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최희성 편역 / 아이템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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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하룻밤에 읽는 오디세이아

📗 호메로스 원저 · 최희성 편

📙 아이템하우스

 

 


살다 보면 어디로 가는지보다 왜 이 길을 걷는지가 더 모호해지는 순간이 있다. 해야 할 일은 계속 쌓이는데 마음은 제자리이고, 바쁘게 살아왔지만 정작 내가 원했던 삶과는 멀어진 듯하다. 나 역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멈추는 것은 뒤처지는 일 같고, 돌아가는 것은 실패를 인정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하룻밤에 읽는 오디세이아를 읽으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멀리 갔느냐가 아니라, 흔들리는 중에도 돌아갈 방향을 잊지 않는 일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디세우스의 항해는 너무 극적이어서 처음에는 내 평범한 일상과 멀게 보였다. 바다에는 괴물이 나타나고 신들은 인간의 운명에 개입하며, 매혹적인 존재들이 영웅을 붙잡는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낯선 신화의 장면이 묘하게 익숙해졌다. 편안한 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오만, 두려움 때문에 결정을 미루는 순간은 우리에게도 반복된다. 괴물과 마법은 없어도 우리는 저마다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 오디세우스의 방황은 특별한 영웅의 모험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모습에 가깝다.

 

이 책은 방대한 오디세이아를 세 개의 흐름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첫 부분에서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텔레마코스의 성장을 다룬다. 이어 오디세우스가 폴리페모스와 키르케, 세이렌, 스킬라와 카립디스 등 수많은 위험을 지나 이타카로 향하는 여정이 펼쳐진다. 마지막에는 고향에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거지로 모습을 숨긴 채 무너진 집안의 상황을 살피고, 아들과 힘을 합쳐 구혼자들을 심판한다. 이야기의 중심은 귀환이지만, 그 과정에서 한 인간이 잃고 견디고 판단하는 시간이 더 깊게 남는다.

 

오디세우스가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은 힘보다 상황을 읽는 판단력에 있다. 외눈박이 거인에게서는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고, 세이렌의 노래 앞에서는 욕망을 부정하는 대신 자신을 통제할 장치를 마련한다. 고향에 도착한 뒤에도 곧바로 정체를 밝히지 않고 주변의 충성과 배신을 확인한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보호받는 소년에서 책임을 감당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페넬로페 역시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게 시간을 벌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이 작품은 영웅 한 사람의 승리보다 지혜와 인내, 절제가 어떻게 무너진 질서를 회복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선택지가 많아지면 자유로워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무엇을 원하는지 잊고 새로운 자극만 좇기도 한다. 오디세우스 앞에도 편안한 삶과 영원한 젊음, 고통을 잊게 해줄 유혹이 놓인다. 그럼에도 그는 불완전하고 늙어가는 인간의 삶,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과 책임져야 할 고향을 선택한다.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라고 재촉하는 시대에, 끝까지 돌아가야 할 곳을 기억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오히려 새롭게 읽힌다.

 

하룻밤에 읽는 오디세이아는 거대한 고전을 정복해야 할 숙제처럼 내미는 대신, 흥미로운 이야기의 문을 먼저 열어준다. 풍부한 그림과 편안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영웅의 모험 너머에 놓인 기다림과 책임, 가족과 정의의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원전의 무게 때문에 오디세이아를 미뤄온 사람에게도 좋고, 이미 줄거리를 알지만 인물들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어울린다. 요즘 자신의 방향을 잃었다고 느낀다면 이 책과 함께 잠시 먼 바다를 건너보기를 권한다. 돌아오는 길은 길어도 끝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조금 더 선명해질 것이다.

 

@100man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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