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어 공부 이력서
김민식 외 16인 지음 / 부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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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 영어!
그동안 도대체 몇번을 도전했다가 몇번을 포기했는지 그 횟수를 헤아려보기가 무서울 정도다.
외국에 한번 나갔다 오면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건만, 국내에서 영어를 절실히 체험하지 못하는 환경에 있다보니 영어를 꼭 해야겠다는 니즈가 소원해지기 일쑤다.
<나의 영어 공부 이력서>에 등장하는 고수들 17명의 공통점은 영어를 해야 할 각자의 절실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이고 끊임없이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라는 점이었다. 영어를 잘하는 그들이 마냥 부럽기는 하나, 그들이 영어를 능숙하게 하기까지 들였을 정신적, 시간적, 육체적 고통의 간격을 무시하고 무작정 부러워만 할수는 없는 일이다.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고통의 순간이다.
들리지 않아도 들릴때까지 반복해서 들어야 하고, 진물날때까지 정신없이 들여야 보아야 하니 말하기와 쓰기는 오죽하랴?
어렵고 힘든 소화의 과정을 고수들은 어떻게 거쳤을까? 영어 공부에도 정말 해법이 존재할까? 

결론지어 말하자면, 영어 초짜인 내게 있어 책의 앞부분만 읽어도 공부의 동기와 필요성을 절감하고 나도 할수 있어! 란 자신감을 일으키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영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실천이다. 하지만 실천도 나름의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패의 경험에서 떠올려본다. 그래서 이 책이 내게 더할나위없이 소중했다. 이 책의 콘셉은 바로 영어 공부, 이렇게 하라 였거든~
무림의 고수가 줄비차게 들어선 중원을 예로 들자면 1장은 갓 무공을 배우고자 도장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코너였다.
나처럼 영어의 기초가 없는 이들이 눈여겨 보면 좋을 내용이 가득이다.
그런 다음 2장 문법 공부로 이어진다. 1장이 무공의 취지를 공부하는 곳이라면, 2장은 내공을 습득하는 곳이다.
문법의 과정을 건너띄고 고수가 된 이들은 없다라는게 이 책에서 읽은 핵심 중의 하나였다.
내공을 습득하는 과정은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터득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영어 공부를 매번 시작할때마다 겪었던 오류를 이제는 수정할 때가 온 것이다.
3장은 회화 공부에 관한 내용이다. 회화야 말로 영어의 꽃이 아니던가, 무술로 치자면 실전 권법이 될 것이다. 말하기 위해서는 들을줄 알아야 하니 듣기와 말하기 기술을 겸비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기술은 두둑한 배짱과 자신감이다.
4장은 그동안 익힌 실력을 검증 받는 것, 각종 영어 시험을 준비하는 곳이다.
티모시 페리스가 지은 <4시간>이란 책에 보면 산슈 격투기 챔피언 대회에서 불과 4주만에 금메달을 따는 과정을 소개한 글이 있는데, 영어를 이렇게 단기간에 마스터할수 있다면 얼마나 해피한가!
영어 시험을 준비하고 공부하는 이들은 이미 일정 내공과 권법의 수준을 넘어선 이들이라 믿었기에 초짜인 내게 있어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겠다란 선입견이 들었다. 다만 언젠가 일정한 무공 수위가 뒷받침해준다면 영어시험을 통해 자신을 업그레이드할수 있는 동기를 마련하리라.
5장은 독해와 어휘공부, 6장은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해서 영어뉴스 듣는법, 영어 일기 쓰는 법, 영작 및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법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 내가 도움을 얻은 부분은 단연 앞 장이다.
1장 독학으로 영어 고수가 되는 비전
책을 보며 테이프를 들으면 다 이해되는 것 같지만, 실상 들리는 단어만 들리고 안 들리는 단어는 죽어도 들리지 않는단다. 단어 하나가 안들린다고 쉽게 책을 펼치면 끝장. "소리만으로 철자를 유추해가며 사전을 뒤져 보라"고 권한다. 청취 공부를 위해 받아쓴 문장을 하루에 열개씩 외우는 것도 힌트가 된다. 초급 회화책을 하나 잡고선 들릴때까지 무한 반복, 소리를 유추해가며 귓가에 들리는 영어 뉘앙스를 판독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그렇게 귀를 관통한 영어문장 10개를 출퇴근길에 외워보랜다. 하루에 10개씩 주말이면 70개, 한달이면 300개란다.
복리의 마술이 재테크에서나 통할줄 알았는데 과연 영어에서도 통할까^^? 해보고 볼일이다.

3장 영어의 기초가 없는 이들에게
이 책에서 가장 공감가고 심적인 면에서 가장 위로를 많이 얻은 곳이다.
오랫동안 영어를 배웠어도 막상 회화를 못하는 이유를 외국인과 직접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보는 것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대화할 기회가 없어서 회화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를 하기에 구조화되어 있지 않았다라고 진단한 대목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분의 경우, 1년동안 side by side 시리즈 4권을 떼면서 전치사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재미삼아 적용하며 즐기며 공부했고, SDA학원에 등록해서 치밀한 시스템의 덕을 많이 보았다고 했다.
듣기를 마스터하는 과정은 1장에서 보았던 것처럼, 들리는 것은 받아 적고 안 들리는 것은 반복해서 다시 듣는 연습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 한국에서 듣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란 것에 밑줄을 두세번씩 좌악 그었다. 

영어를 어떻게 공부할지 몰라서 못했던 것은 아닌데, 계속 반복된 실패의 경험이 의기소침과 자괴심으로 이어졌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영어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화끈 달아 오른다.
문법을 무시하고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며 달달 외우기만 반복했던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
영어 공부에 좋다는 건 보약 먹듯이 마구잡이로 하지 말고,
욕심 거하게 내지 말고 초급 교재 하나 잡고선 들릴때까지 듣고 소리 유추하며 달달 외우자.
영어야 이제 우리 조금 친해져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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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 생각을 여는 심리학
엘렌 랑거 지음, 이양원 옮김 / 동인(김영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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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처럼 가정의 자녀가 유괴되고 사회가 점점 문란해지는 어수선한 시대에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일쑤다. 그러던 차에 지인을 통해 한권의 책을 선물받았다. 마음챙김이란 책이다.
마음을 챙겨라~ 그런 뉘앙스를 느꼈는데, 이 책의 서문에서 마음챙김과 마음놓음의 차이를 깨닫고 나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뀐다고 하는 글귀가 퍽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마음챙김과 마음놓음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면 그 힘을 이용해 삶을 변화시키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마음챙김"이란 단어는 주로 불교에서 염불 등을 통해 생길수 있는 잡념을 의식하고 이를 주시하고 집중하기 위한 팔정도의 정념에 해당하는 단어로 쓰이는듯 싶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때의 낯설음은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 같다.

이 책의 1부는 마음놓음, 2부는 마음챙김에 대한 내용이다.
마음놓음에 관한 설명 중에 엔트로피 개념을 끌어온 것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엔트로피란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화되어 있던 요소들이 점진적으로 해체 또는 붕괴되는 개념"으로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믿음"을 기조로 하고 있었다.
마음놓음을 "익숙한 구조나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대상을 접할때, 그 대상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정신적 태만에 빠지는 현상"(33쪽), 이미 알고 있는 지식, 기존의 틀안에서 벗어날수 없는 한계를 마음놓음의 상태라 규정하는 느낌이 들었다.
가령 입안의 침을 삼키는 건 괜찮은데, 뱉은 침을 다시 삼키는 것을 불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선입견의 형태라고 지적한다.
마음놓음은 아무런 의식없이 받아들이고, 기존 통념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컴퓨터가 깔아놓은 판에 의식을 깨운 자만이 시온에 입성할수 있는 것처럼 기존 틀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마음놓음의 한계라 정하고 있었다. 저자는 대다수가 마음놓음의 상태에 있다면서 획일적으로 받아온 교육의 틀에서도 벗어나길 희망한다.
그런데 결과 지향적 교육란(46쪽)을 읽으면서 어떤 의문이 들었다.
결과지향적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일수록 마음놓음에 빠지기 쉽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구슬꿰기의 달인?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종사자들이 과정지향적이라면 얼마나 큰일인가?
저자는 결과중심적 교육일수록 창의성이 고갈된 무비판적 사고를 양산하고 쉽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 단연 많이 발견할수 있는 단어는 '맥락'이다.
내가 알고 있는 맥락이란 정의는 문맥, 전후 형편, 흐름 같은걸 이야기하는데 여기서는 일종의 선입견이자 사고의 틀을 맥락이라 부른다. 마음을 놓았을때 일어나는 문제점은 내가 느끼기에 우리가 어떤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도대체 한계란 누가 정의한 것일까?
"우리가 현실로 받아들이는 한계 중 많은 것들이 사실은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마음을 챙기지 못했을때 우린 사실상 무수히 많은 기회를 분명 놓치고 있었고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하고 있었다.
난 자아의 성장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유식한 말로 기업의 자아상을 아이덴터티라고 한다면 나와 기업의 비전, 정체성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자기유도적 의존' 실험과 밀그램의 실험, 학습된 무기력 실험에 의한 이론은 나름 큰 영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만일 시간이 부족하다면 마음놓음의 키포인트가 <4장 마음놓음으로 잃는 것>에 나와 있으니 꼭 이 부분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제한된 사고의 틀을 어떻게 부수고 나올 것인가, 2부 마음챙김에서 어떤 흥미진진한 반론을 펼칠지 내심 기대가 됐다.

마음놓음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한 마음챙김은 의외로 간단히 이해했다.
쿠투조프라는 인물이 설정한 마음챙김 상태의 특성을 살펴보면, (77쪽)
1) 새로운 범주를 만든다.
2) 새로운 정보에 대해 개방적이다.
3) 상황을 한 가지 관점만이 아니라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마음놓음이 무의식, 무비판, 무저항이라면 마음챙김은 의식적, 직관, 창의성이다.
두뇌 습관이 삶을 변화시킨다고 주장한 쓰키야마 다카시가 지은 책, <두뇌의 힘 100% 끌어올리기>에서는 성장하고 변화하기를 거부하는 맥락의 틀에서 안주한다면 더이상 발전할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마음챙김>은 상황을 통찰하고 깨달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문제점을 해결할수 있는 처방을 주진 못했는데 이 점이 참 아쉬웠다.
이를테면 새로운 범주를 어떻게 만드는가, 직관이 좋다는거 알겠는데 직관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창의성이 좋다는 것도 당연히 알겠는데 창의성을 어떻게 키우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상실하고 현상에 대한 의문, 여러가지 실험을 통한 이론 증명에만 급급한 것이 2부 마음챙김의 한계라 보여진다.

어떤 책을 읽든지 사실 흡족할만한 성과를 한권으로 완성한 책은 드물다.
직관과 창의성에 관한 책이 얼마나 많은데 이 책 한권으로 쓱 입닦고 마랴? 사실 그정도로 마음놓음을 통찰한 저자의 식견에 매료되었기에 그만큼의 욕심을 부리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듯 싶다. 저자는 심리 실험 등을 통해 발굴한 여러 사례를 대중에게 이야기하길 원했고 닫힌 틀에서 사고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지금의 내게 있어서 정말 도움이 된 내용은 '새로운 맥락'에 관한 심리학자 아니타 카스턴의 실험이었다.
어떤 과제를 질릴때까지, 탈진할때까지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실험에서 다른 일에 필요하니 이름과 주소를 적어달라는 말에 쉽게 그것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은 새로운 맥락의 변화였다.
"맥락 전환을 이끌자 피로에 대한 사고틀이 해제되었다.
마음 챙기는 사람은 그런 현상을 의도적으로 이용해 스스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3장에서 쿨리지 효과로 알려진 한계 초월이 바로 그것이다.

피로는 선입견에서 나오는 것이니 결국 한계는 마음이 조장하는 간사한 거짓말 장단이다. 이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단단히 마음을 챙기고 맥락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직관과 창의성을 키울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직관과 창의성은 조금씩 다른 놈들이라고 생각한다. 반복의 달인이 범인보다 뛰어난 직관력을 발휘한다고 믿고 있다. 그에 비해 창의성은 새로운 가지치기다. 사방으로 발산하는 사고의 유연함이 창조성의 가치를 더할 것이다.
끈기가 부족한 내게 있어 한계의 마침표는 밥먹듯이 달아야 했던 이름표이기도 했다.
팔굽혀펴기에서 한계에 도달했을때 필사의 마지막 하나에서 한알의 근육을 만들듯이, 마음챙김의 해법은 먼저 기존의 틀안에 갇힌 나를 밖으로 꺼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플라시보, 자기 최면도 해볼만한 심리 게임이다.
많은 생각들과 아이디어, 재미난 발상을 이끌어준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근자에 재미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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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아빠 따라잡기 - 자녀의 10년 후를 설계하는
최강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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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티비에서 방영한 강남엄마 때려잡기란 타이틀을 패러디한듯 싶은 익살맞은 제목이 눈에 띈다.
강남에 사는 부모들이 아이의 교육적인 측면에서 극성스런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들은 터라 별반 내용이 있으랴 싶었는데 이 책은 엄마보다 아빠의 위치와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었다. 저자의 프로필을 보니 주로 강남의 자녀들을 과외 지도한 경력을 발판삼아 이 책을 펴낸 계기가 되었다고 보여진다. 청소년 진학 상담 일을 하는 저자의 경력에 맞게 부모와 학생들을 상대로 진학지도를 하고 있다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책을 펴게 된 동기와 내용에 상당부분 공감하게 됐고 이해가는 구절이 있어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강남아빠는 지역적인 의미도 있으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 이들의 자녀 교육은 뭔가 특별할 것이다란 범상치 않는 뭔가가 있을 법하다. 예전과 다르게 사교육이 발달한 요즈음은 직업의 되물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 교수 집안이 교수를 만들고 의사 집안이 의사를 만드는 특출난 비법 같은게 있을 법도 싶다.
최강의 학군에 자리잡고 살고 있는 만큼 일단 넉넉한 집안 환경이 의심치 않는데다 어떤 학원으로 보내고 있는지 공부의 비법이 무엇인지 세속에 찌든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증이 증폭되기 일쑤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녀 교육에 있어서 아빠의 위치 그리고 그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할 뿐, 현실적인 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재테크 책을 수십차례 보아도 도무지 돈버는 방법이 오리무중이듯이, 이 책 또한 그런 한계가 느껴진다. 강남아빠의 33가지 노하우는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잡는 방법에 대해서 논한다. 아이들에게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는데 도움을 주는 상징적인 위치에서 아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때론 가혹하다 여길정도로 냉정한 아빠들의 모습도 엿보이고, 치맛자락을 휘날리는 열성 엄마 저리가라 할 정도로 꼼꼼히 숙제검사를 하는 강남아빠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 책의 특징이자 한계는 자녀 진학을 컨셉으로 하고 있어서 수능을 잘 쳤느냐, 좋은 대학에 들어갔느냐가 자칫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관문처럼 보여질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어떤 구절에서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아빠가 짜준 전략대로" 란 말처럼 아빠가 좋은 전략을 짜내지 못하면 자녀의 인생을 망칠수 있다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수능은 더이상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아빠의 투철한 직업관과 노하우로 특별한 수능 전략을 짜서 보태지 않으면 자녀의 수능 진학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소 오바하긴 했지만 적잖이 도움되는 내용도 많았다.
자녀의 인성과 자기관리를 최우선적으로 교육하는 아빠들의 모습에 밑줄치고 기억해낼 만한 구절을 얻어내기도 했다.
눈여겨보고 도움이 될만한 밑줄친 노하우를 나름대로 편집, 메모해 보았다. 

"아빠의 사회경험으로 아이의 시행착오를 줄인다" (33쪽)
경민이가 고등학교 2학년까지 아빠의 인맥을 활용해 다양한 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서 직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리고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아르바이트를 할수 있도록 배려하기란 막상 쉬운일이 아닐듯 싶다. 하지만 사회 경험을 겪음으로 해서 추상적인 학과 선택보다는 훨씬 구체적인 진학의 목표를 세울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에서 경민이 아빠가 존경스러웠고 해봄직한 전략이라 여겨진다.

"맹목적인 영어교육보다 아이의 재능을 먼저 살핀다" (79쪽)
어학연수를 떠나는 친구들 따라 가고 싶은 상희에게 영어테이프와 책을 한 아름 안겨주면서 책을 모두 독파하고 아버지 테스트에 합격해야만 어학연수를 보내줄수 있다고 했다. 상회는 아버지 테스트에 합격하기 위해서라도 혼자서 열심히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전국영어듣기평가에서 만점을 받을수 있다고 했다. 남들 하는 대로 아무 준비없이 어학연수를 갔다면, 적응하지 못해 외톨이가 되거나 시간을 마냥 소비할수 있었으나 혼자서 공부하는 법,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교환 환생이 된 상희도 대단하지만 그런 안목으로 자식을 키워낸 상희 아빠가 존경스럽다.

"원칙을 주지시키고 이를 어길 때는 단호하게 처리한다" (113쪽)
단호하고 냉정하고 원리 원칙을 꼼꼼하게 따지는 다빈이 아빠의 이야기다.
물렁물렁한 내가 평생을 배워도 다반이 아빠의 절반도 따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빈이 아빠의 학습법이 좋아보이지는 않다. 아이의 숙제, 학습 테스트도 일일이 체크한다. 참견하기 좋아하고 자신의 뜻대로 따라오기를 좋아하는 다빈이 아빠의 스타일이 그렇다는 것이지 다만 아빠의 후광만을 믿고 나태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교육적인 측면에선 단연 내가 배울점이라 생각한다.

"재산을 물려주기보다 책 읽는 습관을 물려준다" (134쪽)
책을 좋아하는 나로선 참으로 반가운 이야기다. 책을 좋아하는 부모가 있으면 자식들도 책을 열심히 읽는다.
모든 식구들이 읽은 책을 돌려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은 마냥 즐겁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래서 불안하다.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과 격려가 자녀가 걱정하는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바뀔수 있다는 점을 이 책에서 확실히 배우게 됐다.
강북보다 강남을 선호했던 이유는 교육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들의 부모, 보이지 않는 그들의 후광에 있었다는 걸 말이다.
공부 하라고 닥달하는 것보다 대학 캠퍼스를 한나절 같이 거닐면서 자녀와 대화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보다 큰 힘이 된다는 것 또한 말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강남아빠들의 자녀교육법을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 다행스럽다.
자녀교육에 관심있는 모든 아빠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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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티볼리의 고백
앤드루 손 그리어 지음, 윤희기 옮김 / 시공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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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데 장장 5일이란 시간을 바쳤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소설 책인데 읽어나갈수록 부피는 얇아져가고 소설의 깊이는 깊어져갔다.
읽을수록 아쉬움과 그리움이 교차하며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사실 100페이지,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해 84페이지에서 "나는 어머니를 살해하는 장면을 머리속에 떠올렸다"란 글을 읽고서야 이 책을 더 읽을 것인가, 말것인가 그런 고민에서 말끔히 벗어났다.
84페이지 전까지는 사실 무료했고 따분했다.
태어날때 노인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젊어진다는 설정은 분명 흥미로운 것이었기에 계속 책을 붙들수 있었다. 

첫 시작하는 구절은 이렇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난 이것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이 말이 던지는 가슴 뭉클한 뉘앙스를 이 책의 후반에서 느꼈기에 텁텁한 심정으로 책을 다시 돌이켜 보았을때 시선에 들어온 이 글귀는 눈시울을 젖게 만들었다.
시작은 의문투성이다.
선생님의 노트를 훔쳐 일기 형식으로 쓰는 소년. 예순이 다 된 노인이라고 설명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다면 새미는 누구지? 어린 시절 새미와 함께 침대를 같이 쓰며 어머니라고 부르는 렘지부인을 앨리스라 사모하는 그의 필적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복잡한 궁금증이 풀린 것은 당연히 책을 읽어가면서였다.
서술적인 상황 묘사가 특기인 이 책은 사건 중심의 스토리 위주로 읽는데 익숙한 내게 익숙하지 않은 책이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의 재미는 정확히 96페이지에서 시작됐다.
"이교도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묘사된 부분이 그러했다.
늙은이라고 부름을 받는데 익숙한 주인공 티볼리씨는 앨리스와 그의 모친을 은근슬쩍 돕게 된다.
나도 한때 그러했던 앳된 느낌과 조우한 글을 만나 밑줄을 쳐봤다.

"바람이 불자 그녀의 모자 아래서 머리카락 한 가닥이 날리더니 내 아랫입술에 달라붙었다. 낚시줄처럼 착 달라붙었다. 문득, 낚싯바늘이 내 입술을 찔러, 그곳에서 몽글 솟아난 피가 내 입으로 흘러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카락이 입술에서 떨어질까봐 전정긍긍했던 티볼리씨의 마음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 글을 읽으며.. 어릴적 순박했던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궁상거리가 됐다.

109페이지 '늙은 몸을 타고 난 젊은이',
아, 그제서야 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자 슬픔이기도 한 모던한 감정을 찾는데 익숙해져갔다.
앨리스의 어머니, 레비 부인과 정을 통한 티볼리씨, 그의 이름은 어느새 막스가 되었다.
휴이와 헤어진 앨리스, 그녀의 작은 손가락에서 꺼낸 담배가 나오자 어느새 밑줄 모드가 되었다.

"나는 잠자코 당신이 담배 연기 속에서 또 다른 여자를 만들어내도록 내버려두었소"

난 이 말이 참 인상적이라 여겨졌다.
슬픈 앨리스를 위로하고 싶은 막스, 그녀를 사랑하는 연정을 가슴에 꼭꼭 숨긴채 그녀와의 첫키스,
"당신의 입 안에서 채 빠져나가지 못한 마지막 담배 연기를 맛보았지.. 어느 한 단어 '예'라는 단어와 같은 맛이었소.."

185페이지는 이 소설이 주는 한껏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바로 미망인 앨리스와의 재회가 시작된 부분이었고 몰라보게 젊어진 막스는 그를 알아채지 못하는 그녀와의 만남에서 아스가르 반 달러씨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하는 여인 앨리스와 결혼하고 신혼 첫날밤을 보낸다.
티볼리씨이자 막스이자 아르가스 이기도 한 그의 일기장에 첫날밤에 대해 밝힌 짓궃은 표현은 사뭇 얄밉게 느껴진다. 내심 19금을 바랬건만, 야속하게도 나의 소원을 저버렸다. 안심하시라. 이 책은 미성년자 관람가이므로.
그의 병을 알지 못하는 앨리스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진실을 숨겨야 했던 반 달러씨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309페이지에서 끝장난다. 막스를 저주하는 앨리스에게 그의 사유였던 '1941' 목걸이를 발견했던 것이다.

1부에서는 티볼리씨, 2부에선 막스, 3부에선 아르가스였던 주인공은 4부에서 리틀 휴이가 되어 그토록 사랑하는 앨리스와 운명의 재회를 하게 된다. 친구인 휴이의 아들 행사를 하면서까지 사랑하는 이의 곁에 남고 싶은 그의 마음을 보며 이토록 애절하고 절실한 느낌이 감도는건 왜 그럴까?
더이상 발기 할수 없는 육체적 한계를 리틀 휴이는 이렇게 얘기했다.

"물개 새끼처럼 털 하나 없이 미끈한 조그만 달팽이 모양으로 줄어든 나의 물건. 나는 그것이 살아 있도록, 팽팽하게 늘어날 수 있도록 기를 썼다"

더이상 남자일수 없는 자신의 몸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역행하는 자신에게 어떤 저주섞인 말을 늘어놓았을까? 그런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이의 곁에 남고 싶은 이기적인 그의 사랑을 누가 욕할수 있단 말인가.
4부의 이야기를 흝으며 그제서야 수수께끼같았던 1부의 아리송한 전말이 깨끗이 클리어 이해됐다. 휴이와 어린 막스의 대화가 내 감정을 뒤흔든다.

"넌 이제 남편이 될 수 없어! 아버지도 못 된다고!" "쉬잇! 난 아들이 될 거야. 잠시 동안이라도."

샛강 갈대숲 사이를 떠돌던 작은 배에서 죽음을 마감하는 리틀 휴이의 인생 이야기를 보며 순간 숙연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시간을 거슬러간 남자, 티볼리이자 막스, 아르가스이자 리틀 휴이로 평생을 한 여자만을 사랑하며 숭고한 죽음을 택한 그의 결단에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막스, 그의 아들 새미와 사랑하는 여인 앨리스와 다정하게 손잡고 산책하는 장면을 떠올려봤다.
꿈속에서도 늘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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