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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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마음은 통통 튀어다니는 요술볼 같아요. 고소하고 부드러운 퐁듀 소스에 찍어먹는 유쾌한 맛처럼 제 입에서는 흥취가 떠나지 않는답니다. 우연히 건지섬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편지식으로 구성된 독특하고 기발한 스토리 방식에 건지섬의 서정성을 처음 느꼈을 때의 기분이란 정말이지 끝내줬답니다!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정성껏 쓴 편지와 간절히 답장을 기다리는 즐거운 고통의 순간들.. 즐거웠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저도 살며시 편지를 쓰고 싶어졌답니다.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수다야말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잇는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하고요.

아멜리아가 새신부로 들어올 당시의 건지 섬이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아름다운 모습 뒤에는 전쟁의 상혼이란 아픈 그림자가 우리네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출처: 비전북카페>
                                                                                                            

개정판 이전에 나온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을 읽었을 때에는 의역이 부자연스러운 곳이 너무 많았다. 읽는 족족 호흡이 막히는가 하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를 표현들이 많았는데, 이번 개정판인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입 속에서 통통 굴러다니는 느낌이 좋은 만큼 책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책 속의 책 따라 읽는 기쁨도 크다. 이번 기회에 시간이 허락하는 한 <찰스 램>의 수필집과 <찰스 디킨스>의 책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첫 장에 등장 인물을 설명하는 족보를 추가로 삽입하면 좋을 듯 싶다. 책 초반부에 강한 흥미를 터트릴만한 임팩트가 부족한 탓도 있고 등장인물이 많이 나와 줄거리를 따라 읽는 집중력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꼬박꼬박 책을 읽지 않는다면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책을 보면서 마인드맵을 한번 그려보았는데, 북클럽 회원의 이름과 생김새, 취향을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일품이다.

요즘 개인적으로 트위터에 흠뻑 빠졌다(☞ @bookpass).
트윗을 통해 실시간으로 서로 관계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점점 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21세기 커뮤니케이션의 진화는 실시간 타임라인의 온라인 덧글로 서로의 소식과 즐거움을 공유하듯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관심이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고, 인연과 인연이 만나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위안을 나누는 현재와 동일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나는 작고 볼품없는 일상적인 대화조차 작은 인연의 시작이자 행복의 출발점이란걸 알게 됐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들이 서로 주고받은 편지 하나하나가 소중한 추억으로 내 마음에 오랫동안 아로새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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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인생게임 - LIFO
스튜어트 앳킨스 지음, 이수봉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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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강점발견, 애니어그램 등 자기발견 검사에 관련한 인식툴에 관심이 꽂혔을때 구입한 책인데, 책상에서 가까운 서재에 꽂아두었음에도 불고하고 오늘에서야 읽게 됐다.
mbti, 스트렝스파인더(강점발견), 애니어그램을 날림 섭렵했음해도 불구하고 LIFO(라이포) 이론도 썩 구미가 당긴다.

라이포 이론에는 심리학자 칼 로저스의 고객중심이론과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의 자기실현 욕구의 이론이 반영되어 있다.
이 책의 핵심은 자기계발과 피드백이 그 대안으로 4가지 게임플랜을 확실히 이해하고 대처하는 것이 포인트가 된다.

지지/포기(S/G), 통제/쟁탈(C/T), 신중/고집(C/H), 적응/동조(A/D) 이렇게 4개를 게임플랜으로 일컫는다. 게임플랜을 확인하고 활용하고 완화, 보완, 확장, 응용 단계가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 확신한다는 이야기다.

mbti는 타고난 자신의 밥그릇 통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해보는거고 강점발견툴은 자신이 은연중에 알고 있는 걸 표출화된 문장을 통해 강점을 확인하고 장점의 강점화를 적극 주장하는 이론인데, 이 라이포 이론은 강점과 강점의 과잉사용을 컨트롤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난 여러 툴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진 걱정이.. 약점을 장점화 하는 것이 좋을까? 장점을 강점화하는 것이 좋을까 였는데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 내 자신도 모르게 나의 강점을 과잉사용한 나머지 약점이 되었구나 싶었다.
강점을 강점화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까지 여겼는데, 역시 성공은 아마도 부족함과 지나침이 균형점에 있지 않을까?

라이포의 4가지 스타일에 익숙해지면 제 3자의 입장에서 나를 지켜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결국 내가 모르는 걸 알 방법 같은건 없으니까 말이다.
제3자가 내가 모르는 걸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 해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때론 자신을 성찰하는 것보다 누군가 나에 대해 한마디 해주는 것이 직격타가 될때가 있다. 지인과 이 책을 토론하면서 서로에 관해 360도 피드백 효과를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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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대청소 - 진화하는 바이러스 질병에 대처하는 방법
프랑수와 브리케르 외 지음, 전용희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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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신종플루 경각심이 극에 다다랐을때, 아이가 신종플루에 감염돼 호들갑을 떨며 병원으로 달려간 일이 생각난다. 이때 아내도 덩달아 걸렸는데, '에라 모르겠다. 나도 걸리려면 걸려라' 하며 바이러스 폭탄덩어리들과 살았지만 무심하게 비껴갔다. 아이는 신종플루 걸리기 전에 뇌수막염에도 걸린 적이 있었고 한창 무덥고 땀이 나는 여름철 사이에 물사마귀에 걸려 몇 개월동안 고생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밤새 긁으면서 자느라 핏물이 옷에 번지는 일이 비일비재해지자, 아이가 긁지 못하도록 밤새 눈을 뜨고 자기도 했고 손을 묶어보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고 별짓을 다한 기억이 난다. 병원에 방문했을때는 이렇게 물사마귀가 전신에 번진 케이스는 처음 본다면서 혀를 내두르며 치료약이 없다는 말에 왠 날벼락! 수소문끝에 용한의원을 찾아가 다행히 약에 차도를 보여 발병 4개월만에 낫긴 했지만 그때의 일을 떠올리자니 오한이 돋는다.

몇일전에는 아내가 A형 바이러스 간염에 걸린 일이 있었다. 부랴부랴 나와 아이는 A형 바이러스 예방 접종을 했다. 일주일 정도 병원에서 치료하면서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어 건강한 몸을 되찾았지만 정말이지
'바이러스 네 이놈. 전생에 나와 무슨 왠수를 지었는지!!'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비단 나와 내 가정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신종플루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뉴스 기사를 볼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가 하면, 돼지독감, 조류 인플루엔자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그런 악독한 질병들이 왜 생겨나는지, 어떻게 해야 예방할 수 있는지 절실한 심정이 되어가고 있을때 프레드릭 살드만 저자의 최근 저서인 바이러스 대청소를 만났다.

흔한 건강보험하나 없는 난 건강서적이라면 사족을 못쓰며 열독하는데, 유럽에선 엄청난 베스트셀러로 소문난 <내몸 대청소>, <손을 씻자>를 소장하고 있는 나로선 <바이러스 대청소>가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진화하는 바이러스 질병에 대처하는 방법이라! 그래 내가 알고 싶었던 거라고!!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는 <바이러스 대청소>는 1부 전염병의 실체와 종류에 대해 학습하는 시간, 2부 무시무시한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질병관리본부의 대국민행동요령 지침을 잘 숙지하고 있다고 자평하는 나로선 책에서 말하는 예방법이야 뻔하겠지 싶었는데, 의외로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을 얻었다.

일단 H1N1, H5N1이니 하는 용어에 대한 간략한 메모를 정리해보자.
여기서 말하는 H는 바이러스를 세포에 감염할 때 사용되는 단백질, 헤마글루티닌을 말하고, N은 바이러스를 증식할 때 사용되는 단백질, 뉴라미니다아제를 말한다. H는 16개, N은 9개의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매년 크고 작은 항원 변의가 일어나는 이유가 이 H와 N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변종 바이러스가 매년 발생하는 이유는 자세히 뭘라도, 어느 술자리에 가서 한토막 이야기할 수 있는 상식정도는 되지 않을까.

 집안공기를 자주 환기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매서운 겨울철에도 잠시동안 창문을 자주 열어둔 적이 있었는데, 잠시 문을 열고 닫는 정도로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한다. 30분에서 1시간정도는 환기를 시켜야 하고 건조한 겨울철 젖은 옷가지를 말릴때 가습용도로 방안에 두어 습도를 높이곤 했는데, 되려 세균 증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독감 바이러스를 비롯해 신종 전염병균은 기공이 없는 표면 위에서 24시간~48시간까지 생존능력이 있다고 한다. 징그러운 놈들!!
손을 왜 자주 씻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또한 물기있는 손이 마른손보다 세균을 옮길 위험이 500배라고 하는데 이런 데이터는 어떻게 측정이 되었을까 신기하고도 무섭다. 신종플루가 번질무렵 각종 손세정제와 향균제품들이 물밀듯이 소개가 되었는데, 연구결과 향균비누가 세균을 죽이더라도 바이러스에는 전혀 상관없다고 하는데 구태여 비싼걸 살 필요가 없음이다. 

계속된 바이러스의 역습에 그동안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때 신종플루조작 의혹이 나돌았는데,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사전지식과 적절한 예방이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나 역시 사랑하는 두명의 바이러스 폭탄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켰다. 충분히 잠을 자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노력하고 적절한 세끼 식사에 심신을 깨끗이 씻는 것이 최고의 예방법이라 생각한다.
신종플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바이러스 질병에 관한 적절한 설명, 어려운 용어는 편집자주석이 달려있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히 보탬이 됐다. 

바이러스. 이젠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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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나루케 마코토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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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이 상당히 에로틱하다.
내게 도발적인 의미로 다가온 이 책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는 폭넓은 장르의 책을 동시에 읽으면서 서로 다른 성격의 지식과 정보를 통섭하는 고도의 정보분석 작업을 통해 머리의 회전력을 지식력으로 바꾸는 어렵고 힘든 작업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수십권 읽을때와 수백권 읽을때의 차이는 존재한다.
수십권 읽을 적에는 책 여백에 메모도 하고 서평도 쓰고 간간이 메모기록장에 책을 읽은 흔적을 내며 자랑하기 일쑤였지만, 수백권 상태로 진입해서는 언제 그런 낙서를 했는지 도저히 기억해 낼수도 유추해낼수도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 위로가 되는 상황이라면 밑빠진 독마냥 책을 읽다보면 그래도 언젠가는 조금은 차 있을 지식의 양에 만족해 있을 자신을 상상해보는 것이었다.

처음 이 책의 서문을 접했을 때, 열권을 동시에 읽어야 하는 당위성에 썩 개운치 못한 씁쓸함이 느껴졌다. 저자의 업무와 지위 특성상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여러 장르에 걸친 교양 지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읽음에 정독과 다독의 적절한 크로스 숙독이야말로 독서의 스킬이 아닐까란 생각을 늘 갖고 있는 바지만, 동시에 여러 권을 읽어내는 것이 창조적 책읽기라 정의한 것은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책을 펼치고선 필요한 정보만 쑥쑥 뽑아내는 것도 책을 꽤 읽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게 보아서는 요약집을 보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무엇이랴 생각이 들었다. 완독을 하지 못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완독의 당위성을 휴지조각 취급하는 것에 울컥 별점 한개 미만이라 혹평하고 싶은 욕지기를 겨우 참아낸다.

이쯤해서 다시 생각해보자. 난 왜 이 책을 읽고 귀중한 시간을 들여 글을 쓰는 것일까.
그것은 저자의 목차 꼭지중에서 가슴에 와닿은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세 배 더 많은 수입을 위해 세 배 더 많은 책을 볼 것.
돈을 주고라도 책 읽을 시간을 살 것.
일벌레가 되어 자기 시간을 남을 위해 쓰지 말 것.
수준 높은 사람이 되기 위해 수준 높은 책을 읽을 것.
생각과 독서의 대가들은 메모를 하지 않는다. 다만 수다를 열심히 떤다.
책에 관한 비평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편견을 버리고 흑백 중간지점에서 저자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습관을 하자.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게도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책을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깊이있는 독서 체험의 목마름에 관련 책 위주로, 저자 네트워크 방식으로 책을 읽다가 기나긴 슬럼프를 만나면서 오랫동안 책을 보지 못했다.
이 책의 저자가 하는 이야기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름 도움되는 내용도 있어 다행스럽다. 읽는 스타일이 매번 달라진다 하여도, 지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독서빅뱅의 체험을 하리라 결심한다. 한가지 독특한 개성이 또다른 개성과 만나 절묘한 퓨전의 시대를 연출하는 요즘, 지식의 종과 횡이 만나면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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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침묵 -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이선영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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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따갑도록 듣던 피타고라스의 정리 이론, 무수히 많은 공식 중 하나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간과한 것 중의 하나인 소재가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추리소설로 읽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에 읽을 적에는 여느 모든 소설이 그러하듯 생소한 이름과 낯선 도화지에 머리속을 달달 볶아야 그럴싸한 상상의 날개가 펼쳐지는 것과는 달리,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는 참혹한 복선에서 부담없이 출발하는 명화의 날개가 만족스러웠다. 특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단문의 열개가 끅끅거리는 비명이 새겨나오는 신음소리를 막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는 묘한 스릴감이 기분좋은 독서의 출발을 알리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복잡한 설날 명절, 하필이면 이때 이 책을 읽었을 게 뭐람'

조금씩 읽다가 내려놓고 다시 들기를 여러 번. 차라리 골방에 몰래 숨어 내리 이 책을 빨리 읽어보기를 소원할만큼 전체적 줄거리 어느 한자락도 서툴게 읽어볼 여유가 없었다.
소설 속 당당한 조연의 몫을 커버하고도 남을 아리스톤에게 진한 연민을 품어보았다.

사랑하는 형, 디오도로스의 죽음 속 어두운 장막을 파헤친 그가 아내 마야의 무덤가를 지키며 죽음으로 끝나는 한편의 로맨스는 마치 지식과 권력이 만나면 시궁창처럼 부패하고 타락할 것임을 죽으면서 경고했던 현자의 스승 페레키네스만큼이나 안타까운 이 시대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 길이의 제곱의 합이 빗변 길이의 제곱과 일치한다는 공식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걸어간 제자들과 현자와의 찌릿한 사투는 오늘날에도 지식은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어 온 것과 진배 다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진정한 지식이란 무엇인가?' 
붉게 타오르는 히마티온을 둘러쓴 히파소스가 어두운 곳에서 미소를 지으며 반문하는 것 같다.

얇지 않은 책인데도 숨가삐 읽어 아쉬운 마음에 두번, 세번 읽던 차에 왠지 가슴 언저리가 묵직하고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의미모를 몇 단어, 그리고 복합동사의 쓰임새가 많아서 그런 것일까.
은근히 띄워쓰기가 신경이 쓰여 읽는 호흡이 족족 막힌다. 페이지 51쪽 <처분하여주십시오>, 페이지 83쪽 <의문 나는 점이>, 페이지 261쪽 <털어놓았다>, 페이지 279쪽 <주저앉아버렸다>, 72쪽 코안. 코안이 뭘까. 사전검색에도 나오지 않는다. 히잡이나 부르카처럼 얼굴이나 몸을 가리는 스카프 같은 것일까? 책 전반부에 현자의 아내 테이노를 일컬을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 주석을 달았으면 좋으련만. 페이지 83쪽 <신선한 도량..> 도량은 불도를 수행하는 절이나 중이 모인 곳을 지칭하는 단어다. 단어의 쓰임새, 띄워쓰기가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형식적인 조형미 보다 불편했던 것은 전체적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친절한 작가의 해설적 설명이 등장인물의 개성적인 연기로 잇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참주 킬론과 니코스의 죽음, 아리스톤의 정처없는 방황 등 어쩌면 작가가 만들어 낸 허구 속 인물이기에 아쉬운 마무리로 끝을 냈어야 하는 갈증이 이 책을 몇 번이고 되돌아보게 하지 않았는지..좀더 탄탄한 결말로 유도했더라면 하는 한줄기 바램을 가지며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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