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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어 공부 이력서
김민식 외 16인 지음 / 부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아, 영어!
그동안 도대체 몇번을 도전했다가 몇번을 포기했는지 그 횟수를 헤아려보기가 무서울 정도다.
외국에 한번 나갔다 오면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건만, 국내에서 영어를 절실히 체험하지 못하는 환경에 있다보니 영어를 꼭 해야겠다는 니즈가 소원해지기 일쑤다.
<나의 영어 공부 이력서>에 등장하는 고수들 17명의 공통점은 영어를 해야 할 각자의 절실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이고 끊임없이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라는 점이었다. 영어를 잘하는 그들이 마냥 부럽기는 하나, 그들이 영어를 능숙하게 하기까지 들였을 정신적, 시간적, 육체적 고통의 간격을 무시하고 무작정 부러워만 할수는 없는 일이다.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고통의 순간이다.
들리지 않아도 들릴때까지 반복해서 들어야 하고, 진물날때까지 정신없이 들여야 보아야 하니 말하기와 쓰기는 오죽하랴?
어렵고 힘든 소화의 과정을 고수들은 어떻게 거쳤을까? 영어 공부에도 정말 해법이 존재할까?
결론지어 말하자면, 영어 초짜인 내게 있어 책의 앞부분만 읽어도 공부의 동기와 필요성을 절감하고 나도 할수 있어! 란 자신감을 일으키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영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실천이다. 하지만 실천도 나름의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패의 경험에서 떠올려본다. 그래서 이 책이 내게 더할나위없이 소중했다. 이 책의 콘셉은 바로 영어 공부, 이렇게 하라 였거든~
무림의 고수가 줄비차게 들어선 중원을 예로 들자면 1장은 갓 무공을 배우고자 도장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코너였다.
나처럼 영어의 기초가 없는 이들이 눈여겨 보면 좋을 내용이 가득이다.
그런 다음 2장 문법 공부로 이어진다. 1장이 무공의 취지를 공부하는 곳이라면, 2장은 내공을 습득하는 곳이다.
문법의 과정을 건너띄고 고수가 된 이들은 없다라는게 이 책에서 읽은 핵심 중의 하나였다.
내공을 습득하는 과정은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터득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영어 공부를 매번 시작할때마다 겪었던 오류를 이제는 수정할 때가 온 것이다.
3장은 회화 공부에 관한 내용이다. 회화야 말로 영어의 꽃이 아니던가, 무술로 치자면 실전 권법이 될 것이다. 말하기 위해서는 들을줄 알아야 하니 듣기와 말하기 기술을 겸비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기술은 두둑한 배짱과 자신감이다.
4장은 그동안 익힌 실력을 검증 받는 것, 각종 영어 시험을 준비하는 곳이다.
티모시 페리스가 지은 <4시간>이란 책에 보면 산슈 격투기 챔피언 대회에서 불과 4주만에 금메달을 따는 과정을 소개한 글이 있는데, 영어를 이렇게 단기간에 마스터할수 있다면 얼마나 해피한가!
영어 시험을 준비하고 공부하는 이들은 이미 일정 내공과 권법의 수준을 넘어선 이들이라 믿었기에 초짜인 내게 있어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겠다란 선입견이 들었다. 다만 언젠가 일정한 무공 수위가 뒷받침해준다면 영어시험을 통해 자신을 업그레이드할수 있는 동기를 마련하리라.
5장은 독해와 어휘공부, 6장은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해서 영어뉴스 듣는법, 영어 일기 쓰는 법, 영작 및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법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 내가 도움을 얻은 부분은 단연 앞 장이다.
1장 독학으로 영어 고수가 되는 비전
책을 보며 테이프를 들으면 다 이해되는 것 같지만, 실상 들리는 단어만 들리고 안 들리는 단어는 죽어도 들리지 않는단다. 단어 하나가 안들린다고 쉽게 책을 펼치면 끝장. "소리만으로 철자를 유추해가며 사전을 뒤져 보라"고 권한다. 청취 공부를 위해 받아쓴 문장을 하루에 열개씩 외우는 것도 힌트가 된다. 초급 회화책을 하나 잡고선 들릴때까지 무한 반복, 소리를 유추해가며 귓가에 들리는 영어 뉘앙스를 판독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그렇게 귀를 관통한 영어문장 10개를 출퇴근길에 외워보랜다. 하루에 10개씩 주말이면 70개, 한달이면 300개란다.
복리의 마술이 재테크에서나 통할줄 알았는데 과연 영어에서도 통할까^^? 해보고 볼일이다.
3장 영어의 기초가 없는 이들에게
이 책에서 가장 공감가고 심적인 면에서 가장 위로를 많이 얻은 곳이다.
오랫동안 영어를 배웠어도 막상 회화를 못하는 이유를 외국인과 직접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보는 것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대화할 기회가 없어서 회화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를 하기에 구조화되어 있지 않았다라고 진단한 대목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분의 경우, 1년동안 side by side 시리즈 4권을 떼면서 전치사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재미삼아 적용하며 즐기며 공부했고, SDA학원에 등록해서 치밀한 시스템의 덕을 많이 보았다고 했다.
듣기를 마스터하는 과정은 1장에서 보았던 것처럼, 들리는 것은 받아 적고 안 들리는 것은 반복해서 다시 듣는 연습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 한국에서 듣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란 것에 밑줄을 두세번씩 좌악 그었다.
영어를 어떻게 공부할지 몰라서 못했던 것은 아닌데, 계속 반복된 실패의 경험이 의기소침과 자괴심으로 이어졌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영어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화끈 달아 오른다.
문법을 무시하고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며 달달 외우기만 반복했던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
영어 공부에 좋다는 건 보약 먹듯이 마구잡이로 하지 말고,
욕심 거하게 내지 말고 초급 교재 하나 잡고선 들릴때까지 듣고 소리 유추하며 달달 외우자.
영어야 이제 우리 조금 친해져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