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었네
벚꽃이 피었네 연한 붉은 색으로 물든 거리
고개에 피었네 멀리서 종이 울리네
남자는 칼을 휘두르며
여자를 위해 오늘밤도 목을 벤다
사랑은 끝없는
고독일 뿐
벚꽃이 피었네 어슴푸레한 봄 안개
새가 흐느껴 우네 사랑하면 마음이 들뜬다고
남자는 불안해서 미쳐 날뛰고
여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나머지
만개한 꽃 아래의 두려움과 닮았네
벚꽃이 피었네 지옥 괴물의 거리
시체가 비웃네 목숨이 아까운 게지 하고
벚꽃이 흔들리네 바람 한 점 없는데
주르르 넘친다 피에 물든 비녀
활짝 피거라 꽃잎은 춤추듯 떨어지고
손바닥이 꽃이 된다
동정 원망
그 가슴에 상처를 주고 싶다
흐드러지게 피고 춤추듯 낙화하고
이 몸 바람이 되네
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사람의 목숨도 진다
벚꽃이 피었네 온 세상을 뒤덮었네
벚꽃이 졌네 아무 것도 남지 않았네
가사 : 다카라노 아리카
작곡 및 편곡 : 히사이시 조
보컬 : 마이
명절 연휴, 이쁜 동생에게서 선물 상자가 도착했다.
지난 계절을 한몸이 되어 보냈던 동생. 본 지 참 오래됐구나 싶다.
가까이 있으나 동생도 나도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막 사랑에 빠진 그녀의 시간을 아껴주고 싶었다고 하면... 믿어줄까?
나 또한 갑자기 분주해진 일상이라, 다급해진 일상이라 간혹 문자로, 메신저로 안부인사를 해왔다. 맛난 초콜릿 두 상자와 함께 배달된 히사이시 조의 두 장의 앨범.
문득, 동생이 보고싶다. 메신저로 불러내 아무 얘기나 하고 싶어진다.
음악만 듣다가 해설집을 읽는데, 거기 써 있던 저 가사. 가사를 읽는데 마음이 막, 막, 메어지더라.
그 소설, 사카구치 안고의 "벚꽃 만발한 숲 아래" 가 퍼뜩 떠올랐다.
해설집 안쪽을 뒤적이자 과연, 사카구치의 소설을 읽고 감동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한다.
평온한 선률 사이로 哀 가 흘러나오는 음반이다.
가만가만 듣고 있으면 김사인의 시처럼 '가만히 좋아하는' 그 무엇이 될 것 같다.
누구에게도 그런 존재가 되어주지 못한 것 같다는 자책은 어느 통로에서 나왔는지.
마음에 놓여진 여러 갈래의 통로들이 삐걱인다.
헤어진 연인 있거든 이 음반은 피했으면 좋겠다.
아니, 너무 명랑한 제 자신을 숨기고 싶을때 들어도 좋겠다.
차분하고 고요한, 고요하나 망가진 마음만 피하면 좋겠다.
곧, 벚꽃 피겠다.
그 가슴에 상처를 주고 싶은 맘, 이라... 어찌 이리도 내 맘을 잘 표현했을꼬. 허허허.
상처를 주어도 갈라지지 않는 얼음짱이 문제인지
상처주는 기술이 부족한 탓인지.
설령, 벚꽃이 져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해도
벚꽃이 피어야하겠지. 그래야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