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기술 - 점수, 마구 올려주는 공부의 법칙
조승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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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의 공부는, 학문이라기보다는 정규교육과정에 따른 학습일반을 지칭하고 있다. 그래서, 이왕이면 효율적으로 이왕이면 매력적으로 이왕이면 효과적으로...라는 학습방법의 원리를 잘 구현한 저자 스스로의 체험을 만인에게 공포하고 있는 것이리라... 정규 교육과정은 일종의 트랙경기이다. 그러니, 그 범위도 제한되어 있고 그 결승지점도 명확히 제시되어 있다. 남은 것은 자신의 역량에 맞는, 경기장에서의 실전 테크닉인 셈이고... 저자는 그 테크닉들을 리드미컬하게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솔직하고 열정적인 어조가 느껴진다.

저자가 어린 나이부터 일찍이 정규교육과정의 헛점을 간파해낸 것은, 그가 교육기관 자체를 시시하게 보게 되는 계기가 됨과 함께 그 시시한 과정이 가지는 막강한 사회적 권위에 맞서기 위한 자신만의 실력을 쌓게 되는 의지도 만들어준 것 같다. 이런 점에서 그의 학습방법의 밑바탕에는, 다소 거만한 현실인식이 깔려있다. 그러한 인식 위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무기력함보다는 철저한 프로의식인 것 같다. 팔방미인을 자처하며 막강한 활동력을 보이는 것은 그 프로의식에 의해 만들어진 다소 인위적인 '자기 만들기'과정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이 자신의 이미지을 만들어가고 관리해나가는 걸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스타일의 사람들은 저자가 권하는 학습테크닉을 적극 활용해봄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아직 저자가 경험의 깊이가 짧은 탓에 공부하는 자의 현실인식은 끊임없이 겸허하게 탐구하는 그 자체의 희열임을 모르고 있어서 학자적 스타일의 사람에게 이 책은 너무 가벼운 언사로 가득차 있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나마 책 제목을 공부기술이라고 하였으니, '공부의 본질' 운운하며 저자를 억지로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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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혁 PD의 검정 숯 이야기
윤동혁 지음 / 세상모든책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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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매스미디어는 'TV'이다. 원체 대중적인 코드에 맞추어진 테마로만 가득찬 TV 프로그램 중에 책으로 정리되기에도 알맞은 알짜 정보란 참으로 드물다. 하지만 최근, 역사다큐멘타리나 건강프로그램들은 그나마 참신한 의도로 TV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숯 이야기로 방영된 내용을 책으로 내다보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화면이 바뀌는 것처럼 착각을 할 정도로 시각적인 편집이 잘 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쉽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감각도 있다. 숯을 신비화시키는 듯한 광신도적 어조의 건강관련 서적보다는, 요모조모 따져보고 실험해보고 두루두루 관련정보도 넣어둔 이 책을 보며 숯의 매력에 푹 빠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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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창비시선 211
이면우 지음 / 창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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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이전에 첫시집을 발간한 시인은, 두번째 시집을 준비하면서 다소 독자를 의식한 시들을 골라 낸 것 같다. (아니면 출판사에서 골라낸 것일까?) 담긴 뜻이나 풍기는 분위기보다, 시어들의 배열이 좀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곳이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시집은 잘나가는 요즘 시인들의 시집들보다 골고루 좋다. 미세한 관찰과 재치있는 아이디어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와 '임금인상'은 상황에 대한 역설적인 어조로 가진다. 꾸준히 살아가고 있다고 보기에는 참으로 서글픈 상황을 늘어놓고는, 그래도 지치지 않는다고 하니 어떤 독자는 그런 점이 더 지치게 느껴졌을 법도 하다. 또, 사회적 의미의 임금인상이 불가능하니 상상의 나래로 임금인상 항목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것은 임금인상보다 더 큰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수입이 늘지 않아도 오히려 삶이 나아지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그의 재치를 배우게 한다.

그의 다음 시집을 기다리며, 마음을 풀어내는 데에 시적 언어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그만의 시적 언어들이 탄생하길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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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 물길시선 1
이면우 지음 / 북갤럽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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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속에서 자주 발견되는, 가족에 대한 지칭들은 바로 '여편네'와 '아들놈'이다. 그 두 시어를 힘주어 읽을 때면, 힘겨운 노동의 일과 속에서 가족들을 떠올리고, 그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일상어로 읊고나서는 돌아와 이내 시로 옮겨적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시인이 어떤 식으로 얼마나 습작을 해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요즘 온갖 유행하는 현대시의 유행패턴에서 한 발짝 물러나온 곳에서 그의 시들이 쓰여지고 다듬어져온 것은 분명하다. 대표적으로 그의 시 '안개'를 읽다보면, '자식이 수만명쯤 되는 어머니가/ 아침 겸 점심 풀떼기 쑤는지 수제비 뜨는지/ 젖은 머릿수건 펼쳐 마을을/ 오래오래 가린다/' 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헤르만 헤세가 남겨준 안개에 대한 깊은 관념적 감상에 지쳐 있는 우리에게, 생생하고 포근한 한국적 비유로 그는 안개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주제의식에서 시의 배경, 시적 비유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체취로 문지르고 문지른 시인의 힘겨운 시작업을, 이 땅위의 성실한 마흔살 가장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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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사는 즐거움
허균 지음, 김원우 옮김 / 솔출판사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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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나 지금이나 글을 쓰려면 먼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만의 글을 쓰기위해서는 타인의 글들을 많이 읽지 않으면 안된다. 허균의 '한정록'은 바로, 그렇게 남의 글들을 뽑아 읽은 흔적이자, 그 글들을 뽑아 자신만의 글로 나아가기 위해 중간정리를 해놓은 과정을 짐작케해주는 증거이다. 허균이 두루 읽고 깊이 생각했음에도, 자신만의 이상세계를 추구하는 열망이 더 강해졌음을 바로 이 '한정록-숨어사는 즐거움'을 통해 알 수 있다. 역사속에서 진정한 은둔자들은 그 흔적조차 없는데, 은둔을 매개 삼아 속세를 낮추어보고 허구의 이상세계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은둔자들을 허균은 눈여겨 보았기 때문이다. 허균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숨어사는 즐거움이 과연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고민해보는 데에 좋은 자극이 되는 글모음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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