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세월호 참사 이후 적막만이 가득하게만 보였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일상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느껴지는 따사로운 햇살이나 간간히 들려오는 밝은 모습마저도 죄스럽게만 느껴지기에 송연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 <월간 샘터 6>로 역시나 그러한 안타까운 시간들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자 이 나라의 어른들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던 시간들에 대한 회한과 그럼에도 다시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숙명에 대해서 그들 역시도 고뇌하고 있었고 그 모습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샘터상 시상식에서도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던 그 순간들에 대해서 샘터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이번 6월호는 그 이전의 이야기들보다도 더욱 가슴 깊이 그리고 따스하게 우리에게 이야기들을 전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겨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샘터를 두 번째 마주하게 되는 이번 6월호에는 이전 5월호가 전해주었던 기대만큼이나 다양한 소식들이 담겨 있었고 행복한 티셔츠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하여 그 안의 이야기에 푹 빠져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샘터를 읽어래녀갔다. 

수 많은 책 속에 담긴 환경 문제들에 대해서 책을 넘어서 더 사람들에게 쉬이 다가갈 수 있는 티셔츠 안의 그림이나 문구 등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고 이렇듯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티셔츠를 입을 사람으로 하여금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수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게 하는, 그야말로 효과적인 광고가 되고 있었다.

 또한 조만간 도래할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기사들은 역대 국내 선수들이 신었었던 축구화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북한 단장인 리찬명이 유니폼에 새긴 조국 통일이라는 문구의 비화를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은 물론 어서 빨리 붉은 악마의 함성이 브라질에서도 계속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촌에서 온 그대>라는 특집 편에 실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를 읽고서는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졌다가 다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 양변기를 처음 마주한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몰랐던 과거의 시간 속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하기야, 나의 어머니도 처음 서울에 상경했던 유6~7살때만 해도 버스에 신발을 신고 타야 하는지 벗고 타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당당하게 신발을 벗어 손안에 안고 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니, 당시의 신 문물을 처음 마주하는 이들의 이 에피소는 훗날 우리들에게 유쾌한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는 것을 보며 시간의 힘에 대해 다시금 느껴보게 된다.

 친구만은 양변기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알고 있었던 거다. 우리는 그만 배꼽을 잡고 웃었찌만, 양변기 물로 칫솔질을 했던 그 친구는 창피했는지 제발 학교에 가서 그 말만은 하지 말아달라며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는 게 아닌가. 덕분에 우리는 뭔가 불리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이야기를 꺼내는 척하며 친구를 골려 먹었다. 지나고 나니 그때는 정말 세상 모르고 순진했던 게 아닌가 싶어 웃음이 난다. –본문

 

샘터를 통해서 부산 시티투어를 지나 이름만으로도 생경한 풋스툴에 대한 양희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어머니의 대한 이야기가 나의 어머니의 이야기에 오버랩 되며 잔잔히 스며들게 된다. 꿈을 이루기 바랐던 당시의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꿈은 고스란히 자식을 위해서만 묻어나게 되는데 그러한 마음을 알기 때문에 양희은은 아직도 공연할 때면 어머니의 풋스툴과 함께 무대에 선다고 한다.

 지금도 양희은은 꽃 그림 풋스톨을 놓고 공연을 한다. “나는 소극장이 좋아요. 관객하고 눈을 맞추고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거든. 그런 데선 내 노래가 가슴을 건드리는지 바로 알 수 있어. 사람들이 만드는 투명한그러니까 구름 같고 공기 같은 거, 그게 둥실 떠올라서 난 그 구름하고 소통하는 거예요. –본문

 나눔에 대한 이야기까지 지나 풍성한 6월호의 이야기를 펼쳐선 그야말로 단숨에 한 권을 다 읽어 내려왔다. 다음 7월의 이야기는 무엇이 담겨 있을지, 아무쪼록 샘터다운 이야기가 더욱 가득하길 바라는 바이다.

 

 

아르's 추천목록

 

샘터 5월호 / 샘터사 편집부

 

 

 

 

독서 기간 : 2014.05.18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알몸으로 춤을 추는 여자였다
쥘리 보니 지음, 박명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책의 제목 때문에 별안간 눈이 휘둥그레 지기도 했지만 표지 안의 여인을 보면서 무언가 신비로운 느낌에 매료되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과연 그녀가 안고 있는 이야기를 무엇일까. 무언가 비밀스러운것이 담겨 있을 쥘리 보니의 이야기는 자신의 자전적인 삶을 녹여, 그러나 오롯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베아트리스'를 통해서 말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들은 뭐랄까, 이전에는 마주해 본적이 없는 생경함이었으나 그것은 낯설어 거부감이 든다기 보다는 새롭기에 호기심이 드는 것이었고 그래서 자꾸만 페이지를 넘겨 베아트리스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게 하고 있었다.

 

 오로지 춤을 추는 것이 좋아서, 그것도 알몸으로 연주에 맞추어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어대던 그녀는 가보루와 파올로의 결테 있는 동안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지금은 산부인과 간호 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노르마와 로메오의 엄마이자 이제는 떠나버린 가보루의 부인으로써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나는 현실 위에서 맴돌고 있었다. 춤을 추었고, 사랑을 나누었다. 나는 사랑에 빠졌고, 내 남자는 행복했다. 나는 예술가로서 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무대에서 사라지는 즉시, 안개처럼 쳥체가 사라지면서 황홀경에 빠져들곤 했다.
 
내가 가진 것은 벌거벗은 몸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모든게 어떻게 무너져 내렸느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 
 
그 사이 내겐 아이들이 생겼고, 가보르는 떠났다. 그러자 두려움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두려워지 않던 내가. 더불어 나의 몸도 침묵했다
.
 
일을 해야만 했다.

 

 나는 간호사조무복을 입었다. -본문 

 

 이 책에서는 한 챕터마다 춤을 추며 그녀의 행복한 인생을 살았던 베아트리스와 엄마로서 그리고 삶을 위해서 간호 조무사로 일을 하고 있는 베아트리스의 이야기가 반복되어 펼쳐지고 있다. 춤을 추며 행복을 꿈꾸던 베아트리스가 과거에서 현재로서의 삶으로의 시간순으로 기재되어 있다면 간호 조무사로 일을 하고 있는 베아트리스의 일상을 매 순간 병실의 문을 열면서 새로운 산모아 아이들, 그들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으며 그녀의 파란만장했던 삶처럼 매 순간 각방에 마주하는 그녀들의 이야기 또한 그 어느것 하나 평이하지 않고 특별한 그녀들의 살이 담겨져 있기에 어느 것 하나 파트릴 수 없이 진지하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결혼도 안한, 그렇다고 어느 누구 앞에서 춤을 추는 것조차 스스로 몸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엄마로서의 삶은 물론이거니와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본 적도 없는, 그것도 알몸으로 춤을 춰본 적은 더더욱이 없는 나로서는 사실 처음에는 '베아트리스'를 이해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초반의 그 근심은 기우였다는 것이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 수록 드러나게 된다. 

 

 2호실의 부인은 자신의 몸 안에 있을 때에는 살아있었던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영혼도 같이 세상을 떠난 아이와 함께 떠나버리고 있었다.

 

 "아직 한 아이가 남았잖아요. 힘을 내세요." 라는 위로는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그 상황에 빠져보지 않는다면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6호실의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나았던 산모는, 다분히 이 시대의 평범한 출산 과정 중에 하나인 제왕절개가 그녀 스스로의 삶도 조각내 버렸다는 것을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 모든 것이 평범하고 일상적이라며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두렵게만 느껴졌다. 어느 것 하나 쉬이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는 것을 매 호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베아트리스를 마주하며 깨닫게 되고 그러면서도 그 곳의 수 많은 사람들이 이 모든 병실 속의 여인들이 그저 한낱 에피소드 속의 주인공인것처럼 쉬이 말하는 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흘러나왔다. 그들에게는 잠시 시간을 떼울 수 있는 소재이겠지만 그 소재 속의 이들에게는 평생의 삶이 담긴 순간들일테니 말이다. 

 

 그녀의 옆에서는 남편이 말없이 울고 있다. 그의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는 귀여운 사내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영혼을 다시 붙여놓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녀는 그의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겼던 것이다.
 
그는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
 
그의 사랑 한가운데에서 핵폭탄이 터져버렸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에게 하는 말은 고작 '다 잘될 겁니다. 아버님'이 전부였다. -본문
 

 

 아마도 이러한 환경 때문에라도 베아트리스는 하루하루의 조무사로서의 삶이 버거웠을 것이다. 죽은 제쥐를 자신의 손으로 받아냈던 그녀였기에 이 병원 안의 또 다른 그녀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기는 하나 그 이외의 무수한 소음들이 함께하는 이 곳에서 언제나 그들이 바라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베아트리스는 이 곳이 벗어날 수 없는 철장과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정상적인 삶을 살았던 알몸의 무희였던 그녀는 사회 속에 살기 위해서 부단히 정상적인 그들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 있어야만 했고 그럴 수록 그녀는 스스로가 메말라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삶을 연맹하기 위해서 조무사로서의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거의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었고, 나는 그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모든 것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늒미을 예번보다 적게 받았다. 게다가 거리의 사람들도 예전만큼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나는 수수한 차림새를 했고, 거의 평범한 엄마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본문 

 

 그럼에도 그녀가 이곳에서 견디고 있었던 것은 그녀가 좋아하던 조산사인 프란체스카가 곁에 있었고 이미 떠나버렸지만 한때나마 곁을 지켰던 가보루와의 시간들에 대한 잔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란체스카와 가보루는 이제 그녀의 곁에 없고 베아트리스에게는 자유를 욕망하는 자신을 숨기고 조무복 안에서 웃고 있는 그녀만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프란체스카를 떠나보내게 했던 이 비정상적인 현실 속에 자신이 있는 것에 갑갑증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2호실의 L부인이 버젓이 누워있는 그 곳에 15호실의 입원한 산모가 2호실의 부인의 남편이었던 그의 새부인이라는 것을 보면서 베아트리스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체념을 느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을 보내고 있다고 믿었던 순간 세상을 그녀에게 살인이라는 죄목을 덮어씌고 있었고 그것이 L부인의 심장마비였다는 판명이 나기까지 그 누구도 베아트리스를 지켜주지 않고 있었으니 그녀는 조무사로서의 그야말로 사회가 바라는 '정상적인 삶'에 대한 회한을 느꼈을 것이다. 

 

 파올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 
 
우리는 지난 8년간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난 죄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꼭 안아주었고 우리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중략)
 

 

 "파올로, 난 이제 다시는 거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애초부터 거기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었소. 베아트리스"-본문 

 

 그녀가 앞으로 어디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더 이상 조무사로서의 베아트리스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알몸의 몸짓이 아닌 그녀 스스로의 자유를 꿈꾸기 위한 몸짓들이 여전히 그를 뛰게 하고 있었고 그곳에서만이 그녀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 물론 이제는 엄마가 된 그녀가 자신만을 위한 삶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위해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삶을 쫓아왔던 나로서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 생계와 육아만을 위한 삶을 살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나는 베아트리스 그녀의 삶을 살기를 바라며 그렇게 하여 그녀가 다시금 날아오르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아르's 추천목록

 

창녀 / 넬리 아르캉저


 

 

독서 기간 : 2014.05.23~05.24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호인
양우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얼마 전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보러 갈때까지만 해도 그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한 편의 영화인가보다 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스크린 속에 조금씩 집중하며 보면서 이제 시작이구나, 라며 편한 마음을 안고 보기 시작한게 전부였다. 

 

송강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며 그가 조금씩 성공해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 모습들에만 괜시리 마음을 쓰며 보고 있었다. 그렇게 중반이 지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안고 있는 것만 같았던 그에게 드리우게 되는 세상의 현실은 동일한 시대에 살고 있던 그에게 너무도 다른 생경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고 초반의 성공 가도로 달리던 상고를 졸업한 한 변호사의 삶은 중후반이 지나며 그가 세상에 진실을 토해내는 뜨거운 과정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영화 한 편을 보고 오리라던 나는 2시간의 런닝타임 동안에 몇 번의 눈물을 흘러내렸는지 모르겠다. 환희에 찬 눈물이 아닌, 이것이 세상의 모습이었구나, 라며 안타까움과 분노로 흘러내리는 눈물들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반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들고 있으면서 다시금 그때의 기억속으로 들어가려는 나는 왠지 모를 경건한 마음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영화를 먼저 보고서 이 책을 보고 난 탓인지 매 페이지마다 영화 속의 장면들이 오버랩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송우석이 김상필변호사를 찾아가 머쩍은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꺼내는 그 순간에도 송강호의 음성이 들렸으며 돼지국밥을 하고 있는 순애와 그의 아들 진우를 보면서 김영애와 시완이 보이는 것은 당시 감독이었던 양우석이 이 책 역시 집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영화를 다시 보는 느낌으로 마주하는 이 책은 영화 속의 순간순간으로 지나갔던 배경이나 당시의 상황들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그리고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전쟁 후 밀어닥친 가난과 산업화의 영향으로 온 국민이 심각한 영양부족과 만성피로에 시달려야 했던 1963. 우리나라의 한 제약회사에서 박카스라는 획기적인 피로회복제 겸 영양제를 생산해 낸다.

 이후, 박카스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며 온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다. -본문

 

 한국 전쟁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급성장한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는 21세기 현재 어느새 1인당 GDP 2만불 시대를 뛰어 넘어 전 세계 33위라는 랭킹에 자리하고 있다. 기억도 나지는 않지만 86년 아시아 게임에서부터 88년도에는 서울 올림픽을 개최했던 우리나라의 그 동일 시간 상에는 드러나지 않던 통한의 시간들이 중첩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일부 소수의 문제들로 치부되고 있었고 밖으로 드러났을 때에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것으로 전달되고 있었으니,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로 들었을 테니 말이다.

 

 지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각종 규제가 난무하던 당시에 어찌된 일인지 지금보다도 더 선정적인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는 것들을 보면서 어찌하여 저 시대에 저런 영화들이 만들어졌던 것일까, 라는 생각들이 스쳤지만 별달리 알아보고자 하는 생각 없이 1~2초 간의 상념으로 흘러보냈던 적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그 이야기의 답을 대신해서 해주고 있었다.

 

 1980 12, 신군부는 컬러 TV 방송을 실시했다. 이전 정권이 수출용으로만 만들고 내수용으로 시판을 미루어 오던 컬러 TV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국민들에게 안긴 것이었다. 이어 두발 자유화, 교복 자유화, 통금 해제 같은 것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자신들의 폭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려고 애썼다. (중략)

 국민소득에 비해 무리라는 우려를 뒤로한 채 프로 스포츠를 무리하게 출범시킨 것도 이즈음이었다. 신군부는 '스포츠 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까지 온갖 스포츠 산업에 매진했다. 프로야고, 프로축구, 프로씨름까지. 이러한 움직임의 결정판이 1986년 아시아게임과 19888년 서울 올릭픽이었다.  -본문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학생들이 읽은 책들이 불온서적이라는 이름 하에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 단죄를 묻고 있었지만 그 아이들에게 죄라면 그 시대에 태어난 다는 것과 누군가의 눈에 띄었다는 점, 그것 뿐이었다. 짜고치는 고스톱 속에서 죽어나가는 것은 무구한 시민들이었고 그들에게는 또 만들어진 죄목만이 진실이라는 이름 하에 그들의 목을 죄고 있었다.

 

 정당한 법적인 절차는 그저 활자속에서만 살아있을 뿐이고 현장은 참혹했으며 구타와 폭언, 끊이질 않는 폭력과 가압 등이 끊이질 않는다. 모르고 있었을 때에는 그저 바르게 돌아가는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현장은 유리 장벽을 넘어 마주한 현실 속에선는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한때는 돈을 끌어모으는 그 방법들에만 미쳐있었던 송변은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바위를 계란으로 깨트리려 하고 있었다.

 

 수경아! 먼저 정말 미안하다. 내 신문 보고 뛰어나갈 때만 해도 다 때려칠라 캤다. 그런데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진우한테도 그러면 안 되는 거고. 나나 당신한테도 인러면 안되는 거고..... 근데 내 여기서 때려치면 계속 이럴 거 아니겠나. 여보, 내 포기할 수가 없다. 우리 건우, 연우한테 이런 세상 물려줄 수가 없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본문

 

 정의를 찾아가는 한 사람의 과정들을 쫓아가면서 영화를 보면서 가슴에 메였던 그 모습들이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이제금 밝은 출구로 나가는가, 싶으면 다시 턱 박힌 두터운 벽이 마주하고 있고 힘겹게 넘기면 또 다시 다른 산봉우리가 나타나는 그 막막한 시간들을 그저 이렇게 편안하게 읽어내려가기만 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송구한 마음이 든다.

 

 그 시대 속에서 올바른 것을 바로 잡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 나는 이렇게 편안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영화를 다시금 본 듯한 그 뜨거움이 이 책 안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질 수 있기에 영화를 본 사람은 물론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일독해 볼 것을 권해 본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이 어떠한 것들이었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아르's 추천목록

 

변호인 노무현 / 유승찬저


 

 

독서 기간 : 2014.05.25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초의 인간 열린책들 세계문학 3
알베르 카뮈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교통사고로 인해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 카뮈가 마지막 그 순간을 거슬러 6개월 전부터 모든 것을 담아 그리려고 했다는 이 <최초의 인간>은 그 어떠한 작품보다도 카뮈를 담아 놓은 것이라고 한다. 물론 미완성 작품이기에 해석이 매끄럽지 않다거나 글자를 알아볼 수 없는 부분은 공란으로 두기도 하고 심지어 초반과 후반에 등장인물의 이름이 바뀌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을 이렇게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남겨둔 수수께끼와 같은 선물일 것이다.

  노벨 문학상을 탄 그이지만 그의 원고를 읽을 수 없는 어머니를 보면서 그는 서글픔을 느꼈을 것이다.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지나 작가로서 더할 나위 할 수 없는 영광을 누리고는 있으나 그 순간을 오롯이 함께 누릴 수 없었던 그 순간 그에게 당면했던 현실은 무엇이었을지. 때로는 망망대해 속에 혼자 서있는 섬과 같이 홀로 자란 듯한 그는 어머니로부터 전장에서 전사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며 그때부터 그는 자신이 뿌리에 대해 찾아가보고자 하고 있으며 그 여정을 주인공 자크 코르므리에 투영하여 이 소설 속에 그려내고 있다.

 스물 아홉 살. 갑자기 어떤 생각이 뇌리를 치는 듯하여 그는 몸속 깊이에까지 동요를 느꼈다. 그 자신은 마흔 살이었다. 저 묘석 아래 묻힌 사람은 그의 아버지였지만 그 자신보다 더 젊었다. –본문

 마흔 살인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의 묘지 앞에 서있다. 태어난 때와 세상을 떠난 그 날의 숫자를 계산해 보면 그가 묻힌 순간은 스물 아홉 살의 청년이었을 때 이 깊은 지하에 잠들었으며 그렇게 자신보다도 어린 나이의 청년이었던 아버지를 마주한 자크는 마치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아닌 어린 아이를 잃은 듯한 슬픔을 느끼게 된다.

그보다 나이 어린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과거 및 됨됨이와 어느 면 관련되어 있는 것이며 또 자기 시간은 시간상으로 보ㄷ나 핏줄로 보나 바로 가까이에 있는 것을 먼 데서 찾아 헤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어느 누구에게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었다. 말수가 적고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가족이었고, 불쌍하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였으니 누가 그 젊고 가련한 아버지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었겠는가? 그를 까마득히 잊어버린 어머니밖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았던 사람이 없었다. –본문

그 이전에는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자신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버린 그를 마주하면서 그는 이제서야 자신의 삶으로 들어온 아버지에 대해서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자신의 기억 속에는 전혀 없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살아 숨쉬고 있을 아버지에 대해서 찾으며 그는 세상의 혼자였던 자신을 이어주는 뿌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스무살이 되어도 아무도 그에게 말을 해주지 않았고 그는 혼자서 배우고 혼자서 있는 힘을 다하여, 잠재적 능력만을 지닌 채 자라고, 혼자서 자신의 윤리와 진실을 발견해내고 마침내 인간으로 태어난 다음 이번에는 더욱 어려운 탄생이라고 할, 타인들과 여자들에게로 또 새로이 눈을 뜨지 않으면 안되었다. -본문

 자신이라는 이외에 그 어떠한 것도 없이 스스로 자신을 발아시켜야 했던 그 막막했던 시간들을 지나와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혼자가 아닌 수 많은 타인들에 의해서 자신의 존재가 인정되는 그 순간, 그는 다시금 태어나게 되는 인간의 형상을 그리고 있으며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사는 것처럼 홀로 이 세상에 동떨어져 나아가야 했던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던 삶을 적응해 나가고 있다.

 미완성 작품이기에 이전의 다른 작품들보다도 더 다양한 길 위에서 카뮈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더 이상 그가 가고자 했던 길과 그가 알아내고자 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확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탐색이라는 숙제이며 또 설렘이 주어진 것이라 생각되며, 앞으로 몇 번 더 읽어보며 또 다른 길을 찾아볼 생각이다.

 

아르's 추천목록

 

 『알베르 카뮈』 / 알베르 카뮈저

 

 

 

독서 기간 : 2014.05.16~05.21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 낭자열전 2 - 진영낭자전 조선 낭자열전 2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조선낭자열전1>을 보고 바로 보게 된 <조선낭자열전2>. 사실 제목만 봐서는 연작인 줄 알았는데 1권과 2권은 각기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1권이 은호낭자전’ 2권이 진영낭자전이란 부제를 띄고 있는데 오히려 부제를 제목으로 하고 조선낭자열전을 부제로 해도 괜찮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 둘 간의 연계관계가 없으니 구태여 1 / 2권이 아니어도 됐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2권의 내용이 더 좋았던 터라 일반적으로 1권과 2권이 있다면 2권부터 읽는 이들은 없을 테니, 1낭자별 시리즈로 발간되는 것이 각각의 시리즈를 취향대로 읽어볼 수 있게 하는 선택의 폭은 넓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되었건 진영낭자전은 이전의 1권보다도 훨씬 빨리 읽어 내려갔는데 이 소설 속의 주인공 진영은 큰 아버지의 재산에 눈이 멀어 진영의 사촌이자 큰아버지의 딸 오민영을 자신의 부모가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녀는 현재 송화사에 은혜스님과 함께 불공을 드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갑작스레 등장한 윤성현이라는 남자는 진영 낭자의 부모인 오대감 내외에 진영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었으니 이제 그 대가로 자신과 혼인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출가를 꿈꾸고 있던 진영에게 갑작스레 들이닥친 이 상황은 그녀로 하여금 다시 속세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고 있었고 오로지 자신을 돈으로만 바로 보고 있는 성현과의 혼례를 뒤집는 것은 물론 자신의 부모를 만나기 위해서 한걸음씩 어두운 세상으로의 발걸음을 떼고 있다.

 "그것이 어찌 다순히 향갑이기만 하겠니? 네가 속세에 두고 온 미련이요, 네가 떨치지 못한 인연의 뿌리인 것을...... 그러니, 더는 고집을 부리지 말고 처사님을 따라가거라. 네가 그 향갑들과 속세의 남은 인연을 모두 정리하고 온다면, 그때는 내가 직접 너의 머리를 밀어줄 것이야." -본문

 다시 불가로의 귀의를 꿈꾸며 세상으로 나아가는 진영과 그녀를 속세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는, 그야말로 동상이몽을 꿈꾸는 그들은 파란한 날들을 마주하게 된다.

 진영의 부모가 귀향가기 전의 마지막까지도 마주하게 되고 이 모든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는 동안 예정에도 없던 정한군을 마주하게 되면서 정한군 - 진영낭자 - 윤성현은 삼각구도로 접어들게 된다. 이 모습을 보면서 해를 품은 달의 양명군과 연우낭자와 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는데 이 달달한 구도는 정한군과 윤성현에게 있어서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되어가고 있지만 독자에게는 그 골이 깊어질 수록 애틋해지며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게 하고 있었다.

 현무군 윤이 종친이라는 신분이 주는 억압감을 벗어나고자 한량으로 산 것에 비해, 전항군 명은 혹시 임금에게 위협이 될지도 모를 자신을 낮추기 위해 부러 호색한으로 살고 있음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에 답할 수 없었다. 선한 형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을 내어 줄수도 없었다. 정한군의 어머니인 부부인 민씨는 한다하는 권문세족 일문의 여인이었다. -본문

 그렇게 그들 나름의 애정에 대한 화살표가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대한 문제 만큼이나 윤성현이 안고 있는 과거의 이야기들도 이목을 끌게 된다. 그저 한량으로만 보이던 그가 안고 있는 아픈 사연을 마주하게 되며 그에 대한 연민이 피어나게 된다. 특히나 모두가 오근우 대감의 재산에만 탐을 내며 그 집 마당에 취객으로 욕망의 향을 피우고 있을 때 그는 진심으로 오대감을 간병해주고 있었고 그 순간의 찰나가 진영과 윤성현의 끈을 이어주는 단초가 되고 있었다.

 윤씨 가문에 있던 공동의 그들의 재산들에 대해서 권문세족들은 모두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여념 없을 때, 진영과 윤성현은 그 모두를 대항하며 비망록을 찾아내고 그 비망록을 어떻게 발휘하게 되는지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보여주는 한방의 역전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야...... 내가 당신을 연모하니까. 나한테 찻물을 끼얹고, 박치기를 하고, 다른 사내와 시시덕거리며 내 애간장을 모두 태운 당신이라는 여자를 간절히 원하니까. 밤이 되면 당신과 한 베개를 베고, 아침이 되면 가장 먼저 당신의 얼굴을 보고 싶으니까...... -본문

 달달한 로맨스이기는 하나 그 이면에 안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저 달달함에만 빠져드는 것이 아닌 인간적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1권의 이야기보다는 2권의 이야기가 훨씬 가슴 속에 다가오게 되는 것도 아마 그러한 아픔을 안고 있는 이들이 묻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권 이후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으나 이것이 완결작이라고 한다. 이 시리즈는 마지막이기는 하나, 그 뒤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될 지 저자의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아르's 추천목록

 

해를 품은 달 1 / 정은궐저 


 

 

독서 기간 : 2014.05.20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