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 생각을 여는 심리학
엘렌 랑거 지음, 이양원 옮김 / 동인(김영길)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처럼 가정의 자녀가 유괴되고 사회가 점점 문란해지는 어수선한 시대에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일쑤다. 그러던 차에 지인을 통해 한권의 책을 선물받았다. 마음챙김이란 책이다.
마음을 챙겨라~ 그런 뉘앙스를 느꼈는데, 이 책의 서문에서 마음챙김과 마음놓음의 차이를 깨닫고 나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뀐다고 하는 글귀가 퍽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마음챙김과 마음놓음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면 그 힘을 이용해 삶을 변화시키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마음챙김"이란 단어는 주로 불교에서 염불 등을 통해 생길수 있는 잡념을 의식하고 이를 주시하고 집중하기 위한 팔정도의 정념에 해당하는 단어로 쓰이는듯 싶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때의 낯설음은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 같다.

이 책의 1부는 마음놓음, 2부는 마음챙김에 대한 내용이다.
마음놓음에 관한 설명 중에 엔트로피 개념을 끌어온 것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엔트로피란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화되어 있던 요소들이 점진적으로 해체 또는 붕괴되는 개념"으로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믿음"을 기조로 하고 있었다.
마음놓음을 "익숙한 구조나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대상을 접할때, 그 대상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정신적 태만에 빠지는 현상"(33쪽), 이미 알고 있는 지식, 기존의 틀안에서 벗어날수 없는 한계를 마음놓음의 상태라 규정하는 느낌이 들었다.
가령 입안의 침을 삼키는 건 괜찮은데, 뱉은 침을 다시 삼키는 것을 불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선입견의 형태라고 지적한다.
마음놓음은 아무런 의식없이 받아들이고, 기존 통념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컴퓨터가 깔아놓은 판에 의식을 깨운 자만이 시온에 입성할수 있는 것처럼 기존 틀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마음놓음의 한계라 정하고 있었다. 저자는 대다수가 마음놓음의 상태에 있다면서 획일적으로 받아온 교육의 틀에서도 벗어나길 희망한다.
그런데 결과 지향적 교육란(46쪽)을 읽으면서 어떤 의문이 들었다.
결과지향적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일수록 마음놓음에 빠지기 쉽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구슬꿰기의 달인?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종사자들이 과정지향적이라면 얼마나 큰일인가?
저자는 결과중심적 교육일수록 창의성이 고갈된 무비판적 사고를 양산하고 쉽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 단연 많이 발견할수 있는 단어는 '맥락'이다.
내가 알고 있는 맥락이란 정의는 문맥, 전후 형편, 흐름 같은걸 이야기하는데 여기서는 일종의 선입견이자 사고의 틀을 맥락이라 부른다. 마음을 놓았을때 일어나는 문제점은 내가 느끼기에 우리가 어떤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도대체 한계란 누가 정의한 것일까?
"우리가 현실로 받아들이는 한계 중 많은 것들이 사실은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마음을 챙기지 못했을때 우린 사실상 무수히 많은 기회를 분명 놓치고 있었고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하고 있었다.
난 자아의 성장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유식한 말로 기업의 자아상을 아이덴터티라고 한다면 나와 기업의 비전, 정체성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자기유도적 의존' 실험과 밀그램의 실험, 학습된 무기력 실험에 의한 이론은 나름 큰 영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만일 시간이 부족하다면 마음놓음의 키포인트가 <4장 마음놓음으로 잃는 것>에 나와 있으니 꼭 이 부분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제한된 사고의 틀을 어떻게 부수고 나올 것인가, 2부 마음챙김에서 어떤 흥미진진한 반론을 펼칠지 내심 기대가 됐다.

마음놓음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한 마음챙김은 의외로 간단히 이해했다.
쿠투조프라는 인물이 설정한 마음챙김 상태의 특성을 살펴보면, (77쪽)
1) 새로운 범주를 만든다.
2) 새로운 정보에 대해 개방적이다.
3) 상황을 한 가지 관점만이 아니라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마음놓음이 무의식, 무비판, 무저항이라면 마음챙김은 의식적, 직관, 창의성이다.
두뇌 습관이 삶을 변화시킨다고 주장한 쓰키야마 다카시가 지은 책, <두뇌의 힘 100% 끌어올리기>에서는 성장하고 변화하기를 거부하는 맥락의 틀에서 안주한다면 더이상 발전할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마음챙김>은 상황을 통찰하고 깨달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문제점을 해결할수 있는 처방을 주진 못했는데 이 점이 참 아쉬웠다.
이를테면 새로운 범주를 어떻게 만드는가, 직관이 좋다는거 알겠는데 직관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창의성이 좋다는 것도 당연히 알겠는데 창의성을 어떻게 키우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상실하고 현상에 대한 의문, 여러가지 실험을 통한 이론 증명에만 급급한 것이 2부 마음챙김의 한계라 보여진다.

어떤 책을 읽든지 사실 흡족할만한 성과를 한권으로 완성한 책은 드물다.
직관과 창의성에 관한 책이 얼마나 많은데 이 책 한권으로 쓱 입닦고 마랴? 사실 그정도로 마음놓음을 통찰한 저자의 식견에 매료되었기에 그만큼의 욕심을 부리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듯 싶다. 저자는 심리 실험 등을 통해 발굴한 여러 사례를 대중에게 이야기하길 원했고 닫힌 틀에서 사고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지금의 내게 있어서 정말 도움이 된 내용은 '새로운 맥락'에 관한 심리학자 아니타 카스턴의 실험이었다.
어떤 과제를 질릴때까지, 탈진할때까지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실험에서 다른 일에 필요하니 이름과 주소를 적어달라는 말에 쉽게 그것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은 새로운 맥락의 변화였다.
"맥락 전환을 이끌자 피로에 대한 사고틀이 해제되었다.
마음 챙기는 사람은 그런 현상을 의도적으로 이용해 스스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3장에서 쿨리지 효과로 알려진 한계 초월이 바로 그것이다.

피로는 선입견에서 나오는 것이니 결국 한계는 마음이 조장하는 간사한 거짓말 장단이다. 이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단단히 마음을 챙기고 맥락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직관과 창의성을 키울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직관과 창의성은 조금씩 다른 놈들이라고 생각한다. 반복의 달인이 범인보다 뛰어난 직관력을 발휘한다고 믿고 있다. 그에 비해 창의성은 새로운 가지치기다. 사방으로 발산하는 사고의 유연함이 창조성의 가치를 더할 것이다.
끈기가 부족한 내게 있어 한계의 마침표는 밥먹듯이 달아야 했던 이름표이기도 했다.
팔굽혀펴기에서 한계에 도달했을때 필사의 마지막 하나에서 한알의 근육을 만들듯이, 마음챙김의 해법은 먼저 기존의 틀안에 갇힌 나를 밖으로 꺼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플라시보, 자기 최면도 해볼만한 심리 게임이다.
많은 생각들과 아이디어, 재미난 발상을 이끌어준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근자에 재미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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