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ming Of Wisdom With Time

                           William Butler Yeats

Though leaves are many, the root is one;
Through all the lying days of my youth
I swayed my leaves and flowers in the sun;
Now I may wither into the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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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오후

               오세영


긴 겨울 방학도
속절 없이 끝나는구나
내일 모래가 개학날인데
해 놓은 숙제는 아무 것도 없다.
입춘(立春)되어
학교에 모인 나무들은
화사한 꽃잎, 싱싱한 잎새,
달콤한 꿀,
제각기 해 온 과제물들을 펼쳐좋고 자랑이지만
등교를 하루 앞둔 나는 비로소
책상 앞에 앉아 본다.
사랑의 일기장은 통 비었다.
베풂의 학습장은 낙서투성이
개학해서 선생님을 뵙게 되면
무어라고 할까.
방학도 다 끝나가는 날,
이것 저것 궁색한 변명을 찾아보는 노경(老境)
어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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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門
           
                        서정주


밤에 홀로 눈뜨는 건 무서운 일이다.
밤에 홀로 눈뜨는 건 괴로운 일이다.
밤에 홀로 눈뜨는 건 위태한 일이다.

아름다운 일이다. 아름다운 일이다. 왕망(王茫)한 폐허에 꽃이 되거라!
시체 위에 불써 일어나야 할, 머리털이 흔들흔들 흔들리우는,
오- 이 시간, 아까운 시간

피와 빛으로 해일(海溢)한 신위(神位)에
폐와 발톱만 남겨 놓고는
옷과 신발을 벗어 던지자.
집과 이웃을 이별해 버리자.

오- 소녀와 같은 눈동자를 그득히 뜨고
뉘우치지 않는 사람, 뉘우치지 않는 사람아!
가슴속에 비수 감춘 서릿길에 타며 타며

오너라, 여기 지혜의 뒤안 깊이
비장한 네 형극의 문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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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 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 인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을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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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천(冬天)

                                        서정주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섭을
     즈믄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옴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이렇게 읽고 이해해 보자: 우선 이 시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운율이 이 시를 외우기에 좋게 한다. 나는 실제로 얼마 전부터 이 시를 외울 수 있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미당 서정주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꼽는에 그의 다섯 번쨰 시집 <동천>의 표제시이기도 하다.. 여기서 이 시를 보는 분들도 이렇게 짧은 시라면 한 번쯤 외워서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먼저 이 시를 감상하는데 있어 '눈섭'이라는 시어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님의 고은 눈섭'이란 시적 화자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님에 대한 사모의 정이 집약된, 다분히 상징화된 님의 신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즉 여기서는 님에 대한 사랑을 님의 눈썹을 아끼는 마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옛부터 미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하나가 '아미(蛾眉)'라고 하여 아름다운 눈썹을 강조하고는 했는데, 이 시에서도 이러한 화자의 정서가 나타나 있다. 다음에 이러한 님에 대한 화자의 간절한 사모의 정을 표현한 구절이 나온다. 화자는 님의 눈썹을 '즈믄밤의 꿈으로 맑게' 씻고 있는데, 그만큼 사모의 감정이 애절하고 깊다는 뜻이다. 천일 동안이나 맑게 씻어 보관하고 다룰만큼 귀중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이 눈섭을 하늘에다 옴기어 심어 놓게 되는 장면을 묘사하는데, 하늘이라는 물리적 실체에 우리가 부여하는 순수하고 고상한 의미를 생각한다면, 화자가 그러한 자신의 사모의 정을 순수하고 고결한 어떤 곳에 모셔 놓는다는 이미지, 즉 하늘에다 자신의 사모의 정을 새겨놓는다는 의미로 나에게 다가온다. 그러한 화자의 순수하고 애절한 마음이 동물들에게도 전달이 되었는지,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도 '그걸 알고' 비끼어 가게 된다. 매와 같은 자연물에 자신의 님에 대한 사모의 정과 아끼는 마음를 이입한 것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아직 24살이 되도록 연애를 못해봐서 남녀간에 느끼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는 잘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여러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이 가지는 여러 감정들 중에 남녀간의 사랑이 가장 순수하고 그 자체로 의미있는 정서적 현상이 아닌가 한다. 우리의 감정이 여러 불순한 동기에 의해 얼마나 타락하는지는 조금이라도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불쾌하지만 회사에서 버티기 위해 거짓 웃음을 짓고,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 수 있게 위선적인 행동과 말들을 종종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에서 나타나듯이 남을 사랑한다는 감정은 천일 동안이나 맑게 씻고 싶을 정도로 순결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그러한 감정은 아무리 폭력적이고 무지한 사람일지라도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인간 보편의 정서인 것이다. 결국 남녀간의 사랑을 비롯한 모든 사랑은 죽어가는 사람과 궁핍한 사람과 고독한 사람과 심지어 죄 많은 사람의 가슴까지도 파고 드는 고결한 그 무엇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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