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신들의 세상 - 내 삶을 좌우하는 단 하나의 희망 찾기
팀 켈러 지음, 이미정 옮김 / 베가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신 없는 사회’를 살아가는 당신에게


뉴욕 출장을 다녀온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다. 뉴욕에서 일을 도와준 사람이 마침 그리스도인이었는데, 그가 알려 준 뉴요커에 관한 불편한 진실. “뉴욕에서 그리스도인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당신이 나 같은 그리스도인을 만난 건 정말 드문 일이다. 행운이다.” 그러면서 숙소에서 찾아갈 만한 교회를 알아봐 주었다고 한다. 종교인 비율이 인구의 50%가 넘는 미국이건만, 유독 뉴욕만은 그 비율이 이토록 희박한 까닭은 무얼까? 모두가 선망하는 세계 최고의 도시, 세계 금융과 자본주의의 심장, 최신 문화와 패션의 중심 뉴욕. 이 뉴욕은 어쩌다가 ‘신 없는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일까? 그들은 신 없이도 잘 살고 있는 걸까?


“뉴욕의 구도자와 회의자들을 믿음으로 이끄는 사역”(빌리 그레이엄)으로, “진지한 구도자와 회의자들을 위한”(릭 워렌), “새로운 도시 교회의 선구자”(CT). 지난 20년 이상 뉴욕 한복판에서 뉴요커들을 위한 사역을 펼쳐 온 저자에게 따라붙는 말이다. 전문직 종사자와 문화계 인사들이 켈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뉴스위크>지가 그를 일컬어 “21세기의 C. S. 루이스”라 한 것은, 그가 신을 잃어버린 도시인들에게 말하는 법을 알고 있음을 인정하는 증거일 것이다. 최근 켈러는 목회자요 설교자요 변증가로서 담당해 온 평생의 사역을 글로 정리해 내기 시작했다. 참으로 켈러가 ‘21세기의 루이스’라면, 매년 출간될 그의 책을 기다리는 일은 자못 흥분되는 경험일 것이다.


이미 출간된 몇 권의 저서 가운데 「거짓 신들의 세상」은 (현재까지) 켈러의 대표작이다. 그가 말하는 우상은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거짓 신들’이다.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이며, 우리에게 행복과 의미와 가치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사랑, 돈, 성공, 권력, 영광, 신앙적 성취’. 켈러가 제시하고 예리하게 파헤치는 현대 세계의 거짓 신들의 대표 목록이다. 그것은 원래 선한 피조물이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나, 인간이 자신의 안전과 행복을 거기에 두는 순간 거짓 신, 우상이 되고 만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것이 하나님을 대신하는 거짓 신이 되는 지점이다. 켈러는 이 미묘한 경계를 정확히 그려 낸다. 그의 설교에서 뉴욕의 현대인과 수천 년 전 성경 인물이 만난다. 두 인물은 같은 고민과 딜레마에 빠져 있다. 현대인의 괴로움과 절망이 성경 인물을 통해 드러나고 구원의 단초를 발견한다. 성경을 가지고 현대인에게 말할 수 있는 목회자, 켈러가 빛나는 지점이다. 사실 그의 진단과 메시지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어쩌면 많이 들어 본 이야기다. 하지만 많이 들었음에도 여전히 풀지 못해서 절망하는 혹은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신앙의 문제를 그는 차분하고 분명한 어조로 들려준다. 내가 우상을 섬기고 있고 하나님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음을, 거울을 보듯 마주하게 된다. 그가 야곱과 요나에게서 거짓 신을 발견하고 거기서 벗어나 참 하나님을 만날 빛을 얻듯, 그의 글을 읽는 독자도 자기 삶의 근본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그에게서 얻게 될 것 같다.


보기에 비해 책은 쉽고 편하게 읽힌다. 탁월한 설교자의 연속 설교를 듣는 것 같다. 뭔가 새롭고 심오한 것을 기대했던 사람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참으로 위대한 진리는 예수의 말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골수를 쪼개는 말임을 염두에 둔다면, ‘쉽게 쓰인’ 책은 켈러의 전략일 수 있겠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람의 욕망과 절망이 뉴요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켈러를 읽을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2012년 11월호에도 실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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