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 물길시선 1
이면우 지음 / 북갤럽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그의 시 속에서 자주 발견되는, 가족에 대한 지칭들은 바로 '여편네'와 '아들놈'이다. 그 두 시어를 힘주어 읽을 때면, 힘겨운 노동의 일과 속에서 가족들을 떠올리고, 그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일상어로 읊고나서는 돌아와 이내 시로 옮겨적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시인이 어떤 식으로 얼마나 습작을 해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요즘 온갖 유행하는 현대시의 유행패턴에서 한 발짝 물러나온 곳에서 그의 시들이 쓰여지고 다듬어져온 것은 분명하다. 대표적으로 그의 시 '안개'를 읽다보면, '자식이 수만명쯤 되는 어머니가/ 아침 겸 점심 풀떼기 쑤는지 수제비 뜨는지/ 젖은 머릿수건 펼쳐 마을을/ 오래오래 가린다/' 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헤르만 헤세가 남겨준 안개에 대한 깊은 관념적 감상에 지쳐 있는 우리에게, 생생하고 포근한 한국적 비유로 그는 안개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주제의식에서 시의 배경, 시적 비유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체취로 문지르고 문지른 시인의 힘겨운 시작업을, 이 땅위의 성실한 마흔살 가장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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