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
이주영.고흥락 지음 / 지식프레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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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아이의 문제 행동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그 아이를 둘러싼 관계이다. 교사는 교사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서로 다른 시선을 갖고 있고, 그 차이가 종종 해결보다 갈등을 불러온다. 특히 상담 과정에서 학부모의 방어적 태도나 아이의 반항은 교사에게 깊은 무력감을 안기며,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게 만든다.

 

많은 교사들이 아이의 행동 그 자체보다, 그 행동을 둘러싼 오해와 감정의 충돌에 더 큰 상처를 입는다고 말한다. 아이를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학부모와의 신뢰 형성이 어려울 때, 교사는 홀로 감정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교사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니다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자아낸다.

 

책은 단지 문제 행동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ADHD, 자해, 반항, 우울 등 다양한 상황별로 구체적인 상담 기법과 갈등 조정의 접근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갈등 조정 대화 모임과 같은 실천적인 기법은 실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해볼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절차와 사례를 담고 있어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저자들은 모두 교육 현장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전문상담교사와 갈등 조정 전문가로서,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풀어낸다. 특히 비자살성 자해에 대한 설명이나, 조현 경향을 보이는 아이들과의 상담 사례 등은 이론과 실천의 균형을 갖춘 사례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에게 깊은 신뢰를 준다.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은 단지 문제 상황을 바라보는 교사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해답만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제안하고, 교사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까지 함께 안내한다. 현장의 교사라면 누구나 이 책 속에서 자신만의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은 ADHD, 충동 조절, 자해, 강박, 우울, 반항, 학교폭력 등 학교에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학생 문제 행동을 중심으로, 그에 대응하는 상담 전략과 갈등 조정 방식들을 다룬다. 각 주제마다 실 사례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어 구체성이 높으며, '생각 나누기' 코너를 통해 교사 스스로의 시각을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지금도 선생님은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완벽한 해결보다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생겨나는 관계의 깊이를 믿고, 때로는 거리를 두며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사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시선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교육서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 책은 교육 현장에서 상처받은 모든 교사, 그리고 아이의 문제 앞에서 혼란스러운 학부모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교실이라는 공간이 더 이상 고립된 감정의 현장이 아니라, 이해와 회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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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domeye 2025-05-0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선생님의 피드백과 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놀랍습니다. “완벽한 해결보다는 아이와의 관계의 깊이를 믿고, 때로는 거리를 두며 기다릴 줄 아는 지혜” 너무 멋진 말이네요. 감사합니다. 늘 지금처럼 선생님의 혜안과 삶의 깊이가 많은 분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