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이 다섯 개 있는 동네

 

우리 동네엔 빵집이 다섯 개 있다

빠리바게뜨, 엠마

김창근베이커리, 신라당, 뚜레주르

 

빠리바게뜨에서는 쿠폰을 주고

엠마는 간판이 크고

김창근베이커리는 유통기한

다 된 빵을 덤으로 준다

신라당은 오래돼서

뚜레주르는 친절이 지나쳐서

 

그래서

나는 빠리바게뜨에 가고

나도 모르게 엠마에도 간다

미장원 냄새가 싫어서 빠르게 지나치면

김창근베이커리가 나온다

내가 어렸을 땐

학교에서 급식으로 옥수수빵을 주었는데

하면서 신라당을 가고

무심코 뚜레주르도 가게 된다

 

밥 먹기 싫어서 빵을 사고

애들한테도

간단하게 빵 먹어라 한다

 

우리 동네엔 교회가 여섯이다

형님은 고3 딸 때문에 새벽교회를 다니고

윤희 엄마는 병들어 복음교회를 가고

은영이는 성가대 지휘자라서 주말엔 없다

넌 뭘 믿고 교회에 안 가냐고

겸손하라고

목사님 말씀을 들어보라며

내 귀에 테이프를 꽂아놓는다

 

우리 동네엔 빵집이 다섯

교회가 여섯 미장원이 일곱이다

사람들은 뛰듯이 걷고

누구나 다 파마를 염색을 하고

상가 입구에선 영생의 전도지를 돌린다

줄줄이 고깃집이 있고

김밥집이 있고

두 집 걸러 빵 냄새가 나서

안 살 수가 없다

그렇다

살 수밖에 없다

詩 최정례  - 붉은 밭-

 

 

 

 

***

시집을 들고 아무데나 펼친다.
그날의 패러독스로 삼는다.

오늘은 빵집에 들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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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1-1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시인줄 모르고 읽다가, 몇몇 대목에서 갸우뚱했는데. 시였구나.

세실 2006-01-17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저도 플레져님 동네가 그렇다는 말씀인줄 알고~~~ 시였군요~
전 뜨레주르 치즈바게트를 가장 좋아합니다. 생뚱맞은 세실~~~

urblue 2006-01-1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크라운 베이커리도 가고 빠리 바게뜨도 가고 뚜레주르도 갑니다.
오늘 저녁은 빵 사 먹을 생각이었는데.

물만두 2006-01-17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쓴 신 줄알았어요~

Kitty 2006-01-17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밤에 빵먹고 싶은.. 전 깨찰빵이 좋아요오오오~

2006-01-1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님 얘긴줄 읽다가 아차! 했네요. 그런데 사는 모습이 다 비슷비슷 한가봐요.. 거의 우리 동네 풍경이군요. 저 집은 빵이 맛있어서 가고 이 집은 장사 안 돼 보여서 가고 요집은 신장개업해서 격려차^^ 가고..그나저나 우리 동네에도 갑자기 미용실이 는 것을 보면 불경기의 상징이 아닌가. 옹기종기 시장 골목에만 미장원이 다섯군데나 되어요...간만에 왔다고 긴 댓글 달았는데 저 이쁘죠? 플레져님^^

그림자 2006-01-1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는 빵집이 한 정거장의 거리쯤에 빠리바케뜨랑 동네빵집 이렇게 두군데 빡에 없어요... 빵을 주식으로 삼는 저에게는 ㅠ ㅠ 빵집많은 동네로 가고 싶다^^

어룸 2006-01-1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저도 플레져님이 쓰신 시인줄알았어요...^^a

실비 2006-01-17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시였군요.. 빵을 좋아는터라... 빵에 대해 이야기 하는줄 알고 왔답니다.ㅎㅎ

플레져 2006-01-18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저 시집을 좋아하는데 오늘 처음 본 것인양 만난 시여요 ㅎㅎ
세실님, 우리 동네에는 뚜레주르가 있구요, 10분쯤 걸어가면 파리 바게뜨가 있어요. 요샌 뚜레주르 꽈배기를 즐겨 먹어요 ㅎㅎ 치즈 바게트도 있구낭... 참고하겠삼~

블루님, 골고루 애용해야합니다 ^^

만두님...헤헤~~

키티님, 깨찰빵이 한때 제과업계에서 괜찮은 신인이었는뎅...ㅎㅎ

새벽별님, 빵먹는 즐거움과 밥먹는 즐거움이 달라서리... 좀 줄여보자구요 ^^

참나님, 너무너무너무 이쁘십니다! 저의 댓글은 짧지만 마음은 무진장이어요....^^

그림자님, 빵집마다 빵맛이 달라서요, 골고루 먹어줘야 해요. 빵을 좋아하시니 정말 빵집 많으면 도움이 많이 되겠어요. 골라 먹는 재미~!

투풀님, 제가 한번 써보도록 노력하겠삼...^^*

실비님, 제목이 참 정겹죠? ㅎㅎ

로드무비 2006-01-1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떡집이 다섯 개 있는 동네'로 시를 한 편 써볼까요?=3=3=3

플레져 2006-01-18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써주세요. 아셨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