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월의 저녁 거리는
돌아가는 사람들은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무릇 가계부는 가산 탕진이다
아내여, 12월이 오면
삶은 지하도에 엎드리고
내민 손처럼
불결하고, 가슴 아프고
신경질나게 한다
희망은 유혹일 뿐
쇼윈도 앞 12월의 나무는
빚더미같이, 비듬같이
바겐세일품 위에 나뭇잎을 털고
청소부는 가로수 밑의 생(生)을 하염없이 쓸고 있다
12월 거리는 사람들을
빨리 집으로 들여보내고
힘센 차가 고장난 차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간다.

詩 황지우



sam vokey - winter twi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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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2-23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639000

그로밋 2005-12-23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를 신으면서 아내한테 차비 좀, 하면 만 원을 준다
전주까지 왔다갔다하려면 시내버스비210원 곱하기4에데
더하기 직행버스비870원 곱하기 2에다
더하기 점심 짜장면 한 그릇값 1,800원 하면
좀 남는다 나는 남는 돈으로 무얼 할까 생각하면서
벼랑 끝에 내몰린 나의 경제야, 아주 나지막하게
불러본다 또 어떤 날은 차비 좀, 하면 오만 원도 준다
일주일 동안 써야 된다고 아내는 콩콩거리며 일찍 들어와요 하지만
나는 병천이형한테 그동안 술 얻어먹은 것 염치도 없고 하니
그런 날 저녁에는 소주에다 감자탕이라도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또 며칠 후에 구두를 신으면서 아내한테 차비 좀, 하면
월말이라 세금 내고 뭐 내고 해서 천 원짜리 몇뿐이라는데
사천 원을 받아들고 바지주머니 속에 짤랑거리는 동전이 얼마나 되나
손을 슬쩍 넣어 본다 동전테가 까끌까끌 한 게 많아야 하는데
손톱 끝이 미끌미끌하다 나는 갑자기 쓸쓸해져서
오늘 점심은 라면으로나 한 끼 떼울까 생각한다
또 그 다음날도 구두를 신으면서 아내한테 차비 좀, 하면
대뜸 한다는 말이 뭐 때문에 사는지 모르겠다고
유경이 피아노학원비도 오늘까지 내야 한다고 아내는
운다, 나는 슬퍼진다 나는 도대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어제도 그랬다 길 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새끼들 데리고 요즘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근심스럽다는 듯이
나의 경제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이 물었을 때
나는 그랬다 살아보니까 살아지더라, 잘 먹고 잘 산다고
그게 지금은 후회된다 좀더 고통의 포즈를 취할 것을
이놈의 세상 팍 갈아 엎어버려야지, 하며 주먹이라도 쥐어볼 것을
아니면, 나는 한 달에 전교조에서 나오는 생계보조비를
31만 원이나 받는다 현직에 계신 선생님들이 봉급에서 쪼개 주신 거다
그래 자기 봉급에서 다달이 만 원을 쪼개 남에게 준다는 것
그것 받을 때마다 받는 사람 가슴이 더 쓰린 것
이것이 우리들의 이데올로기다 우리들의 사상이다
이렇게 자랑이라도 좀 떠벌리면서 그래서
입으로만 걱정하는 친구놈 뒤통수나 좀 긁어줄 것을
나의 경제야, 나는 내가 자꾸 무서워지는구나
사내가 주머니에 돈 떨어지면 좁쌀처럼 자잘해진다고
어떻게든 돈 벌 궁리나 좀 해보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시지만
그까짓 돈 몇 푼 때문에 친구한테도 증오를 들이대려는
나 자신이 사실은 더 걱정이구나 이러다가는 정말
작아지고 작아지고 작아져서 한 마리 딱정벌레나 되지 않을지
나는 요즘 그게 제일 걱정이구나
<나의 경제> 안도현
생각할게 많은 12월 입니다.

울보 2005-12-23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539009

플레져 2005-12-2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아주 똑 떨어지는 숫자네요~ ^^

그로밋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집에 있는 건가요? 제게도 이 시집이 있는데 안도현시인의 전교조 생활이 잘 드러나는 시 중에 하나지요. 고운 시, 감사해요.

울보님, 구구~ 크러스타 같은 숫자입니다 ^^

mong 2005-12-2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은 누구나 그렇구나~끄덕끄덕

플레져 2005-12-2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12월이 간데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