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여서 좋다
호건 힐링 지음, 이구용 옮김 / 청년정신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비슷한 고통을 가져본 사람만이... 이 훌륭한 아빠 역할의 위대함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여자여서 좋다'라는 식의 사치성 냉장고 선전 로고에 비하면, 이 '아빠여서 좋다'라는 말의 가치는 감히 돈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살아가게 된 기억들을 아주 조심스럽게 펼쳐놓는데, 나또한 그의 둘째아이 웨슬리가 장애아임을 책을 읽어나가는 중에 그의 슬픈 목소리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이 여느 남성과 다르지 않지만 바로 아빠로서의 역할, 부성애에 대한 눈뜸을 통해 아내와 세상을 보다 섬세하게 이해하게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늦은 밤 침대에서 한 장 한 장 이 책을 읽다보면, 금새 새벽이 되고 잠이 쉽게 들지 않게 된다. 저자는 오늘도 아이 셋의 따뜻한 잠자리를 챙기고 아이를 키우는 자신의 모습에 감사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덧붙여, 내 경우 역시 늦게 시작한 학업 때문에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지내고 있는 터라, 이 책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겪는 수줍은 사연들과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될 수 있어 고맙기 그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운몽 혜원 월드베스트 36
김만중 지음 / 혜원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九雲夢>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자 몇이나 될까? 예전에도 잘 넘어가지 않는 책장 앞에서 변명처럼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국문학 공부하는 이상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안고 책장을 넘기려니, 손놀림이 더욱 더뎌진다. 그러다, 문득... 이러고 있는 내 모습이 진정 나인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되자,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갔다.

성진이 양소유로 환생하여 여덟 낭자들과의 인연을 맺어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재미 그 자체였다. 웃음도 나고, 긴장도 되고, 부럽기도 하고, 괜히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서포의 문장력 때문인지 양소유의 다재다능한 능력들은 마치 눈앞에서 펼치지는 듯한 매력남의 인상을 남긴다. 또, 우아한 난양공주와 정소저, 꾀많은 가춘운, 순정파 진채봉, 똑소리나는 계섬월, 단호한 용기를 지닌 적경홍, 신비로운 백능파, 멋진 검객 심요연에 이르는 여성들의 모습은 모두 내가 한번쯤 꿈꾸어온 이상적인 여인상이기도 했다.

이들을 둘러싼 다른 인물들도 매우 개성적이었는데, 태후로서의 엄격함과 자애로움을 갖춘 황태후라든가, 정많고 호탕한 정십상랑의 모습들을 김만중은 매우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더군다나, 군데군데 전체소설의 구조를 완성시키는 복선들이 눈에 띄었는데, 육관대사가 등장하는 장면들이 그것이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타나 소유에게 넌지시 암시를 주고 떠나거나, 아니면 소유에게 성진의 삶을 기억하는지를 묻는 장면들은 참으로 절묘하다.

김만중이 장주의 胡蝶之夢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형상화낸 것은, 그가 높은 관념의 세계를 상상해내는 탁월한 사유체계를 가졌기 때문인 듯 싶다. 요즘 떠들썩하게 대중의 아부에 편승하여 노자나 금강경을 강의하는 도올이 구운몽의 높은 상징성을 제대로 알까 싶다. 그는 대중의 입맛에 맞게 성인의 말씀을 끌어내리는 데에는 탁월하나, 대중의 사유를 성인의 말씀으로 가기 위한 단계로 끌어올려주는 깨달음의 세계를 제시하지는 못하니..., 구운몽에 담긴 김만중의 목소리는 그에 비하면 참으로 깊고 오묘하다.

김만중은 <九雲夢>의 결말에서 만족함이 없는 세속적 삶을 깨닫고, 본성(本性)으로 도(道)를 얻어야 함을 말하였다. 흔히들 세속적 삶을 깨닫는 것을 깊은 산 속에 처박혀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인 양 착각한다. 하지만, 세속적 삶을 살아보지 않고서 어찌 그것의 허무함을 알리요? 세속적 삶 속에서 주어진 본분을 다하고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최대한 즐기며 인생에 혼신을 다하는 자만이, 그 다음에 찾아오는 허상에 대한 깨달음(이도저도 아닌 상태의 혼란이 아닌, 헛것과 본성이 자연스럽게 구분되어 자유롭게 처신하는 경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비가 곧 장주요, 장주가 곧 나비일 수 있는 것이다. 나비로서의 삶에 충실하여 그 기쁨을 누려야 달콤한 꿈에서 개운하게 깨고, 장주로서 나비의 꿈을 깊이 깨달아야 다시 나비가 되는 꿈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九雲夢>은 나비의 꿈을 강조한 것도 아니요, 장주의 깨달음을 강조한 것도 아닌 듯 싶다. 장주의 깨달음 운운하며 속세의 삶을 비난하고 천시하는 자들에게는 나비의 꿈이 주는 에너지가 전달될 것이오, 속세의 삶에 도취되어 도(道)의 세계를 부정하는 쾌락주의자들에게는 장주의 깨달음이 계시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하고 주연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Life Is Beautiful)'를 보면 아들 죠수아를 위해 천진난만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아버지 귀도가 등장한다. 그는 죠수아의 눈높이에 맞추어 인생을 논하고 설계해준다. 육관대사가 성진에게 베푼 뜻있는 환생체험은 귀도의 거짓말 같다. 그리고, 내가 사는 삶도 누군가가 내 존재를 깊이 염두에 두어 베풀어주는 나비의 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니, <九雲夢>덕택에 '인생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대예찬
쿠르트 쿠젠베르크 지음, 김경연 옮김 / 시공사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유명한 편집장답다... 이 책 전체가 어떤 주제를 위해 다양한 내용들을 교묘하게 편집해놓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재구성이 아니라 편집... 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직접 구매하여 읽기는 좀 아까운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도서관에 꽂힌 것을 슬쩍 꺼내읽는 정도로 감상하는 것을 오히려 권하고 싶을 따름이다. 재밌게 읽은 부분은 저자가 데카메론의 아홉째 날 여섯번 째 이야기의 제목을 '침대에서 침대로'라고 지어 소개한 부분이다. 침대보다는 인간의 욕정이 뒤섞인 사건을 침대의 공간적 배치문제로 은유하고 있는 위트를 저자가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 감동적으로 읽은 부분은, 저자가 헤밍웨이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한 대목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소개하고 있는 '침대없이'라는 작은 글이었다. 마리아와 로베르토의 사랑을 덮어주는 침낭은 그야말로 침대없이도 침대 이상의 부드러움을 만들어주는 것이었고, 저자는 이 점을 따뜻한 시선으로 설명해주는 듯 했다. 우리나라도 점차 다양한 침대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서양인들의 잠자리와 침대의 상관관계를 아직까지는 우리 나름대로의 동양적 관점에서 상상해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 상상력 훈련을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경험해보는 것도 유쾌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징비록 -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개정증보판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을 버리고 갈 거면 왜 우리는 성 안으로 들어오게 했소? 이야말로 우리를 속여 적의 손에 넘겨주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오?' 평양성을 버리고 임금이 피란을 가려하자 백성들이 분노하여 핏발을 세우며 울부짖음을 유성룡은 이와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 백성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그의 붓에는 먹이 아니라 슬픔이 흠뻑 적셔져 있었을 것이다. 이 책 <징비록> 곳곳마다 원망어린 백성들의 울부짖음과 억울함에 흐느끼는 충신들의 되뇌임이 고여있으니, 참으로 힘겹게 쓰여진 기록문학이라 하겠다.

난세를 당하여 그것도 영의정이라는 최고의 관리로서 임금과 백성들 사이에서 그 혼신을 다한 유성룡이 스스로 반성하고 징계를 한다 하니, 멋적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할 따름이다. 후환을 경계하라 당부하는 말을 자신의 고통스런 경험을 풀어내어 호소하고 있으니, 그가 과연 단순히 개인적인 반성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썼는가 아니면 역사적 주체들에게 뼈저린 각성을 요구하기 위해 이 글을 썼는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된다.

임진왜란을 조선의 역사 한 가운데 기점으로 놓을 수 밖에 없음을 바로 이 징비록이 증언하고 있다고 본다. 고로 한국사의 다양한 방면을 두루 공부해야 하는 한국학 관련 연구자들은 이 징비록을 시대와 영역을 초월하는 소중한 문헌으로 깊이 감상해보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덕경 그 참뜻을 찾아서
이태기 지음 / 한솜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시중에는 많은 도덕경 관련 저서가 있습니다. 하지만, 외양적으로만 두꺼운 양장본의 고품격을 지향하지 도덕경의 담긴 깊은 뜻을 전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점이 많아보입니다. 이 책 '도덕경 그 참뜻을 찾아서'은 그런 저서들 때문에 고통 아닌 고통을 당해온 도덕경 독자들에게 '글읽기'가 아닌 '체험하기'의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동네서점에서, 대형서점에서, 친구의 서가에서...이 책을 발견했다면 먼저 도덕경 제1장에 대한 페이지를 찾아 숙독해보기를 권합니다. 그때 눈과 함께 마음이 움직임을 느낀다면 바로 체험하기가 시작된 것일테니까요... 덧붙여, 이 책 또한 이태기 님의 다른 저서처럼, 이태기님이 운영하시는 인터넷사이트의 운영위원님들의 정성으로 출판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