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랑

이사랑,
이토록 격렬하고
이토록 연약하고
이토록 부드럽고
이토록 절망하는 이사랑

대낮처럼 아름답고
나쁜 날씨에는 날씨처럼 나쁜
이토록 진실한 이사랑
이토록 아름다운 이사랑
이토록 행복하고
이토록 즐겁고

어둠 속의 어린애처럼 무서움에 떨 때엔
이토록 보잘것없고
한밤에도 침착한 어른처럼
이토록 자신 있는 이 사랑

다른 이들을 두렵게 하고
다른 이들을 말하게 하고
다른 이들을 질리게 하던 이 사랑

우리가 그네들을 숨어 보았기에
염탐당한 이사랑은
우리가 그를 쫓고 상처 입히고 짓밟고 죽이고
부정하고 잊어버렷기 때문에
쫓기고 상처 받고 짓밟히고 살해되고
부정되고 잊혀진

송두리째 이 사랑은
아직 이토록 생생하고 이토록 빛나니
이것은 너의 사랑
이것은 나의 사랑

언제나 새로웠고
한번도 변함 없던 그것은
한 포기 풀처럼 진실하고
한마리 새처럼 가녀리고
여름처럼 뜨겁고 생명에  차

우린 둘이 서로
오고 갈 수 있고
우린 잊을 수 있고
우린 또 잠들 수 있고
우린 잠에서 깨어 고통을 겪으며 늙을 수 있고

우린 다시 잠들어
죽음을 꿈꾸고
우린 눈을 떠 미소짓고 웃음을 터뜨리고
다시 젊어질 수 있지만

우리들 사랑은 거기 그대로
욕망처럼 피어 오르며
기억처럼 잔인하게
회한처럼 어리석게
대리석처럼 싸늘하게
대낮처럼 아름답게
미소지으며 우리를 본다

아무 말없이도 우리에게 말한다
난 몸을 떨며 귀를 기울인다.
난 외친다.
너를 위해 외친다.
나를 위해 외친다.

난 네게 애원한다.
너를 위해 나를 위해 서로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해
서로  사랑했던 모든 이를 위해
그래 난 외친다.

너를 위해 나를 위해
내가 모르는 다른 모든 이를 위해
거기에 있어다오

네가 있는 거기에
옛날에 있던 바로 거기에
거기에 있어다오
움직이지 말아다오
떠나지 말아다오

사랑받은 우린 너를 잊었지만
넌 우리를 잊지 말아다오
우리에겐 세상에 오직 너뿐
우리를 싸늘히 식도록 내버리지 말아다오

아주 먼 곳에서라도 언제나
또 어느 곳에서든
우리에게 생명의 신호를 보내다오

아주 오랜 훗날 어느 숲 모퉁이에서
기억의 숲속에서 문득 솟아나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우리를 구원해다오

詩 자크 프레베르



Kharlamov Sergey - Circu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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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0-28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랜 훗날 어느 숲 모퉁이에서
기억의 숲속에서 문득 솟아나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우리를 구원해다오

자꾸만 반복해서 읽게되는 시입니다


플레져 2005-10-28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이 반복하여 읽었다 하여 저도 따라 반복, 반복하여 읽습니다.

2005-10-28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ika 2005-10-29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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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왕..
참으로 시 밑에다가 이런거 달기는 좀 미안한데.....

poptrash 2005-10-29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이 좋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시집에서는 이사랑은, 이라고 시작했는데.

가시장미 2005-10-29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잘지내셨어요? ^-^;;;; 으흐흐흐

2005-10-29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10-31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라이카님 ^^
poptrash님, 제가 갖고 있는 시집은 90년대 중반쯤에 나온 건데, 이사랑, 이라고 씌여 있어요 ^^
장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