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예찬
쿠르트 쿠젠베르크 지음, 김경연 옮김 / 시공사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유명한 편집장답다... 이 책 전체가 어떤 주제를 위해 다양한 내용들을 교묘하게 편집해놓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재구성이 아니라 편집... 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직접 구매하여 읽기는 좀 아까운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도서관에 꽂힌 것을 슬쩍 꺼내읽는 정도로 감상하는 것을 오히려 권하고 싶을 따름이다. 재밌게 읽은 부분은 저자가 데카메론의 아홉째 날 여섯번 째 이야기의 제목을 '침대에서 침대로'라고 지어 소개한 부분이다. 침대보다는 인간의 욕정이 뒤섞인 사건을 침대의 공간적 배치문제로 은유하고 있는 위트를 저자가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 감동적으로 읽은 부분은, 저자가 헤밍웨이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한 대목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소개하고 있는 '침대없이'라는 작은 글이었다. 마리아와 로베르토의 사랑을 덮어주는 침낭은 그야말로 침대없이도 침대 이상의 부드러움을 만들어주는 것이었고, 저자는 이 점을 따뜻한 시선으로 설명해주는 듯 했다. 우리나라도 점차 다양한 침대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서양인들의 잠자리와 침대의 상관관계를 아직까지는 우리 나름대로의 동양적 관점에서 상상해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 상상력 훈련을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경험해보는 것도 유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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