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나를 깨운다

 

 

슬픔이 나를 깨운다.

벌써!

매일 새벽 나를 깨우러 오는 슬픔은

그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슬픔은 분명 과로하고 있다.

소리없이 나를 흔들고, 깨어나는 나를 지켜보는 슬픔은

공손이 읍하고 온종일 나를 떠나지 않는다.

슬픔은 잠시 나를 그대로 누워 있게 하고

어제와 그제, 그끄제, 그 전날의 일들을 노래해준다.

슬픔의 나직하고 쉰 목소리에 나는 울음을 터뜨린다.

슬픔은 가볍게 한숨지며 노래를 그친다.

그리고,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다.

모르겠어...... 나는 중얼거린다.

 

슬픔은 나를 일으키고

창문을 열고 담요를 정리한다.

슬픔은 책을 펼쳐주고, 전화를 받아주고, 세숫물을 데워준다.

그리고 조심스레 

식사를 하시지 않겠냐고 권한다.

나는 슬픔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지 않다.

내가 외출을 할 때도 따라나서는 슬픔이

어느 결엔가 눈에 띄지 않기도 하지만

내 방을 향하여 한발 한발 돌아갈 때

나는 그곳에서 슬픔이

방안 가득히 웅크리고 곱다랗게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詩 :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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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5-03-31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고독과 친한데... 슬픔도 종종 찾아오지요.. ^-^

마태우스 2005-04-0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낚시하는 사람이 괜히 슬퍼 보입니다....

stella.K 2005-04-0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는데요?^^

플레져 2005-04-01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달님, 고독과 슬픔이 어깨동무 하는 사이지요? ^^
마태우스님, 낚시하는 모든 사람의 뒷모습은 슬퍼보여요, 제게는.
스텔라님, 님도 멋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