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자라는 곳 그리고 거품의 본질
가렛 가렛트 지음, 박성준.박설원 옮김 / 레디셋고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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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뉴욕의 금융과 증권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Wall streets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그곳에 가면 왠지 모르게 세상의 중심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것만 같았다. 뉴욕이라는 곳에 대한 이미지도 있지만 월가라고 불리우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산고장이라 할 수 있는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를 것만 같았다. 

 그 설렘 하나만으로 찾아갔던 Wall street는 너무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그 안의 체제처럼이나 거리마저도 급물살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 어디서도 여행자가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한발 물러서서 여유롭게 기다려주는 것이 미국인들의 모습이었다면 월가에서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그 찰나의 순간 조차도 누군가의 쫓김을 받는 듯이 그들은 Wall street를 거닐고 있었고 한국인들보다도 더 긴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바로 월가에 대한 나의 기억이다. 

 그 기억이 3~4년 전의 것이었으니 현재의 그곳이 얼마나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더 긴박해지면 긴박해졌지 느슨해지지는 않았을 그곳의 풍경의 시간을 되돌려 100여년 전의 월가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을 통해서이다. 

 당시의 월가는 지금도 여전히 세계 경제의 중심지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늘 그래왔듯이 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돈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던 곳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으나 뭐랄까, 살짝 허당의 느낌이 드는 것이 100여년 전 월가의 느낌이다. 

 그저 수고했다는 인사와 같이 간단한 말을 주고받은 것뿐인데,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둘 만의 고급 정보라든지 비밀스러운 내용이 담긴 대화를 담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금융권에도 종종 나타난다. 증권사에 가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말끔한 옷차림의 금융권 종사자들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고, 은행의 PB센터에 들어서면 화려한 내부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압감을 느끼게 된다. -본문
 

 무언가 그들만의 세계가 가득할 것만 같은 이 월가의 내부속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우리가 그동안 쉬이 마주할 수 있는 인물들이기 보다는 그들 만의 이름을 안고 있는 자들이었는데 불길한 자부터 시작해서 은행장, 조종자, 의뢰인, 트레이더, 투명인간에서 늑대까지, 이 월가에 함께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무언가 특별한 이들의 교집합인 월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 어떠한 사람들인가, 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이 일렁거리고 있을때 100여년 전 그들은 작은 종이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세상을 움직이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보다는 습관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Zero sum game은 이곳에서도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는데 일명 불길한 자의 그늘에 드러서는 순간 이유도 모른 채 서서히 나락의 길을 가고 있었다. 

 불행을 몰고 다니는 사람은 다른 모든 사라들이 좋아하는 덕분에 평판도 좋고, 적극적으로 추천을 받지만 항상 한 가지 의문점을 꼬리표처럼 붙이고 다닌다. 딱히 설명할 수 없지만 그가 성공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그를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는 정직하고 기민하여 장점이란 장점은 다 갖추지만 성공한 적이 없을 뿐이다. 아아! 그가 성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그의 모든 장점들에 저주를 내린다. -본문 

 월스트리트를 지배하고 있을 것만 같은 은행장과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투자자들은 그를 통해서 어떠한 이야기들이라도 얻어보기 위해 작은 실마리라도 잡으려 안간힘을 쓸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를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인사들만 나누는 것만으로 그들의 만남은 끝이 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의뢰인들은 시장을 움직이는 자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브로커가 의도하는대로 그의 파도 안에서 유영을 하며 너울치게 된다. 그러니까 그는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의 파도타기 선수가 아니라 바다 속에 떠다니는 수 많은 해파리와 같은 존재일 뿐인 것이다. 파도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고 마는, 의지 없이 그저 흘러 다니는 해파리떼와 같은 의뢰인은 브로커의 손 안에서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브로커는 물론 투기꾼들 사이에서도 발생하게 되는데 '누군가가 주식을 판다'라는 소식을 들었지만 과연 그 '누구'가 누구인지에 대해 영원히 모른 채 그저 당하고만 있는 것이다. 

 "그건 망상이야. 이 사무실에 유니온 퍼시픽 주가 얼마나 있어?"
 "
잔고에는 전혀 없을 것 같은데."

 브로커가 말했다.
 "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주식 중개 회사에는 유니온 퍼시픽도, 레딩도, 철강주는 물론이고 인기 주식들은 하나도 없단 말이야. 분명 누군가가 주식을 팔려고 하는데 그 판다는 주식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단 말이지. 그 주식은 나한테도 없고, 자네한테도 없고, 자네 고객 중에도 전혀 없는데.... 그러니까 파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한테서 샀다는 거지." -본문
 

 심지어 이 월가에 있는 이들보다도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 그러니까 그들의 가정 안에 함께 있는 부인이 오히려 더 표면적인 감이 뛰어났던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읽어 내려갈 때는 피식하는 웃음이 나면서 그들이 과연 월가의 주인은 누구였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3에서 10포인트를 깨면 주식을 팔 적기라고 생각해요. 나는 시장이 상승할 거라고 생각해요."
 "
왜지?"
 "
대폭 하락한 다음에는 언제나 상승하지 않나요?"
 "
여보세요 여사님, 여사님께서는 본일 일에나 신경 쓰시고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제 그만 합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시장은 상승했다. -본문
 

 그렇게 1부의 이야기를 지나 2부는 '신용'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신용이라는 것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 있어서도 만연해 있는 단어가 아닐 수가 없는데 끊임없이 개개인의 신용 평가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러한 신용을 창출하는 것은 개개인이나 국가도 아닌 바로 은행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예전의 금을 대신 보관해주고 있었다는 이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신용의 탄생은 1이라는 신용이 어떻게 10으로 변모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일련의 과정들을 보여주고 있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신용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좋은 의미일 수도 있다. 이것이 별 다른 문제가 없었을 시, 자금이 부족했던 다른 나라의 이들에게 피와 같은 자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동성이 거품이었다는 진실이 드러내게 되면서 서서히 그 거품을 들어내는 순간 1에서 10으로 변모했던 현실은 1만큼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10만큼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기에 거품의 붕괴는 그에 연계되어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을 같이 붕괴시키게 되는 것이다 . 

 하지만 뉴욕 은행이 지방 은행으로부터 빌린 신용을 다른 곳에 다시 빌려 줬다는 기억하면, 그 뉴욕 은행은 빌려 주었다면 투기꾼들이 신용을 회수해야 한다. 만약 뉴욕 은행이 신용을 증권거래소의 브로커들에게 빌려 주었고 브로커들이 투기꾼들에게 빌려 주었다면 투기꾼들이 신용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신용이 유래된 전국 수천개의 지방 은행들이 동시에 뉴욕 은행들에게 신용 회수를 요청하고, 증권거래소에 신용을 제공한 뉴욕 은행들이 모두 동시에 신용이 회수되기를 요청한다고 생각해보라. -본문 

 그 누구도 쉬이 마주할 수 없었던 월스트리트의 내면과 함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신용의 거품까지도 배우게 되면서 이전의 막연했던 내용들이 한번에 정리되는 느낌이다. 한 세기를 건너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흐름들을 연결해 읽다보면 지금의 우리가 있는 곳의 모습들도 하나 둘 이해되어 가기 시작한다. 

 

아르's 추천목록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  EBS 자본주의 제작팀저


 

 

독서 기간 : 2014.05.31~06.0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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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14 - 편집자가 알아야 할 편집의 모든 것
열린책들 편집부 엮음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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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조금씩 읽어나가기 시작할 무렵그러니까 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 과연 책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일곤 했다물론 그러한 호기심도 잠시 스쳐가는 것이 전부이기에 별달리 알아보고자 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긴 했지만 그럼에도 책이 발간 되기 이전의 프리뷰 형태의 서평단에 참여하게 되면무언가 미지의 세계에 들어설 수 있는 선택된 몇 명이라는 점에 가슴이 설레곤 했다그러던 와중에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을 읽게 되면서 한 권의 책이 발간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기에 그간의 궁금증들을 해갈시켜 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심히 부족한 국어 문법이나 띄어쓰기바른말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

 한글 맞춤법에서부터 표준어 규정외래어 표기법 등 글 자체에 대한 검토를 위한 내용들은 물론이거니와 열린책들 편집 및 디자인 원칙에서부터 편집자가 알아야 할 제작의 기초까지그야말로 책을 발간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 수 있을뿐더러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완성된 책을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을 통해서 책 이전의 책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게만 느껴진다. 


 

  

구개음화나 두음법칙에 대한 문법은 물론 접미사, 접두어에 대한 내용들과 띄어쓰기에 대한 이야기까지 한번에 마주할 수 있는데 전에 한 외국인이 깻잎 깨씹 아닌 깬닙으로 발음하는 것이냐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 책이 있었더라면 어떻게든 설명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밀려들게 된다.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다시금 마주하는 것들이라 이전에는 별달리 생각도 못해봤던 것들에 대해서 자세히 배우면서 한글의 쓰임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가게 된다.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띄어쓰기가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데 서평을 쓸 때에도 워드에 먼저 작성하면서 그 아래에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들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잘잘못을 판단하기 보다는 100% 워드 내에 있는 기능에 의존하여 사용하다 보니 쓰면서도 내가 올바르게 문장을 쓰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 책 안에 수록되어 있는 띄어쓰기에 대한 내용을 통해서 모든 것을 한 번에 알 수는 없겠지만 찬찬히 배워나가면서 그 동안에 아리송했던 내용들을 정리하다 보면서 앞으로는 조금 더 신경 써서 글을 작성할 수 있겠다, 라는 안도감이 든다. 

 

 위의 사항들을 기반으로 하여 열린책들에서 어떻게 책을 편집하고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물론 책 자체에 대한 설명들도 담겨 있는데 이러한 책의 형태에 대해 선택하는 것은 책의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하드커버 혹은 소프트 커버에 대한 것들은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책들이 어떠한 특성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에 대해 접하게 되면서 이전에는 책 안에 담긴 결과물에만 치중을 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책 자체에 대한 내용들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인 셈이다.

 이 책을 마주하면서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이 엄청난 과정들을 거쳐서 나와야 한다는 것에서 그저 책 한 권이라 쉬이 볼 수 없게 된다. 물론 이전에도 책이라면 끔찍하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 한 권이 탄생하기 위해서 수 많은 편집자의 손길이 닿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방대한 노력의 결과물에 대해서 감히 생각하게 된다.

 

 

독서 기간 : 2014.05.01~05.0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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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21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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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토요일, 운명의 수레바퀴은 달리고 있다. 저녁을 먹고서 느긋하게 쇼파에 기대 티비를 보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로또 당첨 방송을 보면서 지금의 이 순간에 누군가는 행운의 당첨을 거머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과연 그런 사람이 있기는 할까? 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매주 당첨자가 나오는 것을 보면 억만장자의 탄생이 가능하긴 하나보다. 

 

살다가 한번쯤 그러한 생각들을 해보게 되는 것 같다. 어느 순간 억만장자가 되는 꿈들을 말이다. 그러한 꿈은 도래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막연하게 그렇게 된다면 말이지, 하고 열심히 그 이후의 삶을 그려보게 되는데, 사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이 나에게 굴러떨어진다면, 세상 살만하겠다, 싶은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것만 어찌된 일인지 로또에 당첨되어 일확천금을 손에 거머쥔 이들의 최후는 원래의 삶보다도 못한 나락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그 어마어마한 돈의 무게로도 쉬이 인간의 삶이 결정되지는 않는가 보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역시도 그야말로 로또와 같은 인생역전의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그에게도 평범했던 시절이 있었으며 주변에서 그를 보았을때는 다분히 평범했던 삶이이라기 보다는 조금 안타까운 시간들의 연속이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것일 게다. 그의 유년시절은 스무살 이상 차이가 나는 조 가리저의 그늘 아래서 움츠려들며 지내야 했던 시간들이었고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누나의 잔소리와 핀잔은 그를 향해 거둬질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핍은 너무도 순수한 눈망울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곁에는 누나의 남편인 조가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거의 쉰이 다 된 나이에 연재를 하기 시작했다는 위대한 유산 속의 핍의 모습들을 보노라면 어쩜 그가 이토록 어린 아이의 심리 표현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된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을 분명 지나 지금의 어른이 되었지만 이른바 동심이라는 것이 내안에 있었다는 것도 믿겨지지 않는 요즘인데 그는 그야말로 순수한 핍을 고스란히 문체 속에 담아 놓고 있었고 그렇기에 핍은 활자가 아닌 살아서 내 주변을 맴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은(특히 그가 줄칼을 찾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그랬다) 온통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랬다가 조가 나를 본래의 내 모습보다 더 나쁜 아이로 생각할 거라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의 믿음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래서 밤에 벽난로 굴뚝 구석 자리에 앉아서 동료이자 친구인 그를 영원히 잃고 그저 쳐다만 보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 혀를 잡아맸다. -본문

 

 죄인의 협박에 못이겨 줄칼과 음식물을 전해주는 핍의 모습을 보면서도 아직은 때묻지 않은 소년이기에 모든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구나, 라고 생각이 든다. 아마도 지금의 내가 그 안개 속에서 죄인을 마주했더라면 돌아가는 길에 신고를 한다거나 어떻게든 그에게 나의 일부분이라도 드러내지 않고 돌아섰을 터이지만 핍은 그의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일러주고 다음날 그에게 돌아가 약속한 것들을 내어주는 것을 보면서 핍의 여린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죄인과 마주함에 있어서도 그가 자신이 가져온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씨익 웃을 줄 알고 대장간의 도제자로서의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있던 순수한 핍에게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은 이후 헐벗은 자신들을 보며 부끄러워 하듯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정반대의 시각을 갖게 한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미스 햄비셔의 딸 에스텔라를 마주한 순간이다.

 

 "얘야, 이 보석은 언젠가는 네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걸 잘 쓰게 될 거야. 이 아이와 카드놀이를 하는 모습을 내게 보여주렴."
 "
이런 애하고요! 세상에, 얘는 비천한 노동자 집안 아이라고요!" (중략
)
 "
얘가 악당 그림 카드 <네이브> <>이라고 불러요. 요 꼬마 애가요! 에스텔라가 첫 번째 놀이가 끝나기도 전에 경멸을 표하며 말했다. "손은 왜 저리 거칠까. 반장화는 왜 저리 투박하고." -본문

 

 그저 까탈스러운 한 소녀의 힐난이라 생각하며 한 귀로 듣고 흘릴 수도 있었지만 핍은 그럴 수 없었다. 이미 에스텔라는 핍의 마음 속에 자리하게 되었으며 이전에는 그러한 느낌들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그로서는 에스텔라를 통해서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그것은 마치 자신이 미스 햄비셔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집으로 돌아가서도 그곳에서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으며 이미 에스텔라를 통해서 자신의 삶이 깨어진 순간, 핍은 자신이 있었던 공간 안에서 오롯이 함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언젠가는 에스텔라와 함께하는 삶을 그려보고 있던 그에게 우연치 않은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이 그의 후원자가 되어 엄청난 유산을 전해주는 것이었는데 단 하나의 조건은 바로 핍이 '신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작은 마을에 살고 있던 그에게 신사가 되기만 한다면 일확천금을 받을 수 있다는 그 제안은 벗어날 수 없는 달콤한 제의였고 그리하여 영국으로 떠나는 핍을 바라보면서 그의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당시 영국은 산업화의 중심에 있는 때로서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고 있었다. 오늘날의 신사라고 하면 예의바르고 중후한 느낌의 남자들이라면 당시의 신사는 갑작스럽게 부를 창출하여 사회적으로 하나의 지위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상층이 만들어 낸 계급으로서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신분이 아닌 자신의 능력, 그러니까 얼마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부의 축적으로서 신분상승이 이뤄지고 있는 시대였으며 그리하여 핍에서 '신사'를 요구하는 것은 그의 순수함따위는 철저히 배제시키고 자본 속에 속박되어 가는 핍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너 그때는 아직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지 않았을 때지?" 하버트 포켓이 말했다.
"
그래" 내가 말했다
.
"
그럴 거야."그가 동의했다. "나도 최근에야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그때는 <나도> 그런 막대한 유산의 행운이 내게 찾아오지 않을까 예의 주시했어
."
"
정말
?"
"
그래, 내가 마음에 드는지 보려고 미스 해비셤이 사람을 보내 나를 불렀던 거였어. 하지만 그녀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 -본문

 

 신사가 되기 위해서 점점 변해져가는 핍을 보면서도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의 삶을 동경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핍은 자본의 굴레 속에 점점 빠져들면 들수록 자신의 영혼의 스승인 조는 물론이거니와 비디마저도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스스로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핍을 미워할 수 많은 없었다. 나 역시도 하버트 같은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가 신사로의 궤도에 들어서면 설수록 핍 자신은 이전의 부족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이전과는 다르게 높아졌지만 그 자신은 사람들이 자신이 거칠게 있었던 그 시절 속에 있는 자신을 그리는 시간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나의 신사가 길거리 진창에 발을 내디디는 일은 절대로 두고보지 않을 거다. <그의> 구두에는 진흙 같은 게 묻어선 절대로 안 되지. 나의 신사에겐 반드시 말이 있어야 한다, . 직접 탈 말, 마차용으로 부릴 말, 그리고 그의 하인이 탈 말과 하인의 마차용으로 부릴 말까지 말이다. 식민지 주민 ㄷ놈들도 말을 갖고 있는데 (제기랄, 놈들이 원한다면 순종 말이라고 해두자) 나의 신사가 런던에서 왜 못갖겠느냐? 안되지, 안 되고 말고. 놈들에게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자, . 안그러냐? -본문

 

 미스 햄비셔가 아닌 그의 후원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밝혀지고 그러면서 오랜 동안 그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위대했던 유산들이 사그러지게 되면서 그는 다시 이전에 자신이 있었던 그곳을 향해 자리하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위대한 유산은 핍에게 전해는 어마어마한 후원금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위대한 것으로 그것으로 인해 그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핍이 변해가는 모습들과 그 안에서 사람들의 관계는 물론 그 스스로가 잠식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과연 그 후원금이라는것이 핍에게 전해진 후원금이었을까, 라는 반문을 해보게 된다.

 

 이제 그에 대한 혐오감은 이미 다 녹아 사라지고 없었다. 내 손을 자기 손 안에 꼭 쥐고 있는, 쫓기고 부상당하고 쇠고랑이 채워진 그에게서 나는 오직 내 은인이 되고자 했던 사람의 모습과  긴 세월 동안 늘 한결같은 애정을 갖고 고마워하며 나를 아낌없이 너그럽게만 대해 주었던 사람의 모습을 모았을 뿐이다 그저 내가 조에게 보여 주었던 모습보다 훨씬 더 고귀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을 뿐이다. -본문

 

 신사, 라는 이름 안에 신분상승을 꿈꾸던 당시의 시대는 물론 지금의 사회 속에서도 우리는 그야말로 물질적인 유산들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다는 욕망과 결합된 이 유산이 과연 한 인간을 어떻게 내몰고 있는지에 대해 마주하다보면 한 때 모든 것을 다 가졌던 핍의 삶이 아닌 다시 조의 삶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게 된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진실한 유산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주목하며 나의 삶의 방향을 어디로 초점을 맞춰 가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게 된다. 

 

아르's 추천목록

 

올리버 트위스트 / 찰스 디킨스저


 

 

독서 기간 : 2014.05.20~05.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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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패키지 - 성공의 세 가지 유전자
에이미 추아.제드 러벤펠드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성공에 대해서 막연하게 그려보는 것이라고는 그것을 거머쥐기 위한 누군가의 필사적인 노력과 약간의 운이 떠오르게 된다. 조금 더 솔직히 이야기 해보자면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딸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노력 뒤에 있는 배경들, 예를 들어 엄청난 유산이라든가 모든 것을 서포터해줄 수 있는 집안의 힘이라든가, 타고난 재능이라든가 기타 등등의 이유들이 성공한 이들의 후광에서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한이라는 수식어를 갖기 위해서 그 개개인들이 노력한 것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개천에서 용날 수 없다는 것이 어느새 정석이 된 지금의 시대에 다시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성공에 대한 이야기라니. 실은 그다지 기대하지도 않았고 그래 봤자 뻔한 것들이겠거니, 라는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책을 펼쳐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트리플 패키지라는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부모의 교육수준이나 경제력, 주변 환경 등에 대한 조건들과 상관없이 성공을 거둔 이들에 대한 공통분모를 분석해나가겠다는 저자의 단초를 보면서 어쩌면 나도 그 안에 포함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절로 마음이 가벼워진다. 나도 언젠가는 그럴 수 있다는 성공의 가능성을 안고서 책을 읽어나가려는 순간 이들의 비밀이 바로 1. 우월 콤플렉스 2. 불안감 3. 충동 조절이라는 것에서 대체 이것들이 성공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 것일까, 에 대한 의구심을 동행하여 그 하나하나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위해 책을 보게 된다.

 우월감에 불안감이 더해지면 성공 욕구가 우월감에 충동 조절이 더해지면 시련을 이겨내는 힘이 생긴다. 이 세가지 요소가 합쳐지면, 미래를 위해 계획한 일들을 실천할 의지와 능력이 엄청나게 강해져 놀라운 성공을 거둔다. “ –본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시티그룹, 델컴퓨터, 샘스클럽 등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을 한 그룹들의 이름이 나열되면서 이들이 안고 있던 성공의 키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른바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미국 대륙으로의 진출을 꿈꿨던 이들 중에서 소수 민족들이 어떻게 지금의 장성한 모습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실마리를 찾아가면 갈수록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성공에 대한 방법과는 조금 다른 것들을 마주할 수 있다.

 자존감을 키운 것만으로 성적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존감이 높을수록 성적은 하락하는 경향들을 보면서 오히려 어느 정도의 불안감, 그러니까 내 스스로 나에 대해서 믿고 있는 것보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때로는 현재의 것에 만족하면서도 언제 다시 하락할지 모른다는 계속적인 채근이 결과론적으로는 한 개인을 더욱 성장하게 하며 이것이 성공의 길로 가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또한 그들이 현재 있는 지금의 모습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지언정 자신들의 민족성 혹은 그들이 안고 있는 내부의 힘은 그 무엇보다도 우수하다고 믿는 우월감은 성공에 있어서 필요로 하다고 하는데 비정상적으로, 아니 우리의 눈으로 본다면 더 없이 부러울 것 없는 엄친아 혹은 엄친딸들의 행보가 뉴욕에서는 인종차별이라는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때 미국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해야만 했고 미국인들이 하지 않는 일들, 그러니까 3D 업종의 것들을 찾아서 일해야 했던 아시아계는 이제는 공부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뒤지지 않게 하고 있었고 그들이 안고 있는 우월감이 기반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트리플 패키지를 가지고 태어났다. 성공 욕구, 근성, 세상에 대한 불만, 출세욕, 이 모든 요소들을 분명히 지니고 있었다. 이 문화적 힘들은 대륙 전역의 미국인들이 오합지졸의 13개 식민지들을 상공업 대국, 군사 강국, 그리고 결국에는 세계 최고 강대국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변했다. 200년 정도 지나자, 미국은 트리플 패키지를 잃고 말았다. –본문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미국이 점차 성공의 틀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에서 저자들은 현재에 안주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들을 꼽고 있는데 성공에 대한 요인들에 대한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내 안의 부족함이라고 느꼈던 것들이 오히려 성공을 위한 추진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마주할 수 있으며 이것은 성공의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누구에게다 희망의 메신저인 셈이다.

  

아르's 추천목록

 

시크릿 / 론다 번저

 

 

 

독서 기간 : 2014.05.28~05.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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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렵지 않아 NFF (New Face of Fiction)
니콜로 암나니티 지음, 윤병언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책을 읽는 내내 세월호 안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아이들이 떠올랐다. 요즘 애들은 안돼, 버릇이 없어, 라고 혀를 차던 어른들이 말하던 그 아이들이, 못난 어른들의 말을 듣고서는 그 곳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사실들이, 그렇게 어른들의 눈에 보았을 때 눈에 들지 않았던 그 아이들이 실은 너무도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있었고 그리하여 이 어마어마한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니까 나쁜 아이들이 아닌 나쁜 어른들이 그들을 옳고 그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며 그들의 잣대에서 아이들을 판가름하고 있었고 그 맥없이 움직이고 있는 잣대 안에서 아이들은 너울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미켈레 아미트라노 역시도 다분히 호기심 많고 착한 아이였고, 때로는 동생인 마리아와 투닥거리며 자라는 아이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어른들의 눈에는 문제아로서 낙인이 찍히고 만다. 동생과의 잦은 다툼이나 편식 등의 문제가 아닌, 어른들이 숨겨 놓았던, 그러니까 절대 아이들에게는 물론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될 그들의 추악한 진실을 미켈레가 밝혀 냈다는 것에서 그의 호기심은 돌연 문제아가 되고 마는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산을 오르던 그날, 미켈레가 꼴등으로 오르지만 않았더라고, 아니 마리아가 발목을 다치지만 않았더라도 미켈레는 여느 평범한 아이처럼 자랐을지 모른다. 부모님들이 일찍 다녀라, 친구들과 싸우지 마라, 편식하지 말아라, 동생과 잘 지내라 등의 고리타분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그 이야기를 자라며 자라는, 아홉살의 소년으로 자신의 유년시절을 기억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내기에서 꼴등을 하게된 미켈레에게 내려진 벌은 산 속에 자리하고 있는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집 구석구석을 탐색하는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구덩이 속에서 죽었을지 모를 한 아이를 마주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게 된다.

 

 도무지 살아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아이를 구덩이에서 발견하게 된 미켈레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발견한 비밀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가슴에 담고 있다. 그렇게 아홉살 소년이 품고 있는 비밀은 딱 아홉살 소년의 방식들로 하나둘 씩 그 비밀들을 풀어나가게 되고 자신과 동일한 나이의 그 아이가 필립포라는 것을 알아내기까지 어른들은 물론 그 또래 아이들마저도 멀리하며 미켈레는 그렇게 혼자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살아 있었다. 죽은 사람 시늉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
 
병이 들었던 걸까? 아니, 어쩌면 괴물일 수도
......
 
늑대인간일 수도
......
 
밤이 되면 아이가 늑대로 변했기 때문에...... 그래서 쇠사슬로 묶어두었던 것이다. 위험할 테니까,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본문

 

 아홉살이라는 그 나이 대이기에 풀어낼 수 있는 순수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미켈레를 보면서 그와 대조적으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추악한 현실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더 좋은 삶을 꿈꾸고 있는 평범한 이들처럼 보이던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안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상승할 수 있는 특별한 티켓이 필요했으며 그것이 바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던 조반니 카르두치의 아이인 필립포를 납치 및 감금을 함으로써 그들의 부모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조용히,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이 끔찍한 사건들이 진행되고 있을지 언정 그들 스스로는 별일 없이 오늘을 지내고 있엇고 그러면서 그 누구에게도 드러낼 수 없었던 자신들의 범죄이자 추악한 본성이 들끓고 있는 필립포라는 현실은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될 금기의 것이었다. 그런 그 금기가 그들의 어린 영혼이자 그들의 분신인 미켈로로부터 드러나게 되자 마침네 어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 미켈로에게 말을 듣지 않는 아이라는 명분으로 필립포를 또다시 찾아갈 경우 그 아이가 죽게 될 것이라는 협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왜 아이를 돌려주지 않는 걸까? 정신 나간 아이를 데리고 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지? 필립포의 어머니는 마음이 아파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눈에 빤히 보이는 일이었다. 텔레비전까지 나와서 얘기를 할 정도인 걸 보면 아들을 굉장히 사랑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런 아이의 귀까지 잘라버리겠다고 하고 있었다. -본문

 

 그렇게 마을에 마을을 떠났던 펠리체 나탈레가 돌아오고 아빠의 손님이라는 세르조 마테리아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점점 극으로 치닫게 된다. 헬기까지 마을을 덮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미켈레는 점점 필립포를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다시 올게'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어두운 밤길을 홀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난 두렵지 않아'라는 주문을 걸고서 그를 향해 페달을 밟고 있었다.

 

 미켈레에게 필립포는 친구였다. 자신이 도와줘야하는, 자신만이 지금 유일한 친구이자 동아줄인 것이었다. 그러나 어른들에게 필립포는 아이가 아니였다. 그저 돈일 뿐이었다.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자신의 아이인 미켈레에게 필립포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징검다리일 뿐이었다.

 

 굉금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못 알아봤어요. 도와주세요..... 제발...... 제 아들입니다.... 많이 다쳤어요..... 제가 못....."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곳에 아버지가 있었다
.
그리고 그곳에 내가 있었다. -본문

 

 그렇게 마지막이 되고 나서야 어른들은 깨닫게 된다. 자신들이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미켈레도 자신의 아들이듯이 필립포도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사실말이다. 그 현실을 자신의 아이인 미켈레에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서야 그들은 깨닫게 된다. 자신들이 한 일들이 결국은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고 자신의 삶을 좀먹는 것은 물론 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말이다.

 

 나쁜 아이들은 없다. 나쁜 어른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이 어른들의 손에 의해서 아이들을 나쁘다, 라고 몰아가는 어른들 만이 존재할 뿐이고 이 소설을 통해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세상을 보여주어야 할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아르's 추천목록

 

우리가 밤에 본 것들 / 재클린 미처드저


 

 

독서 기간 : 2014.05.26~05.2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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