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바머
유나바머 지음, 조병준 옮김 / 박영률출판사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은 아흐메드 파델 나잘 알 할라일레(Ahmed Fadel Nazzal al-Khalayleh). 1966년 혹은 67년 요르단 출생. 현상금 2,500만 달러가 걸린 테러리스트.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혔던 인물.


일명 ‘알 자르카위’라 불리던 한 사내가 6월 7일 미군의 폭격에 의해 죽었다고 한다. 이라크 주재 미 대사는 그의 죽음을 “반테러 전쟁의 위대한 성공”이라고 했다는데, 만약 정당한 전쟁이란 게 있어 이 말을 들었다면 테러당한 심정이었으리라. 뜬금없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피습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테러나 폭력은 어떤 경우,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말꼬리를 잡자면 선거 과정이 아닌 경우 테러나 폭력은 명분만 좋으면 용납될 수도 있다고 들린다. 혹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파병을 결정한 스스로의 처지를 고려해 한 말은 아닐까.


솔직히 나는 테러에 대해서는 ‘불가지론자’다. 정의하기도 경계 나누기도 자신 없다. 하지만 적어도 모든 테러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으며, 대개 폭력은 테러만이 아니라 그 전후에도 존재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리고 테러리스트의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해준 것이 바로 <유나바머>란 책이다. 17세에 하버드에 입학해서 25세에 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곧 버클리대 종신교수가 되었으나 2년만에 교수를 그만둔 테어도르 존 카진스키. ‘유나바머’(Unabomber)는 그가 주로 항공사와 대학으로 폭탄을 우편배달 하는 수법을 썼기에 FBI가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체포되기까지 총 16차례 폭탄테러를 하였으며, 주 테러 대상은 과학자였다. 95년 그는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에 자신의 선언문을 게재해 줄 경우 테러를 멈추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두고 미국 사회는 테러범의 협박에 굴복할 것인가, 공공의 안전을 지킬 것인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결국 해당 언론사, 미 법무장관, FBI 국장 등이 모여 게재를 결정했다. <유나바머>는 그렇게 해서 언론에 실렸던 선언문을 묶은 책이다.


‘산업사회와 그 미래’란 선언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산업사회와 현대문명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일관한다. 깨알 같은 글씨에 재미도 없지만, 사상이 불온하거나 생각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읽는 내내 무릎을 치며 동의를 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2006년 6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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