ETF를 활용하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배당성장주와 월배당 상품의 비중을 조절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당장 받는 배당금 몇만 원에 만족하기보다 지금은 재투자를 통해 자산의 크기를 키우는 편이 낫다는 설명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연금저축, IRP, ISA를 설명하는 부분은 필요할 때 다시 찾아보게 될 것 같다. 계좌마다 납입 한도와 세금 혜택이 다르고, 돈을 인출할 때 적용되는 순서도 생각보다 복잡하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도 표와 사례를 따라가다 보니 헷갈렸던 부분이 정리되었다. 구체적인 금액을 넣어 계산한 예시가 많아 내 상황에 대입해보기에도 어렵지 않았다.


이 책을 읽었다고 당장 투자 종목을 모두 바꿀 생각은 없다. 다만 수익률이 높은 계좌를 만드는 것과 생활을 책임질 계좌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은 분명히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종목을 고르기 전에 이 돈을 언제 사용할 것인지부터 생각해보려 한다. 목표가 달라지면 선택해야 할 계좌와 ETF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후 준비가 막연하게 느껴지거나 여러 절세계좌를 만들어두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 읽어볼 만하다. 큰돈을 빠르게 벌게 해주는 책은 아니지만, 월급이 끊긴 뒤에도 자산이 계속 일하게 만드는 방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투자 성과에 마음이 자주 흔들리는 사람이라면 수익률보다 오래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먼저 세워보길 권한다.


#월배당투자지도 #재테크메이트 #이우봉 #원앤원북스 #ETF투자 #월배당ETF #연금저축 #IRP #ISA #노후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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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묘한 한국사 ㅣ 기묘한 한국사
김재완 지음 / 믹스커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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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원앤원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더 기묘한 한국사

📗 김재완

📙 믹스커피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이상하게 사건보다 주변 이야기에 더 눈이 갔다. 왕이 무엇을 했는지보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기록에서 빠진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더 궁금했다. 『더 기묘한 한국사』는 바로 그런 궁금증을 따라가는 책이었다.

 

제목만 보면 기괴한 사건을 모아놓은 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익숙한 역사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 이미 알고 있던 인물과 사건도 배경을 조금만 달리 보면 전혀 다른 의미가 생긴다.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었어?’ 하는 놀라움이 책장을 계속 넘기게 했다.

 

책에는 세종의 가족사, 벼슬을 거듭 거절했던 곽재우, 사건의 단서를 집요하게 추적했던 정약용, 신안 앞바다의 보물선, 일제강점기의 미두 투기처럼 시대도 성격도 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사건들이지만 공식적인 역사에서 쉽게 지나쳤던 빈틈을 들여다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인간적이라는 점이었다. 거대한 사건 뒤에는 체면과 욕망, 두려움, 질투, 돈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감정이 숨어 있었다. 교과서에서는 한 줄로 지나갔던 사건도 사람의 사정과 연결되자 갑자기 생생하게 느껴졌다.

 

특히 역사 속 인물을 완벽한 영웅으로만 그리지 않는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존경받는 인물에게도 판단착오가 있었고, 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에게도 나름의 고민과 갈등이 존재했다. 이런 모습을 알고 나니 오히려 인물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사람처럼 가까워졌다.

 

정약용을 다룬 부분에서는 역사책을 읽다가 뜻밖의 범죄수사물을 만난 듯했다. 오래된 사건을 기록과 흔적을 통해 추적하는 과정은 단순하게 지식을 전달받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한 사건이 끝나면 또 다른 사건파일을 꺼내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를 찾게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와 자꾸 겹쳐 보인다는 점이다. 미두시장의 투기 열풍을 읽다 보면 오늘날의 투자 광풍이 떠오르고, 권력과 기록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 우리가 접하는 정보 역시 과연 온전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시대는 달라졌어도 돈과 권력 앞에서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의 매력은 단순히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려준다’는 데만 있지 않다. 익숙한 이야기 앞에서 한 번 더 의심하고, 무엇이 빠져 있는지 궁금해하게 만든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넘어 ‘도대체 왜 그렇게 되었을까’를 묻게 한다는 점에서 역사가 암기해야 하는 지식이 아니라 생각해보는 이야기가 된다.

 

이미 유명한 사건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역사책이 조금 지루했다면 『더 기묘한 한국사』는 꽤 색다른 선택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한국사에 작은 균열을 만들고, 그 틈으로 사람과 시대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역사책과 조금 멀어진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권한다. 재미있는 이야기에서 시작해 어느새 과거를 바라보는 새로운 질문 하나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더기묘한한국사 #김재완 #믹스커피 #한국사 #역사책추천 #역사교양 #한국사책 #교양도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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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김명순 외 지음, 이루카 엮고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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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우주님(@woojoos_story) 진행, 아티초크(@artichokehouse)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 김명순·에밀리 브론테·샬럿 브론테·앤 브론테 외 96인 

📙 아티초크

 

 

마음속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정확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다. 한때는 눈부셨지만 어느새 흐릿해진 꿈,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문득 되살아나는 기억, 괜찮아졌다고 생각한 뒤에도 조용히 남아 있는 서운함 같은 것들이다. 나는 그런 감정을 오래 붙들기보다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편이었다. 그러나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를 읽으며, 사라지지 않는 마음에는 먼저 이름을 불러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인류 최초로 이름이 기록된 작가 엔헤두안나부터 브론테 자매, 에밀리 디킨슨, 김명순에 이르기까지 세계 여성 시인 100명의 시와 생애를 한 권에 담았다. 사랑과 이별, 고독과 죽음, 출산과 자유, 억압과 저항을 지나온 여성들의 목소리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이어진다. 시인의 짧은 연대기와 초상이 시와 함께 실려 있어, 한 편의 작품을 읽는 일이 결국 한 사람의 삶을 만나는 경험으로 넓어진다.

 

처음에는 제목 때문에 슬픔과 상실을 다룬 무거운 시들이 주로 담겼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슬픔에도 다양한 표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슬픔은 사랑을 잃은 자리였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재능과 욕망을 숨겨야 했던 시간이었다. 어떤 시에서는 고독이 견뎌야 할 아픔으로, 또 다른 시에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조용한 방으로 나타났다. 이 책은 슬픔을 하나의 감정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그 안에 놓인 분노와 욕망, 희망까지 함께 보여준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시는 〈여자의 꿈〉이었다.

 

“비단은 닳아 없어지고, 레이스도 온데간데없고,

낯선 얼굴은 멀고 먼 곳으로 사라지고,

음악은 꺼져 버렸습니다, 영원히.

 

가슴속에 무언가만 남습니다……

아프고 달콤하고 애타는 기억,

떠올릴 때마다 몸이 떨리고,

눈물이 넘칩니다, 말없이, 뜨겁게……

여자의 꿈은 참 이상합니다!”

 

꿈속에서 반짝이던 비단과 레이스, 낯선 얼굴과 음악은 결국 모두 사라진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손에 넣지 못한 꿈도 한 사람의 삶에 분명한 흔적을 남기고, 끝난 사랑과 지나간 시간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감정이 된다. 마지막의 “여자의 꿈은 참 이상합니다!”라는 문장은 가볍게 들리면서도 묘한 쓸쓸함을 남겼다.

 

사랑받고 싶고, 자유롭고 싶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싶은 바람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다만 여성들에게는 그런 평범한 욕망조차 오랫동안 지나치거나 이상한 꿈으로 취급되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이 책 속 시인들은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꿈을 시 안에서만큼은 감추지 않았다. 그들에게 글쓰기는 아름다운 문장을 만드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존재했음을 세상에 남기는 방법이었다.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는 상처받은 여성들의 비극만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다. 이 책 속 여성들은 슬퍼하면서도 사랑했고, 흔들리면서도 꿈꾸었으며, 침묵을 강요받는 순간에도 자신의 언어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래전 누군가가 남긴 문장이 오늘의 마음을 알아보는 순간, 지나간 꿈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도 더 이상 혼자만의 비밀로 남지 않는다. 마음속에 오래 머물러온 감정에 알맞은 언어를 찾아주고 싶은 날, 천천히 펼쳐보기를 권한다.

 

#우주서평단 #슬픔에게언어를주자 #김명순 #에밀리브론테 #아티초크 #세계여성시인선100 #여자의꿈 #여성시인 #시집추천 #필사하기좋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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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최희성 편역 / 아이템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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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하룻밤에 읽는 오디세이아

📗 호메로스 원저 · 최희성 편

📙 아이템하우스

 

 


살다 보면 어디로 가는지보다 왜 이 길을 걷는지가 더 모호해지는 순간이 있다. 해야 할 일은 계속 쌓이는데 마음은 제자리이고, 바쁘게 살아왔지만 정작 내가 원했던 삶과는 멀어진 듯하다. 나 역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멈추는 것은 뒤처지는 일 같고, 돌아가는 것은 실패를 인정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하룻밤에 읽는 오디세이아』를 읽으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멀리 갔느냐가 아니라, 흔들리는 중에도 돌아갈 방향을 잊지 않는 일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디세우스의 항해는 너무 극적이어서 처음에는 내 평범한 일상과 멀게 보였다. 바다에는 괴물이 나타나고 신들은 인간의 운명에 개입하며, 매혹적인 존재들이 영웅을 붙잡는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낯선 신화의 장면이 묘하게 익숙해졌다. 편안한 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오만, 두려움 때문에 결정을 미루는 순간은 우리에게도 반복된다. 괴물과 마법은 없어도 우리는 저마다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 오디세우스의 방황은 특별한 영웅의 모험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모습에 가깝다.

 

이 책은 방대한 『오디세이아』를 세 개의 흐름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첫 부분에서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텔레마코스의 성장을 다룬다. 이어 오디세우스가 폴리페모스와 키르케, 세이렌, 스킬라와 카립디스 등 수많은 위험을 지나 이타카로 향하는 여정이 펼쳐진다. 마지막에는 고향에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거지로 모습을 숨긴 채 무너진 집안의 상황을 살피고, 아들과 힘을 합쳐 구혼자들을 심판한다. 이야기의 중심은 귀환이지만, 그 과정에서 한 인간이 잃고 견디고 판단하는 시간이 더 깊게 남는다.

 

오디세우스가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은 힘보다 상황을 읽는 판단력에 있다. 외눈박이 거인에게서는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고, 세이렌의 노래 앞에서는 욕망을 부정하는 대신 자신을 통제할 장치를 마련한다. 고향에 도착한 뒤에도 곧바로 정체를 밝히지 않고 주변의 충성과 배신을 확인한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보호받는 소년에서 책임을 감당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페넬로페 역시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게 시간을 벌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이 작품은 영웅 한 사람의 승리보다 지혜와 인내, 절제가 어떻게 무너진 질서를 회복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선택지가 많아지면 자유로워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무엇을 원하는지 잊고 새로운 자극만 좇기도 한다. 오디세우스 앞에도 편안한 삶과 영원한 젊음, 고통을 잊게 해줄 유혹이 놓인다. 그럼에도 그는 불완전하고 늙어가는 인간의 삶,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과 책임져야 할 고향을 선택한다.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라고 재촉하는 시대에, 끝까지 돌아가야 할 곳을 기억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오히려 새롭게 읽힌다.

 

『하룻밤에 읽는 오디세이아』는 거대한 고전을 정복해야 할 숙제처럼 내미는 대신, 흥미로운 이야기의 문을 먼저 열어준다. 풍부한 그림과 편안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영웅의 모험 너머에 놓인 기다림과 책임, 가족과 정의의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원전의 무게 때문에 『오디세이아』를 미뤄온 사람에게도 좋고, 이미 줄거리를 알지만 인물들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어울린다. 요즘 자신의 방향을 잃었다고 느낀다면 이 책과 함께 잠시 먼 바다를 건너보기를 권한다. 돌아오는 길은 길어도 끝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조금 더 선명해질 것이다.

 

@100man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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