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아빠 따라잡기 - 자녀의 10년 후를 설계하는
최강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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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티비에서 방영한 강남엄마 때려잡기란 타이틀을 패러디한듯 싶은 익살맞은 제목이 눈에 띈다.
강남에 사는 부모들이 아이의 교육적인 측면에서 극성스런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들은 터라 별반 내용이 있으랴 싶었는데 이 책은 엄마보다 아빠의 위치와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었다. 저자의 프로필을 보니 주로 강남의 자녀들을 과외 지도한 경력을 발판삼아 이 책을 펴낸 계기가 되었다고 보여진다. 청소년 진학 상담 일을 하는 저자의 경력에 맞게 부모와 학생들을 상대로 진학지도를 하고 있다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책을 펴게 된 동기와 내용에 상당부분 공감하게 됐고 이해가는 구절이 있어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강남아빠는 지역적인 의미도 있으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 이들의 자녀 교육은 뭔가 특별할 것이다란 범상치 않는 뭔가가 있을 법하다. 예전과 다르게 사교육이 발달한 요즈음은 직업의 되물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 교수 집안이 교수를 만들고 의사 집안이 의사를 만드는 특출난 비법 같은게 있을 법도 싶다.
최강의 학군에 자리잡고 살고 있는 만큼 일단 넉넉한 집안 환경이 의심치 않는데다 어떤 학원으로 보내고 있는지 공부의 비법이 무엇인지 세속에 찌든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증이 증폭되기 일쑤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녀 교육에 있어서 아빠의 위치 그리고 그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할 뿐, 현실적인 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재테크 책을 수십차례 보아도 도무지 돈버는 방법이 오리무중이듯이, 이 책 또한 그런 한계가 느껴진다. 강남아빠의 33가지 노하우는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잡는 방법에 대해서 논한다. 아이들에게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는데 도움을 주는 상징적인 위치에서 아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때론 가혹하다 여길정도로 냉정한 아빠들의 모습도 엿보이고, 치맛자락을 휘날리는 열성 엄마 저리가라 할 정도로 꼼꼼히 숙제검사를 하는 강남아빠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 책의 특징이자 한계는 자녀 진학을 컨셉으로 하고 있어서 수능을 잘 쳤느냐, 좋은 대학에 들어갔느냐가 자칫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관문처럼 보여질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어떤 구절에서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아빠가 짜준 전략대로" 란 말처럼 아빠가 좋은 전략을 짜내지 못하면 자녀의 인생을 망칠수 있다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수능은 더이상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아빠의 투철한 직업관과 노하우로 특별한 수능 전략을 짜서 보태지 않으면 자녀의 수능 진학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소 오바하긴 했지만 적잖이 도움되는 내용도 많았다.
자녀의 인성과 자기관리를 최우선적으로 교육하는 아빠들의 모습에 밑줄치고 기억해낼 만한 구절을 얻어내기도 했다.
눈여겨보고 도움이 될만한 밑줄친 노하우를 나름대로 편집, 메모해 보았다. 

"아빠의 사회경험으로 아이의 시행착오를 줄인다" (33쪽)
경민이가 고등학교 2학년까지 아빠의 인맥을 활용해 다양한 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서 직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리고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아르바이트를 할수 있도록 배려하기란 막상 쉬운일이 아닐듯 싶다. 하지만 사회 경험을 겪음으로 해서 추상적인 학과 선택보다는 훨씬 구체적인 진학의 목표를 세울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에서 경민이 아빠가 존경스러웠고 해봄직한 전략이라 여겨진다.

"맹목적인 영어교육보다 아이의 재능을 먼저 살핀다" (79쪽)
어학연수를 떠나는 친구들 따라 가고 싶은 상희에게 영어테이프와 책을 한 아름 안겨주면서 책을 모두 독파하고 아버지 테스트에 합격해야만 어학연수를 보내줄수 있다고 했다. 상회는 아버지 테스트에 합격하기 위해서라도 혼자서 열심히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전국영어듣기평가에서 만점을 받을수 있다고 했다. 남들 하는 대로 아무 준비없이 어학연수를 갔다면, 적응하지 못해 외톨이가 되거나 시간을 마냥 소비할수 있었으나 혼자서 공부하는 법,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교환 환생이 된 상희도 대단하지만 그런 안목으로 자식을 키워낸 상희 아빠가 존경스럽다.

"원칙을 주지시키고 이를 어길 때는 단호하게 처리한다" (113쪽)
단호하고 냉정하고 원리 원칙을 꼼꼼하게 따지는 다빈이 아빠의 이야기다.
물렁물렁한 내가 평생을 배워도 다반이 아빠의 절반도 따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빈이 아빠의 학습법이 좋아보이지는 않다. 아이의 숙제, 학습 테스트도 일일이 체크한다. 참견하기 좋아하고 자신의 뜻대로 따라오기를 좋아하는 다빈이 아빠의 스타일이 그렇다는 것이지 다만 아빠의 후광만을 믿고 나태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교육적인 측면에선 단연 내가 배울점이라 생각한다.

"재산을 물려주기보다 책 읽는 습관을 물려준다" (134쪽)
책을 좋아하는 나로선 참으로 반가운 이야기다. 책을 좋아하는 부모가 있으면 자식들도 책을 열심히 읽는다.
모든 식구들이 읽은 책을 돌려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은 마냥 즐겁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래서 불안하다.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과 격려가 자녀가 걱정하는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바뀔수 있다는 점을 이 책에서 확실히 배우게 됐다.
강북보다 강남을 선호했던 이유는 교육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들의 부모, 보이지 않는 그들의 후광에 있었다는 걸 말이다.
공부 하라고 닥달하는 것보다 대학 캠퍼스를 한나절 같이 거닐면서 자녀와 대화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보다 큰 힘이 된다는 것 또한 말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강남아빠들의 자녀교육법을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 다행스럽다.
자녀교육에 관심있는 모든 아빠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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